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이라는 게 유행을 하면서부터 더 이상 자주 교보에 가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서너 번은 항상 교보에 들려서 새로 나온 책이 매대에 깔렸나 하고 구경하는 것이 취미일 때가 있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나갈까 말까 정도. 그때는 어렸을 때고 지금처럼 관심 분야가 폭 넓었던 것도 아니었던지라 주로 시와 소설 섹션에 불과했지만. 그때보다 훨씬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인터넷 서점과 광화문 교보에서 마주하지만 책 읽는 이들이 줄어가고 있다는 정보와 마주하면 당황스럽다. 가벼운 철학책이 베스트셀러 섹션에 꽂혀 있는 광경을 마주하면서 현대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스스로 물어보았다. 그들은 어떤 참된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어지럽고 뒤숭숭하고 어두컴컴한 자신의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걸 바라는 것처럼. 뭐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모르는 걸 누군가는 이미 알 수도 있고 그 누군가가 멋들어진 문장들로 현명한 말을 해준다면 그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내 마음 속 동굴에 빛이 한 줄기 들어올 테고 그럼 그 빛줄기만으로도 다시 길을 더듬어 나갈 힘을 얻게 될지도. 뭐 아니면 말고. 


 얼마 전, 딸아이를 데리고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철학 강연을 들었다. 어떤 재단에서 100억을 투자해서 철학 관련 사업을 대대적으로 한다고, 그 100억이란 돈이 허튼 곳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그 100억이 철학 관련으로 아이들과 성인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준다면 좋겠구나 여겼다. 그러니까 끼리끼리 그들끼리 해먹는 그런 거 말고 철학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걸, 일상 안에서도 충분히 마주할 수 있다는 걸, 철학함을 배우게 되면 조금 더 삶이 수월해질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면 좋겠다 싶은 마음. 총 3회의 강연을 듣는 동안 느낀 점 몇 가지. 질문을 하라는 것.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 그 질문들이 보기에 시시하고 하찮다해도 자신에게 하라는 것, 가까운 이들에게 물어보며 답하며 서로에게 더 깊은 질문을 하라는 것. 질문을 하다 보면 궁금한 것들이 더 많아지고 궁금한 것들이 생기면서 더 많은 호기심이 일고 그 호기심이 매듭과 매듭을 맺어 이어진다는 것. 어린 시절, 그 수많은 호기심은 살아가면서 서서히 빛이 바래진다. 왜일까? 우리는 모두 그토록 찬란한 질문과 끝없는 호기심에 반짝거렸던 어린이들이었는데. 


 왜일까? 삶이 퍽퍽해져서.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으려고 하는 까닭이 쉬이 접할 수 있는 영상 매체들이 다양하게 퍼져서 그런 거라고 하지만 의외로 책을 읽고 싶어하는 이들은 많다. 영상이 주는 것들은 영상이 주는 것들이고 활자들이 주는 것들은 영상이 대체할 수 없다고 여긴다. 활자들 사이에서 더 오랜 시간을 뛰어놀아 그런 나만의 배경도 있겠지만 이제 막 서서히 책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딸아이에게 물어보아도 영상이랑 책이 주는 것들은 다른 거 같아, 활자들 사이에서 그 여백들이 더 많이 생겨나, 엄마. 라고 답했다. 사고의 폭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말하면 좀 시큰둥한 거 같고 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카페인이 아직 들어가지 않아서일까, 뇌가 빠릿빠릿 돌아가지 않는다. 뇌는 좀 느릿느릿 돌아가도 좋아, 나는 마음이 빠릿빠릿 돌아가는 인간이 되고 싶은걸. 그러고 보면 철학도 뇌보다는 역시 마음을 빠릿빠릿하게 만드는 거 같아. 다시 돌아가서_ 한동안 질문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내던 나는 요즘 슬슬 질문을 하기 시작하는데 까닭은 꽉 조이던 힘을 조금씩 풀기 시작해서 그런 걸 수도. 친구들이 계속 읽고 쓰자, 우리가 할 일은 그것들, 이라고 노상 이야기를 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곤히 잠든 아이를 깨울 시간인지라 일단 여기까지만.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자 하는 걸까?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면서 질문해보는 오늘 아침. 당신은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오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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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4-03-17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수이님:) 여전히 열심히 읽고 쓰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전 그렇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ㅋㅋ 오늘 아침에는 한강의 ‘ 작별하지 않는다‘ 을 조금 읽었습니다. ㅎㅎ

수이 2024-03-18 05: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한님, 잘 지내시죠? 저는 작년 여름부터 신나게 놀면서 책 안 읽으며 살다가 친구들이 언제까지 방탕하게 살 거냐 잔소리를 어마무시하게 하는 바람에 이제 막 책 다시 읽어요, 이제 겨우 두달 지난 거 같습니다, 다시 읽기 시작한지. 돌아오신 건가요? 테니스 이야기 읽은 게 마지막이었던 거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