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엄기호, 하지현의 공부중독을 읽었다공부중독에 관해 사회학자와 정신과전문의가 대담형식으로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하고 공부만 인정한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고 그런 문제들을 분석하는 내용이었다.공부중독된 사람들의 해독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늘 교육서를 읽을때마다 내가 어쩔 수 없이 주시하게 되는 부분인데 이 책에서도 특별히 귀에 들어오는 답을 내놓고 있진 않았다. 특히 공부 중독에서 떨어진 학생들이나 뒤늦게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대학에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혔는데대학을 가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직업훈련원 같은 곳이 직업이란 이름하에 하기 싫은 공부를 연장하고 있는것보다 진정한 앎에 대한 호기심을 공부 하는 것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지혜로워지는 것으로 바꿔내야 한다는 분석이 명쾌했고 나이가 들어 깊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더 공부 할 수 없는 여건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을 늘려 계속되는 공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고 말하고 있다.교육행정가, 정치가, 교사들과 교수들 학생들 전방위 대단위로 모여 대토론을 거쳐도 결론이 안 날 문제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사회가 계속적으로 이 문제를 깊이 고민 했으면 좋겠다.아이들도 어른들도 살아낼 방법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18. 잉엘만 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를 읽었다.스웨덴 소설이라 이름이 어려웠는데 별명으로 쓰인 갈퀴,천재인 남자 노인 두명과 안나그레타, 스티나, 메르타의 할머니 세명이 모여 악명높은 다이아몬드 요양원을 나와 차라리 감옥에 가자는 결심을 하고 감옥에 가기 위한 범죄를 일으킨다는 내용의 책이다.메르타는 팔십이 넘은 할머니로 연금으로 요양원 생활을 하는데 밖으로 나가지도 먹을껄 제대로 주지도 않고 산책 시간도 없이 8시만 되면 자러가야하는 요양원 생활이 티비에 산책시간에 운동시간까지 있는 감옥이 차라리 비용도 덜들고 시설도 깨끗하다는 생각에 미쳐 죄를 짓기로 한다.평생 선량하게 살아온 이들이라 범죄는 쉬운게 아니었지만 평소 탐정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덕분에 메르타 할머니는 이것저것 잘 만들어 내는 천재 할아버지와 탈출을 계획하게 된다.감옥으로 가자는 계획을 위해 탈출하기에 세명의 노인을 설득해 노인강도단을 만든다. 첫번째 사건은 자신들이 탈출해서 투숙하게된 그랜드 호텔의 노인들의 값나가는 장신구 같은걸을 훔쳐오는 일을 벌이는데 사소한 사건들로 일에 성공을 하지만 큰 범죄효과가 없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탁탁 맞아 떨어지듯 생기는 일마다 기발하고 재미가 있었다.그래서 두번째로 제대로 벌인 일은 호텔옆의 국립박물관의 그림을 유괴하는 일로 모네와 르네와르의 작품 두점을 보행기에 모른척 갖고 온다는 허술한 계획아래 그럴듯한 연극을 하게된 결과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오리무중 범죄에 성공하게된다ㅡ그림값으로 천만크로네를 받아내는데 성공하지만 받으러 간 여행지에서 그만 오백만크로네가 든 여행가방을 잃어버리게 되고 호텔에 가짜그림을 덮어 그려 걸어둔 그림 두점 역시 호텔 청소부의 우연한 청소로 다른그림으로 대신 걸리게 된다.졸지에 그림도 잃고 돈도 잃은 노인강도단은 자수를 하고 진짜 감옥에 가고 이후의 감옥에서의 각종 정보들에 숙련되어 현금수송차량 탈취 범행을 해내는데 성공한다.카리브해를 유유히 가게 되는 과정이 이리 허술한데도 80넘은 노인들을 잡지 못하는 경찰들때문에 웃기면서도 답답하고 늘어지기도 했다.