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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1942년 7월 프랑스 파리.
한 밤중에 경찰이 문을 열라는 소리에 잠이 깬 사라의 가족들. 며칠전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사라의 아버지는 몸을 숨겼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안전할 꺼라는 판단이었지만, 그 판단은 경찰의 문 두드리는 소리에 보기좋게 틀어졌다.
유태인 징집이 독일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일어났고 파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일환으로 사라의 집에도 찾아 온 거였다. 독일 경찰이 아닌 프랑스 경찰이. 프랑스는 이미 독일 나치정권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고,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이행하고 있는 터였다. 온 가족이 끌려나가지만, 사라의 남동생인 미셸은 비밀벽장에 숨겠다고 했다. 사라는 그 숨바꼭질에 동참하고 밖에서 열 수 있는 벽장문을 잠근다.
"약속해! 돌아올게. 내가 널 꼭 구해줄게!"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는 부모님과 함게 끌려간다.
곧 돌아올 거라는 사라의 기대와는 달리 언제쯤 돌아갈수 있을지, 과연 돌아갈 수 는 있는지. 시간이 지날 수록 희미해져만 간다.
동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사라의 애간장은 타들어 가지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그 도중에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먼 곳으로 그들은 끌려가는데...
2002년 5월 프랑스 파리.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벨디브 사건" 이 발생한 뒤 60주년이 되는 해다. 벨디브 사건은 파리에 사는 유태인들을 프랑스 경찰이 끌고가 '벨디브 경륜장'에 일시적으로 모았다가 파리 근교 수용소로, 다시 최종 목적지인 아우슈비츠로 끌고 갔던 사건이다.
미국인 기자인 '줄리아'에게 이번 호에 할당된 기사는 바로 벨디브에 대한 내용이었다. 파리 한 복판에서 일어났던 일이지만 프랑스인들 조차 잘 모르는 사건이라 취재가 쉽지는 않다. 프랑스 정부는 그들이 숨기고 싶은 치부를 애써 알리려고 하지 않았고, 실제로 사건을 경험했던 어른들도 숨기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불의를 보고도 막지 않고 보고만 있었다는 자책이 그들을 괴롭혔다. 사실을 끄집어내 울적한 마음을 갖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
그 와중에 줄리아네 가족이 새로 이사할 집이 사연 있는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집이 바로 유태인인 '사라네 가족'이 살았던 집이라는 점이다. 수십년간 시댁식구들이 살았던 집이기도 한 터라, 벨디브 사건은 간접적인 사건에서 직접적인 사건으로 줄리아의 삶에 파고든다.
취재를 해가면서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들. 사라는 살았을까? 살아서 동생을 구하러 왔을까?
몰입도와 흡인력이 뛰어난 소설이었다. 실제로도 있었던 벨디브 사건을 토대로 해서였는지, 사라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끔찍한 장면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아서 좋았다.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적었지만 그 처참한 상황은 충분히 그려졌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역사였다.
피해자들의 분노가 가해자들을 향한 분노도 있겠지만,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자신들은 이렇게 큰 피해를 당해 억울하고 답답해 죽을 것 같은데, 이런 사건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더 경악하고 분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줄리아나 했던 말... 사라가 했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기억할지어다. 절대 잊지 말지어다"
휴머니즘 이나 인본주의가 결여된, 일개 독재자의 말 한마디로 한 민족을 몰살의 위기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무섭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역사를 배워야 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