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큐는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의 참상에 대한 신속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사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사적 안목을 넓혔다는 점에서 정보성과 시의성이 돋보인다. 또한 이 유혈 참극에 있어서 미국의 역할을 규명하고, 석유자원을 둘러싼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연방 독립국의 정치 경제적 현실을 조명한 부분 또한 논리성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이 다큐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인터뷰의 효과적인 사용에 관한 것이다. 다큐의 전체적인 얼개는 인터뷰가 내레이션에서 제기한 문제와 의문들에 대해 효과적인 답을 주고, 인터뷰에서 제기된 문제는 내레이션으로 설명해주는 반복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방식은 시청자가 주제에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인터뷰 대상자의 선정인데 전문가와 전직 관료, 사태 피해자들의 인터뷰는 나름대로 적절했다는 판단이다. 또한 시사 다큐의 특성을 살려서 사태와 관련하여 보도된 TV 자료를 배치한 것도 다큐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에 기여했다고 본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에는 몇몇 허점들이 보인다. 그것은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보다 다양하고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석유와 미국, 연방국의 민주주의 혁명과의 관련성이 지나치게 부각되어서 다른 측면을 살펴보는 데는 소홀했다는 인상을 준다.
5월 23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강병태 칼럼은 이 다큐가 간과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미국이 러시아, 중국과의 영향력 경쟁과 관련, 이미 카리모프 정권과 노골적으로 갈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역의 미국 세력 확장에 맞서서 중국과 러시아가 조직한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의(SCO)가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렸다. 여기서 러시아는 우즈벡과 전략적 동반관계를 맺었고 이를 통해 우즈벡의 석유 공급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다음달, 미국과 유럽은 우즈벡의 인권상황을 이유로 경제 원조를 동결했고, 이를 통해 미국은 카리모프 정권의 붕괴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다큐에서는 미국이 카리모프 정권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만을 부각시켰고, 우즈벡 정치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끝부분에서야 중국에 관한 부분이 다루어지긴 했지만 사실 그 부분은 다큐에서 계륵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생뚱맞다는 인상인 것이다. 그러한 인상을 주게 된 것은 우즈벡과 주변국 사이의 유기적 연관관계에 대한 파악 없이 슬쩍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디잔 지역의 소요 사태에 정체불명의 무장세력이 끼어들어 교도소와 정부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임에도, 다큐는 수감된 사업가 아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테러조직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인터뷰는 어디까지나 사실 확인의 단서가 될 수 있을 뿐이지 그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제작진의 철저한 자료 조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었다.
시사 다큐가 시의성과 신속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시청자들의 정확한 이해와 판단을 위해 면밀하고 정확한 자료 분석이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현장 보고> 우즈벡 유혈 사태, 그 진상은?”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자세와 안목으로 이러한 다큐를 제작, 편성한 방송사의 노력이 보다 치열하고 정교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