또 한편으론 북유럽인데도 이렇게 노인문제가 예상밖으로 심각하게 다가오는데 아무런 준비 없는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쩔거란말인가 하는 걱정도 하게되고, 유쾌하게 그려낸 이 소설과 달리 심각했던 일본소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생각하네의 노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17. 이상훈의 한복 입은 남자를 읽었다예전에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 상인 역시 3권으로 됐던 책으로 부제가 한복 입은 남자 였던거 같다 . 그래서 이 책은 책갈피만 갈아 입은 개정판인줄로만 알고 뒤늦게 왜? 했더니 작가가 달랐다. 그런데 루벤스가 그 시절에 조선인을 그린건 정말이지 신기하긴 하다. 학계의 정설은 일본에 의해 끌려간 노비가 외국으로 가게됐다 로 알려져 있다는데그런 사실을 뒤로하고 팩션을 이끄는 장치들이 여럿 있었다. 조선 초의 한복의 복식에 대한 연구 자료가 모이고 정화라는 명나라의 항해가와 더불어 세종시절의 천재 장영실이 이야기로 엮어진다.사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장영실이 이탈리아의 다빈치의 스승일 수도 있다는 견해가 그럴듯하게 읽혔다. 꽤 두꺼운 분량도 소설속 피디의 친구가 번역해내는 옛 장영실의 비망록을 따라감이 마치 독자가 장영실의 일년일년을 같이 밝혀내는 기분을 들게했다.비천한 관기의 아들로 태어난 노비 장영실이 동래현에서 수차를 만들어 가뭄을 해갈하고 여러 발명품들로 세종에게 총애를 받아 대호군이란 종3품의 벼슬에까지 이른다. 명나라 유학길을 몇번이나 오르며 서양바다길을 6번이나 오간 정화 대장을 만나 교류하게 되는데 그 만남이 나중에 죽음에서 살아지게되는 끈이 된다.측우기 물시계 해시계도 중요한 발명품이지만 책에서 중요했던 건 신기전과 칠정산으로 그발명으로 인해 명나라에 쫓기게되고 결국 장영실이 임시로 만든 가마가 부서져 세종이 낙상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장영실은 역사 실록에서 조차 사라진다. 실록은 조정의 관리들의 죽음일시등이 정확한데 반해 장영실은 노비이지만 세종의 총애를 받았고 종3품이란 높은 벼슬까지 했음에도 갑자기 사라진 연유를 소설에서는 세종이 일부러 사건을 만들어 탈출하게 한건 아닐까 로 썼다.정화와 함께 갖은 고생끝에 도착한 유럽에서 교황을 만나게 되고 동양의 문물과 기술을 합함으로써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이르는데 아직 갈릴레오도 나오기전 세상의 중심은 지구이고 지구는 끝에 엄청난 절벽이 있을꺼라 믿던 중세의 로마인들은 한낮 동양 사람하나가 떠드는 소리에 사탄이 왔다는 말까지 하기에 이른다.이른바 르네상스가 시작될 무렵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게되고 어린 다빈치를 알아 스승으로서 알고있는 지식을 전수하게 되는데실제로 다빈치의 비행기 설계도나 시계 화포의 스케치가 장영실이 만들어낸 것과 너무나 비슷한것이다. 과연 다빈치는 장영실을 배웠을까.. 소설을 읽고나면 진짜 그럴지도 모를 일이지 하게된다.
16. 박경리의 토지 3권을 읽었다.3권은 망해가는 나라와 함께 망해가는 평사리와 참판댁을 비추었다. 2권에서 사건을 도모한 김평산 칠성이는 살인을 교사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하고 귀녀는 임신한채로 사형기일이 늦춰져 강원도로 사냥간 강포수를 뒤늦게 만나고 아들을 낳아주고 죽는다.조준구의 마수가 삼월이를 덮치고 참판댁 재산을 넘보기에 이르는데 그 사이 호열자라는 전염병이 돌아 서희를 돌보던 봉순네와 김씨 윤씨부인이 죽는다.길상과 서희 용이도 돌림병에 걸리지만 살아남고 보리흉년을 맞는다. 마을은 조준구와 홍씨부인의 행패로 흉년에 굶어죽는 사람들이 전염병때 만큼 늘어난다.월선이는 강원도로 친척되는 할아버지를 따라가 주막을 하며 돈을 모아와 다시 평사리로 돌아와서 용이를 끝내 다시 만나게 되고 아들을 원하는 틈에 살인자의 아들로 때만 되면 동네로 떠돌아 오는 한복이를 같이 살게 해주려한다.강천댁은 용이와 맨날 푸닥거리중에 전염병때 죽고 칠성이 아내 임이네가 걸식을 하다하다 다시 동네로 돌아와 용이에 안겨 아들을 낳아준다. 두만네 개똥네 윤보 영팔이 서서방 김훈장...등등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중인데도 돌아돌아온 한보를 밥풀이나마 숟가락 떠먹여주는 동네인심 같은거아무도 장사쳐주러 오지 않는 강천댁과 목맨 함안댁 시신을 염해주고 무덤 떼입혀주는 동네 어른들을 잊지않겠다고 열살짜리가 마음먹는 일 같은게읽으면서 내도록 한스럽고 사무치고 눈물 훔치게 했다 .
