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 부서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결국엔 좌절되었다.

이 기관에서 내 전공을 제대로 살릴 길은 다른 팀 차출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거의 그렇게 될 것으로 믿었는데.  새로 온 원장과 소장의 입김으로 낙하산이 떨어졌다. 

아침 내내 우울했다. 올해도 이 부서에서 일해야 한다니..  솔직히 몸은 편하다. 나처럼 칼퇴근 잘 하는 내 또래 직장인들은 별로 없을테니 말이다. 일 또한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워낙에 모든 일을 내 일처럼 하는 팀원 덕에(때문에)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은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그게 다인가? 어렵더라도 새로운 일을 맡아서 책임지고 도전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올해도 웰빙 모드로 쭈욱 가야겠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잘 세워서 시간을 의미있게 써야지.. 올해는 논문에도 도전하련다.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말이지..

그렇지만, 이미 내정되었다고 생각했다가 낙마하는 그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차라리 희망을 주질 말던지...

하기야 지금 내가 이렇게 푸념할 때가 아니지.. 사람이 참 간사하다고, 지난 연말 전체적으로 30명이나 짤랐는데, 그 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 것에 대해 안도를 넘어 고마워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날 짜르지도 않았겠지만 짤랐더라도 얼씨구나 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금의 나는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옳은 방향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갈길을 내가 결정하지 못하고 남의 힘을 빌어야 하는 이 처참한 기분이란...  내가 점점 타협하고 있다는 생각, 아니 적당히 안주하며 생활속에 파묻혀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탈피할 수 있을까?

 

제길, 올해 우리 팀원 7명 중 남자는 나 달랑 하나다. '차언니' 소리 들으며 올해도 열심히 적응해야겠다. 그런데 사실 90% 이상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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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1-04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언니라는 호칭에 적응했다는 말씀? ^^ 바라던 차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속상하시겟지만 웰빙 모드로 가시면서 논문도전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음.. 그나저나 낙하산 인사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디...)

물만두 2006-01-0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언니~ 오... 적응 잘 하시길...

세실 2006-01-0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여직원과 부드럽게 지내시는 것도 큰 플러스 요소입니다.
언젠가는 진주를 알아볼때가 올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아자 아자~
호혹시...서림님 혈액형은???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신것 같아서...쌩~~~

엔리꼬 2006-01-0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감사합니다.. 물론 호칭에 적응했죠.. 우리 부서엔 대신 '조오빠'도 있어요. 저랑 완전 반대!
물만두님.. 적응이야 이미 잘 했죠.. 그런데 작년엔 그래도 한 분이 계셨는데, 올해는 한분도 안계심이네요..
세실님.. 어디에 플러스가 된다고 보시는지는 모르지만 출세에는 도움이 별로 안되더군요.. 물론 저는 출세는 별 관심이 없어서 이런 웰빙이 좋지만서요..
아, 그리고 대학때 학점과 혈액형이 비슷해요. B+

LAYLA 2006-01-0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논문 쓰시고 내년엔 원하시는 부서로 가시면 멋지겠는걸요..^.^ (저에겐 이게 더 좋아보여서요 ㅋㅋ ^^)

moonnight 2006-01-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하산은 싫어요오~ 새옹지마라고 더 좋은 일이 있을지도.. 맘 푸셔요. ^^

하이드 2006-01-0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일은 맘대로 되지 않는다. 는 당연한 사실이 가끔 그렇게 팍팍 느껴지면 속상해요. 그 와중에서도 긍정적인면을 보려고 노력하시니, 성공하실꺼에요~

엔리꼬 2006-01-05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근데 말이죠.. 올해는 논문 쓸 수 있을까요? 제대로 일하면 못쓰는데.. 큰일이예요..
moonnight님.. 낙하산 두 명이 모두 이쁘고 젊은 여자라 봐주려고요... 감사합니다.
새벽별님.. 오호 그런데 저는 우울모드라도 머리가 나빠서 금방 까먹고 맨날 농담만 하고 다녀요.. 낼 아침엔 다시 우울모드 연출해야겠다.
하이드님.. 맘대로 되지는 않지만 제가 그만큼 여러가지 노력을 안했으니 뭐 당할만하죠... 저야 뭐 워낙에 (좋게 말하면) 낙천적 (나쁘게 말하면 대책없음) 인 사람이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베개에 머리를 눕히면 그대로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