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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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었다.  
 
재밌고 웃기고 즐겁다.
작가가 오로지 글쓰는 쾌감을 향해서 썼다고 했는데 그럴만하게 휘루루룩 읽을 수 있었다. 한국소설들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싶은 것이 연타석 삼루타를 날려주고 있다. (홈런까지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오버하는거같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어떻든간에 어떤 이야기든 소설안에 있으면 그럴듯하게 독자를 속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20년씩 살고 환생하는 학생 이야기를 떡하니 대놓고 해도 그 애가 요괴(젤리)들이 나타날때마다 환생해서 그것들을 씹어먹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어어 그래 그럴 수 있겠다 정도로 믿게 해야된다고는 생각한다. 그런게 책의 진실성만큼이나 책이 가진 또다른 상상의 힘을 만들어 내고 그런 속에 또다른 진실이 생겨나는거 아닐까. 그래야만이 이야기가 즐거울 수 있고 심각해질 수 있으며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면에서 작가는 배우이기도 하고 의사이기도 하고 코미디언이기도 하며 경찰같기도 하다. 암튼지간 나는 시시콜콜 다 설명하듯 말해도 그 진실속에 있는 색다른 포장이 작가들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작가가 경험에 의해서든 취재에 의해서든 상상에 의해서든 포장의 개수가 수없이 샘솟는 작가가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순전한 나만의 생각이지만 아무런 상상 없이 쓴 밋밋한 글보다 이런 만화같은 안은영을 만들어낸 작가를 다시 보게 된다. 분명 앞으로도 나를 웃기게하거나 울릴 작가인 것같다.  
 
안은영은 욕을 잘 한다는데 아우 이런것도 처음부터 웃겼다. ㅋㅋㅋㅋ나는 속으로 중얼중얼 하는것도 욕을 잘 못 하는게 문젠데 안은영은 거침 없다. 멋지다. ㅋㅋㅋ
거기다 사람들이 못 보는 것들 한없이 봐서 피곤한 인생이다. 그럼에도 뒤로 돈벌궁리를 안하고 가감없이 부자나 가난하나 다 살펴준다. 도깨비에서는 도깨비가 신도 만나기도 하던데 안은영은 신도 뭐도 없이 보상하나 없는 일에 매번 전력질주 한다.  
 
간호사를 하다 지치고 지쳐 학교때 따둔 보건교사 자격증을 써서 M고교에 부임하는데 사립고교 손자인 이 학교 한문선생에게서 샘솟는 맑은 기운을 에너지 삼아 학교의 각종 젤리들을 하나씩 물리치는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어이없는 죽음에서부터 억울한 죽음 또는 원한이 있는 죽음의 혼들이 몽글몽글한 학생들을 정신없게도 하고 도둑질을 하게하고 덧없는 짝사랑에게도 빠지게 한다.  
 
열편의 내용마다 독특한 사연들에 빠져들게 되는데 비비탄총이랑 플라스틱칼을 들고 젤리들을 없앤다고 허공에다 휙휙 휘둘러대는 안은영을 상상해볼때마다 너무 웃긴데 안쓰럽고 해서 자꾸 다음 사연이 궁금해지는 연속 효과가 나타난다.  
 
참 멋도 없고 젤리들 물리친다고 바빠 예쁜말 할 줄도 모르는데 한문선생의 맑은 기운은 손을 잡아야지만이 에너지가 충전되고;; ㅋㅋㅋ 아 이런 설정도 귀엽고;;  
 
책 속에 나오는 각종 주인공들은 작가의 지인들의 이름을 빌려오고 ㅋ지인들의 이름에 감사의 말을 하는 것으로 맺음말을 썼다. 아 이런 것도 너무 재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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