15.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었다. 재밌고 웃기고 즐겁다. 작가가 오로지 글쓰는 쾌감을 향해서 썼다고 했는데 그럴만하게 휘루루룩 읽을 수 있었다. 한국소설들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싶은 것이 연타석 삼루타를 날려주고 있다. (홈런까지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오버하는거같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어떻든간에 어떤 이야기든 소설안에 있으면 그럴듯하게 독자를 속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20년씩 살고 환생하는 학생 이야기를 떡하니 대놓고 해도 그 애가 요괴(젤리)들이 나타날때마다 환생해서 그것들을 씹어먹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어어 그래 그럴 수 있겠다 정도로 믿게 해야된다고는 생각한다. 그런게 책의 진실성만큼이나 책이 가진 또다른 상상의 힘을 만들어 내고 그런 속에 또다른 진실이 생겨나는거 아닐까. 그래야만이 이야기가 즐거울 수 있고 심각해질 수 있으며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면에서 작가는 배우이기도 하고 의사이기도 하고 코미디언이기도 하며 경찰같기도 하다. 암튼지간 나는 시시콜콜 다 설명하듯 말해도 그 진실속에 있는 색다른 포장이 작가들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작가가 경험에 의해서든 취재에 의해서든 상상에 의해서든 포장의 개수가 수없이 샘솟는 작가가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순전한 나만의 생각이지만 아무런 상상 없이 쓴 밋밋한 글보다 이런 만화같은 안은영을 만들어낸 작가를 다시 보게 된다. 분명 앞으로도 나를 웃기게하거나 울릴 작가인 것같다. 안은영은 욕을 잘 한다는데 아우 이런것도 처음부터 웃겼다. ㅋㅋㅋㅋ나는 속으로 중얼중얼 하는것도 욕을 잘 못 하는게 문젠데 안은영은 거침 없다. 멋지다. ㅋㅋㅋ거기다 사람들이 못 보는 것들 한없이 봐서 피곤한 인생이다. 그럼에도 뒤로 돈벌궁리를 안하고 가감없이 부자나 가난하나 다 살펴준다. 도깨비에서는 도깨비가 신도 만나기도 하던데 안은영은 신도 뭐도 없이 보상하나 없는 일에 매번 전력질주 한다. 간호사를 하다 지치고 지쳐 학교때 따둔 보건교사 자격증을 써서 M고교에 부임하는데 사립고교 손자인 이 학교 한문선생에게서 샘솟는 맑은 기운을 에너지 삼아 학교의 각종 젤리들을 하나씩 물리치는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어이없는 죽음에서부터 억울한 죽음 또는 원한이 있는 죽음의 혼들이 몽글몽글한 학생들을 정신없게도 하고 도둑질을 하게하고 덧없는 짝사랑에게도 빠지게 한다. 열편의 내용마다 독특한 사연들에 빠져들게 되는데 비비탄총이랑 플라스틱칼을 들고 젤리들을 없앤다고 허공에다 휙휙 휘둘러대는 안은영을 상상해볼때마다 너무 웃긴데 안쓰럽고 해서 자꾸 다음 사연이 궁금해지는 연속 효과가 나타난다. 참 멋도 없고 젤리들 물리친다고 바빠 예쁜말 할 줄도 모르는데 한문선생의 맑은 기운은 손을 잡아야지만이 에너지가 충전되고;; ㅋㅋㅋ 아 이런 설정도 귀엽고;; 책 속에 나오는 각종 주인공들은 작가의 지인들의 이름을 빌려오고 ㅋ지인들의 이름에 감사의 말을 하는 것으로 맺음말을 썼다. 아 이런 것도 너무 재밌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