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충족하지 못한 커다란 결함을 안고 있을 경우, 어린 시절 할 수 없었던 응석을 마음껏 부려보고 그때 하고 싶었던 일들을 직접 해봄으로써, 본래 자기 모습을 되찾고 애착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실제로 애착장애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치료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가 아이처럼 응석을 부리거나 아이들이 하는 놀이나 공상에 빠지는 사례도 있다. 나의 환자 중에 어린 시절 매일 밤늦게까지 할머니와 지내야 했던 여성이 있었다. 간호사인 어머니가 주야간 근무를 하느라 딸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딸의 성장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상담을 받은 어머니는, 자신이 딸을 너무 오래 방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인이 된 딸과 함께 잠을 자거나 수다를 떠는 식으로 딸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었다. 이런 시간이 6개월 정도 지속되자 딸은 안정을 되찾았고, 자해도 중단했다. 물론 더 이상 어린아이처럼 행동하지도 않았다.
늘 품행이 반듯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거나 뭔가에 심취한다면 어린 시절 충족시키지 못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상처받은 애착을 조금이라도 치유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술이나 약물, 쇼핑이나 섹스에 중독된다면 흥분이나 도취감을 통해 자신의 상실감을 잊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배불리 젖을 먹고 편안하게 잠드는 갓난아기의 충족감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클수록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안전기지에 대한 욕구는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에 무엇을 희생해서라도 충족시키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정이 파탄나거나, 그동안 살면서 이룬 성과들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그 갈망을 쉽게 외면할 수 없다.
이런 욕구는 해결하지 못한 애착장애 때문에 생겼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안전기지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려는 열망에서 발현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노력으로도 진정한 안전기지를 얻지 못할 경우, 커다란 고통과 손실만 남긴 채 비참한 실패로 끝나버린다는 점이다.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고, 아무 상처도 받지 않으면서 든든한 안전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결국 안전기지는,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이 아닌 자신의 주변이나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주려고 노력하다 보면 본인 역시 안전기지를 얻을 수 있다. 그 대상은 조금만 신경 쓰면 주변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266-268)
애착수업오카다 다카시 지음, 이정환 옮김푸른숲 2017-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