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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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흰둥이가 골목길 담 밑 구석에서 똥을 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곳에서 잔뜩 웅크리고 똥을 누고 있는 강아지 흰둥이의 모습이 무척 귀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귀여운 강아지가 눈 '강아지똥'은 '더럽다'는 이유 하나로 구박받는다.

강아지똥은 서러운 마음에 여러번 눈물을 흘린다. 생명력이 부여되어 울고 있는 작은 강아지똥의 모습이 무척 애처롭고 불쌍하다.

꽃'을 피운다는 민들레를 바라보는 강아지똥의 모습에 부러움이 가득하다. 곧이어 강아지똥이 거름이 되어주어야 별처럼 고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민들레의 말에 기뻐하며 민들레를 온 몸으로 꽉 껴안는 강아지똥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이 동화책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나를 필요로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이 세상의 누구든 그 존재의 가치가 있으며 존재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 누구든 세상 어느 곳엔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곳이 있다는 사실. 우리 아이들이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많은 아이들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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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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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의 이 책은 서문에서 작가 자신이 말했듯이 '저마다 하나의 가정을 극단까지 몰고 갔을 때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나도 가끔씩 '어딘가에 과거의 나, 미래의 나가 지금의 나와 비슷한 혹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가지고 살아갈텐데 베르나르는 그의 상상력의 폭을 훨씬 넓혀서 기발한 여러 단편을 구성해 냈다.

『어린 신들의 학교』- 신이라 해서 완벽한 것이 아니라 신도 우리들처럼 공부하고 노력하고,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것을 보니 신들이 참 친근하게 느껴졌다.

『수의 신비』-지식으로 계급(?!)이 결정되는 사회를 나타내고 있다. 세상에는 20 이상의 수는 없다고 믿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보며 어떤 면에서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의 범위가 내가 가진 지식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처럼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시선을 빌어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유익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을 하게 해준다. 객관적으로(?!) 인간에 대해 분석해 놓은 글을 읽으며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으나(어쩌면 이런 과장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지 않는 인간 특성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단순한 동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캉스』- 우리가 한 번즈음 생각해 봤음직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대하여 묘사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어쩌면 미래인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완전한 은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인간 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이 외에도 모든 작품들이 단편의 묘미인 긴장감과 반전이 살아있어서 흥미를 잃지 않고 많은 이야기들을 금새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재미있고 가볍지만 어딘가에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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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1 - 비전(VISION) 편
강헌구 지음 / 한언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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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꼴찌의 성적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내겐 너무나도 간절했던 목표를 가지고 3년을 공부해 졸업 당시 반에서 1등을 했던 나.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이젠 그토록 원하던 선생님이 된 나.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 지난 시절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힘든 순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은 내겐 너무나 소중했던 '선생님이 되고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가 떠오른다. 중학교 때까지 집안 형편을 핑계로 아무런 꿈도 없이 놀기만 하던 나였기에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성적이 좋지 않아 ‘과연 이래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내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내 꿈에 대한 열정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학교에 계신 모든 선생님이 놀라실 정도로 성적은 수직상승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 인생에 확고한 비젼과 목표가 있다면 내가 하지 못할 것이 없다’라는 사실.. 그리고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것.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선생님이 되었다고(?! 물론 아이들을 향한 교사의 사랑은 대체로 짝사랑인 경우가 많다..ㅠ.ㅠ) 나름대로 자부하는 지금. 불과 1년 전의 학생이었던 나와 작년까지 가지고 있던 꿈을 어느 정도 이룬 선생님이 된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많이 나태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끔씩 ‘앞으로 무얼 더 하고 싶은가?’하며 내 미래를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지금처럼 계속 선생님이겠지?’하는 막연한 생각만 들뿐.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젠 내게 ‘구체적으로 어떤 선생님이 될것인가?’에 관한 비젼을 떠올려보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내 인생의 또 다른 부분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덧붙여 ‘비젼 있는 자가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직 꿈과 비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의 표지에는 '10대에 이미 인생의 반이 결정되고, 20대에 그 성패가 가름난다.'고 했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이 책의 메시지가 주는 울림은 크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 자체는 계기만을 제공해줄지도 모른다. 비젼의 중요함을 제시할 뿐 자신만의 비젼을 떠올리고 그에 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은 책을 읽는 개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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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 설렘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파멜라 심스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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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말이 없는 한 아이가 있었다. 숙제도 해오지 않고 일기도 써오지 않는. 수업시간에 발표를 시켜도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다른 아이들이 하는 거의 모든 활동에 아무런 참여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 초임이기에 그런 아이를 대하는 나의 마음은 온통 당혹감뿐이었다. 어린 나이에 이 세상을 포기한 듯이 살아가는 아이의 태도......그런 아이에게 나는 남다른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도 다정하게 이름을 많이 불러주고, 눈이 마주치면 활짝 미소지어주고,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많이 먹으라는 말을 해주었다. 숙제 안 해온 사람은 남아서 다하고 가라는 핑계로 아이를 학교에 남겨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노력도 했다. 조금씩 나와 친해지긴 했지만 아이는 쉽게 전의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여전히 수업시간에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내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그때 내 기분은 정말 암담했다. 그때 나는 아이들 모두가 매 수업시간에 항상 완벽한 태도로 내 수업에 집중해주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삼았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그 아이때문에 많은 시간 고민했고, 마음 아파했으며, 힘들어했다. 정말 '허공에 성을 쌓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했다.

