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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 절망의 섬에 새긴 유배객들의 삶과 예술
이종묵.안대회 지음, 이한구 사진 / 북스코프(아카넷) / 2011년 8월
평점 :
오래전에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낙심하고 있었을 때, 친구가 휴대폰 문자로 보내준 글귀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하늘이 큰 일을 맡기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시련과 고통을 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겪었던 어려움은 위인이 겪는 그런 것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글귀만큼은 마음에 큰 위로가 된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유배"라는 역경에 처했던 사람들이다. 그 역경의 길고 짧음이나 정도의 차이는 사실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것을 이겨내고 그 후에 입신양명을 했느냐의 여부도 내게는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 역경 자체,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가 더 흥미롭다.
어떤 이는 울분을 이기느라 술을 벗삼아 무수한 시편을 남겼고, 또 어떤 이는 눈부신 학문적 업적을 이루어냈다. 누군가는 유배에서 풀려나 정승의 반열에 올라 천수를 누리기도 하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유배지에서 비참한 생을 마쳤다. 그들이 유폐의 시간동안 이루어내었거나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시기의 삶도 인생에서는 "살아있는 소중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순간의 경험이야말로 새로운 삶에 대한 발견의 여정과도 맞닿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발견의 여정에 충실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깊은 울림을 남겼다. 유배지 흑산도에서의 시련과 고통을 학문으로 승화시킨 정약전은 그것을 증명한다.
밤늦게 몇장 보려고 펼친 책을 끝까지 다 읽게 만든 데에는 이 책에 실린 아름다운 사진들도 큰몫을 했다. 오랜 세월의 내공이 느껴지는 사진들은 직접 그곳에 가보지 못하는 이들의 눈을 호사시켜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