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는 왜 경제적으로 옳은가 -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심리치료 모델, 영국 IAPT 탄생 이야기
리처드 레이어드.데이비드 클라크 지음, 솝희 옮김, 최진영 외 감수 / 아몬드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살률 27.3명 OECD 국가 중 1위, 전 세계 4위. 누군가는 오늘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속절 없이.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은 이제 더 많이 드러나야 하는 이슈다. 나만해도 사회적 관계를 맺는 이들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가 속속 떠오른다. 공황장애, 우울증, 조현병,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회불안장애. 증상도 다양하고, 갖가지 원인으로 인해 발현된 정신질환이다.

이런 책 저런 책 뒤져 읽으면서 늘 의문이었던 것들이, 왜 국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지 않는가였다. 개인의 의지로만 치부하고 있는가였다. 2년에 1번, 국가는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받게 한다. 청년들의 정신질환 이슈가 많아지면서 2025년도에는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청년 정신건강검진이 확대되었다. 2년에 1번 우울증 검사, 조기정신증 검사를 받게 한다. 진단을 한 후 치료를 하기 위한 제도의 변화일 텐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쩐지 속이 시원하고 반가웠던 것은 정신질환의 이해를 돕는 해석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치료를 방치하면서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과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 경제적으로 얼마나 득이 되는지에 대해 자세하고 꼼꼼하게 이야기해주기 때문이었다.

신체적 질병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지원되어 왔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논의는 이제야 시작된 실정. 분명히 치료가 되거나, 호전될 수 있는 질환임이 분명한데 사회적 편견과 인식, 주변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낮다. 이렇게 방치되어 버린 사람들은 점점 정신질환이 심해지고, 취업을 할 수 없게 되며 복지 의존도, 범죄는 점점 증가한다. 이에 더해 정신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신체질환도 증가해 결국 의료비용 증가로 귀결된다.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결국 큰 사회적 비용으로 떠 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에 반해 적극적인 치료를 나선다면 50% 이상이 치료되고, 나머지는 증상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일상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 치료 후 회복된 이들이 사회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면 모두가 함께 떠안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는 것. 이런 의견들을 뒷받침하는 통계와 근거는 무엇보다 반가웠다.

또한 각 정신질환은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지,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쉽고 믿을만한 설명,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책 IAPT(심리치료 접근성 향상 서비스)의 방향과 실행, 결과와 반성은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정책에 대한 큰 그림까지 그려주는 것 같아 좋았다.

여기에 더해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거시적인 관점까지. 지난친 경쟁에 놓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정신질환을 겪게 되는 비율이 높다. 과도한 압박과 정신이 피폐해지는 상황들은 정신질환을 부추기는 도화선이 된다. 사회가 불안정하다면 가정 안에서의 안정도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정신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금쪽 같은 내 새끼>에서 보게 되는 아이들의 태도나 부모의 태도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강박 등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데 때때로 모든 게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 책은 정신질환을 중심으로 사회, 가정, 교육 등 전체적인 통찰을 깨닫게 해준다. 문제를 짚어내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준다. 심리치료는 왜 국가적으로 나서서 해야하는 정책이며, 그로 인해 우리가 얻게 되는 또 예방하게 되는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어쩌면 이런 답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늘 누군가의 경험,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조심해야 할 것, 의사의 관점으로 어떤 것을 조심하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신질환의 이야기를 보아왔다면 이 책은 전체를 아우르는 말을 한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해준다.

정신질환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키를 얻었으면 좋겠다. 신체질환의 치료만큼 정신질환의 치료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정책으로 더 깊숙이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정신질환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파하고 있다. 고통을 숨기려고 노력하다가 방법을 잘 몰라서,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두려워서, 치료될 거라는 믿음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고 더 악화되고 만다.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치료. 그리고 치료를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국가가 있다면, 죽음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심리치료는 왜 경제적으로 옳은가>. 정신질환 치료를 너무 무겁게만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해 준,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 준, 생각해보지 않았던 관점을 갖게 해 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