아이의 자리를 내 책상 바로 옆에 옮겨놓고 심부름도 많이 시키고 꾸준히 지켜보고 대화하며 항상 내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많은 시간을 그 아이와 함께 하면서 나는 아이가 가진 상처를 알게 되었으며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선 누구보다 훌륭한 그 아이의 재능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아이에게 거의 모든 시간 내게 주의 집중하라고 다그치지는 않는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그 아이를 사랑하고 인정해줄뿐이다. 나 역시 그 아이를 통해 많이 변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아이들이 가진 공통점보다는 아이들 각자의 차이점과 개성을 보고자 노력한다.

아이에게 좀더 자유를 주면서 아이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 내 마음을 아이도 조금 느끼는지 요새는 숙제도 제법해오는 편이고 내가 미소를 지으면 아이도 내 두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수줍은 미소로 화답할 줄 안다. 여전히 수업시간에 정신을 놓고 있을 때가 많지만 나 역시 그런 아이에게 다그침보다는 여유로운 농담을 건네며 그 아이가 내 수업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짧지만 내가 교단에 들어선 지난 몇개월동안 내가 겪은 일들을 되돌아볼때 이 책은 어느 한 부분 내 가슴에 와닿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이렇게 평범한 진리들을 깨닫기까지 아이들을 통해 참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던가!

이 책은 내게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고, 믿을 수 있게 해준 참 좋은 설레임으로 다가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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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고은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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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넷.지금껏 주변에서 사람들이, 친구들이 사랑때문에 행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사랑한다는 이유로 결혼을 한 친구도 있다. 참 무모해보였던 친구의 결혼. 역시 '스스로의 경험을 넘어서는 사랑은 어차피 이해될 수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주인공 오민영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누군가를 통째로 받아들이려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가슴을 열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본성인지 모르겠다고. 지난 날 나 자신의 껍질 속에만 숨어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려하면 차갑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곤 했던 내 모습이 왠지 자꾸 그녀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고 가벼운 친구 이상이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던 나. 누군가에게 집착하고, 구속하는 것. 그로인한 고통을 두려워하고 사랑의 순간적 속성과 사랑이 남기는 상처만을 두려워한 나머지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한 거리만을 허락했던 나. 이 소설을 통해 사랑에 대한 그런 두려움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일정부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민영이나 서인, 유진이 모두 그러했으니까. 그들을 통해 나는 세상에 나 자신만이 겁쟁이가 아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사랑의 실체가 비록 '돌멩이'와 '모래언덕뿐'일지라도 이제는 나 역시 신유진처럼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믿듯이 사랑을 믿는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겠다. 그러므로 피할 수 없다. 나는 그를, 나를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피하지 않을 것이다. 떠나는 것 못지 않게 머물러 있는 것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 나 자신을 마주보는 지금이야말로 내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다.

아! 내게 과연 사랑은 어떤 종류의 현기증으로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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