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분량이 많아 오래걸리긴 했지만 40년대의 뉴욕의 풍경을 조금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말괄량이 비비안이 바사대학에서 낙제하고 고모가 운영하는 극장으로 가게되고 어릴적 할머니께 배운 바느질로 공연의상을 손봐주는 일을 맡게된다.극장이라 하지만 낡고 초라한 건물인 릴리플레이하우스는 그때 그때 올릴 수 있는 짧은 공연들로 유지를 해가는데 배우들도 쇼걸들도 박리다매에 익숙해있다. 페그고모의 옛친구인 에드나가 그의 젊은 남편과 함께 전쟁속 영국을 떠나 친구 곁으로 오며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에드나는 매력적인 배우로써 릴리하우스가 성에 찰리 없지만 페그고모가 자기 집을 내주며 애써준점을 생각해 릴리에서 공연을 함께 하기로 한다. 에드나가 함께 하기로 한 공연은 시티오브걸 이라는 극으로 페그고모의 전남편인 빌리가 글을 쓰고 연출을 맡는다.공연이 만들어지는 무대 뒤의 과정들이 자세하게 그려지는 점이 정말 좋았는데 40년대라고 하지만 지금의 무대라도 그 열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비비안은 술에 취하지 않은 날이 없을정도로 젊음을 낭비하며 보내는데 그러다 만나게된 공연의 남자주인공 안소니를 사랑 하게된다. 오해와 질투가 생기고 춤추러 갔던 셀리나와 함께 에드나의 어리고 잘생긴 남편인 아서에게 키스를 한다. 또 하필 그 장소가 나이트였고 사진기자에 의해 유명한 칼럼기자에게 기사로 뿌려지는 사실을 알게된다. 겨우겨우 기사에서 이름을 지우며 혼쭐나서 고모의 극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오는데 군대에간 오빠 월터가 부하의 차를 얻어타고 와서 집으로 데려다주며 차안에서 온갖 모진 말로 그녀를 꾸중한다.비비안이 그때의 운전사부하였던 프랭크의 딸 안젤라에게 보낸 이 편지글에서 프랭크와의 이야기는 그리 크지 않다. 미국이 이긴 전쟁이지만 일본의 가미카제식 공격으로 폭발한 배에서 튕겨져나간 프랭크는 목숨을 잃은 월터와 달리 온 몸에 화상을 입고 이후 통증으로 죽을 때 까지 누구와도 접촉할 수 없고 갇힌 공간에는 잠시도 있을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게된다. 차안에서 창녀라고 비난했던 소녀에게 사과하고자 찾아가고 둘은 이후 자신의 이야기들을 다 쏟아내고 들어주는 특이한 친구관계가 된다.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는 고만고만 좀 지루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한 여자의 인생을 주룩 같이 살아낸 기분이다. 특히 스무살초반의 비비안 이야기에 집중됐는데 불편할수도 있는 경험까지 자세히 밝힌데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그의 딸에게 자신의 존재를 오롯이 설명하며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채를 보여주려함에는 자신의 스무살을 그리워함은 있지만 자신의 삶이 부끄러울것도 없고 또 당당할것도 없다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기억될 사람이고 존재감 있던 사람이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같다. 그러면서 89세 비비안은 나이들어 곁의 좋은사람들이 떠나는걸 보는건 외로운 일이라며 그만큼 나이가 들었을 안젤라에게 그럴때 생각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친구가 되달라는 말을 건네며 끝난다.내가 가진 미국에 대한 이미지는 흥청망청의 형태로 라스베이거스 나 브로드웨이 헐리우드의 조명들로 채워져있는데 어쩌면 전쟁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군인 역시 미국의 이미지인것도같다. 그런 미국의 지나간 풍경을 스치면서 볼 수 있어 그게 이상하게 계속 기억에 남고 이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