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넷.지금껏 주변에서 사람들이, 친구들이 사랑때문에 행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사랑한다는 이유로 결혼을 한 친구도 있다. 참 무모해보였던 친구의 결혼. 역시 '스스로의 경험을 넘어서는 사랑은 어차피 이해될 수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주인공 오민영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누군가를 통째로 받아들이려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가슴을 열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본성인지 모르겠다고. 지난 날 나 자신의 껍질 속에만 숨어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려하면 차갑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곤 했던 내 모습이 왠지 자꾸 그녀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편하고 가벼운 친구 이상이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던 나. 누군가에게 집착하고, 구속하는 것. 그로인한 고통을 두려워하고 사랑의 순간적 속성과 사랑이 남기는 상처만을 두려워한 나머지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한 거리만을 허락했던 나. 이 소설을 통해 사랑에 대한 그런 두려움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일정부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민영이나 서인, 유진이 모두 그러했으니까. 그들을 통해 나는 세상에 나 자신만이 겁쟁이가 아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하지만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사랑의 실체가 비록 '돌멩이'와 '모래언덕뿐'일지라도 이제는 나 역시 신유진처럼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믿듯이 사랑을 믿는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겠다. 그러므로 피할 수 없다. 나는 그를, 나를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피하지 않을 것이다. 떠나는 것 못지 않게 머물러 있는 것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 나 자신을 마주보는 지금이야말로 내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다.아! 내게 과연 사랑은 어떤 종류의 현기증으로 다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