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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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줄곧 내가 가진 감정은 ‘답답함’ 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뭔가 풀린다.’, ‘시원하다.’는 감정보다 얽힌 실타래가 점점 더 얽히듯 꼬여만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감정의 근원이 무엇일까? 이 작품은 현실에 그 뿌리를 깊숙이 박고 있다.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사실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작품 속의 여러 면면들이 꽤나 현실적이다. 책 속의 우울하고 답답한 상황들이 현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에 비극이 있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은 현실적인 소망을 찾아간다. 기술자가 되고 좋은 아빠가 되는 것, 제빵 기술을 익혀 빵집을 갖는 것. 우리에겐 아주 소박해 보이는 그 꿈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소망을 과장되게 포장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다는 점이 이 작품의 리얼함에 큰 기여를 했다. 판타지에만 너무 젖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리얼리즘적 작품이 세상을 보는 눈을 좀더 키워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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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어디로 갔을까 신나는 책읽기 3
이상권 글, 유진희 그림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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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똥이나 오줌, 방귀가 소재가 되고 책의 제목이 되는 동화가 참 많다. 이 동화집도 똥을 소재로 여러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차례를 펼쳐보면 차례에 나온 소제목에도 모두 '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똥이 어디로 갔을까'부터, '아빠의 똥 이야기', '똥 먹는 개', '똥개 생각', '개똥참외'까지.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좋아한다는데 나에게도 똥 이야기가 재밌게 읽히는 것을 보면 어른들 역시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에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똥을 더러워하며 피하는 반면에 작은 생물들은 똥을 먹으며 소중한 목숨을 이어간다. 이 부분이 이 동화의 중요한 장면이다. 똥파리, 보통 파리, 노린내, 쇠똥구리, 말벌, 개미, 버섯은 단후의 똥을 맛있게 먹는다.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특히 똥을 거름으로 자란 버섯이 씨를 퍼트린다는 것은 똥이 새로운 생명 창조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서 똥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그렇게 똥은 자신을 조금씩 다른 생명을 위해 떼어주고는 사라진다. 그렇게 사라진 똥이 어디로 갔을까 하며 단후와 아빠가 똥을 찾는다. 똥은 다시 새로운 생명이 되어 자연의 일부로 순환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이 모두 똥?!)

똥을 소재로 한 동화는 아이들이 흥미를 끌기에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흥미에만 치우친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 마음속에 남아있기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동화집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똥의 이면을 생각하게 함으로써 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확장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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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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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한동안 너무 힘들었다. 얼마나 겉잡을 수 없이 맘이 떠돌았던지...... 잎새의 삶이 안이하고 단조로운 내 삶을 마구마구 비웃어주는 듯해서 난 정말이지 내 자신이 초라하고 미워지기까지 했다. 지금 내 모습을 비유하자면 딱 철망에 갇혀있는 잎새의 모습이다. 철망 속에서 마당의 삶을 동경하고, 자신이 낳은 알을 품어 보고 싶어하지만 난 잎새처럼 안전한 삶을 이탈해서 내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만한 용기는 없다. 난 너무나 겁쟁이에 맘까지 여려서 지금 내가 부여안고 있는 고민들조차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 해 항상 혼자서 징징거리고만 있는데 그런 내게 잎새의 용기는 너무나 큰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지만(없는 사람도 있을까?) 그 꿈을 적극적으로 실현시켜 나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기의 주어진 삶에서 적당히 손쉽고 빠른 길을 택해서 가려고만 할뿐 이루기 힘들고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일은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린다. 보통 용기가 아니라면 지금의 편한 삶을 박차고 나가긴 힘들다. 하지만 잎새는 용감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세상에 당당히 맞선다. 스스로 자신에게 이름까지 붙인 잎새를 보며 자신만의 강렬한 꿈을 지닌 자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 또한 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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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반양장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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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라는 작품의 제목은 참 많이 낯익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실제로 읽어본 것은 대학교에 와서 였다. 나는 몽실 언니를 읽고 여러모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권정생 선생님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 이 작품은 해방이 되고 난 이후의 사회상을 몽실이라는 인물을 통해 놀랍도록 구체적이고 가슴 아프게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몽실이가 왜 그렇게 우리들에게는 힘겹게만 보이는 삶을 묵묵히 걸어갔을까? 모든 것을 몽실이 말대로‘팔자 탓’으로 돌려버렸기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팔자 탓만 했다면 몽실이처럼 열심히 삶을 살아가지는 못 했을 것이다. 몽실이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도 그 어떤 희망을 찾아가며 삶을 살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여 삶을 꾸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두운 한 시대를 살았던 한 어린 인물이 우리에게 준 이미지는 당 시대 상황에 대비되어 더욱 크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난 몽실 언니가 준 그 이미지를 희망이라고 부르고 싶다. 몽실언니에게 길러진, 몽실 언니를 보고 자란 많은 사람들에게 몽실 언니가 준 희망이라는 작은 새싹.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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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한다
베티나 슈티켈 엮음, 나누리 옮김 / 달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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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의 질문은 아주 간단하게 시작한다. 우리는 왜 학교에 가야 하는가... 왜 남자와 여자가 있는가등 우리가 어릴때 한번쯤은 가져보았음직한 질문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

질문은 아주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아주 전문적이다. 이 책의 진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궁금증을 전문적으로 근거를 들어가며 논리적으로 습득이 되도록 적어놓았다. 게다가 전문적으로 설명을 해 놓았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하고 단순한 비유를 들어서 설명해 놓았다. 이 책의 더 큰 진가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내가 가진 작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읽어도 좋고, 아이들이 하는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하여 읽어도 좋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아주 작은 것들에서부터 커다란 철학적 의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변의 작은 현상들로부터 그 뒤에 숨겨진 하나의 근본적인 원리나 법칙을 발견해내기 위해 읽는 다면 이 책을 읽는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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