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들
로빈 브랜디 지음, 이수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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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랫만에 참 재미난 소설책을 만났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긴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나고 의미있는 책이었다랄까.
평소때 좀 어이없어하는 문제를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밝게, 그리고 재미나게 그린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미나 리스'가 고등학교 첫날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에게 이른바 '왕따'를 당한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그녀는 어떤일로 인해서 교회에서도 쫓겨났고 주위의 친구들에게도 버림을 받았다.
더구나 미나의 부모님들도 냉담하게 대하는 처지. 정말 외로웠던 그녀였지만 새롭게 실험 파트너가 된 케이시만은 어떤 편견도 없이 미나를 잘 대해줬다. 그리고 생물 선생님인 셰퍼드 선생님도 미나가 은근히 기댈만한 사람.

미나가 주위로부터 배척을 당하게 된 이유는 교회의 가르침에 반하는 어떤일에 대해서 '반성'을 했기 때문. 처음에는 그 일에 대해서 아무생각없이 따랐으나 곧 마음의 양심에 의해서 그것이 잘못된것임을 알게된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건지 모르는, 종교에만 빠진 사람들에 의해서 미나는 내쫓김 당한것이었다.

책에는 이른바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무대인 미국에서는 건국의 주요 세력이 기독교를 믿는 나라여서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치는것이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던것이 정교분리원칙에 의해서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치지 못하게 한것이 불과 수십년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창조론도 똑같이 가르쳐야한다고 운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그런 배경을 깔고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미나는 처음에는 교회의 말에 잘 따르는 평범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그것에 이의를 제기한것. 기독교를 부정하고 믿지 않겠다는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한것이다.

사실 독실하다는 의미가 어떤면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나를 곤경에 빠뜨린 교회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별로 안 독실한 기독교신자이다. 어릴때부터 하나님 믿어왔고 지금도 믿음이 흔들리진 않는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사람들같은 신자들을 보면 참 화가나고 답답하기도 하고 성질이 날때가 많다. 성경에서 말하는 가르침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인데 어떻게 자신의 믿음과 다르다고 배척하고 미워할수있는지...사실 우리나라의 기독교중에서 저런 종교에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것이 우리나라만 있는게 아니라 미국에도 많다는 것이 의외라면 의외였다. 미국은 그런 종교 근본주의적인 종교관이 아닌줄 알았기 때문이다.

종교의 믿음의 태도에 대한 배경을 깔고 시작하는 책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청소년의 성장소설이다.
미나라는 평범한 기독교신자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당해서 그것을 헤쳐나가고 그러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할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미나는 참 강인한 아이다. 케이시빼고 그 누구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데도 스스로 잘 버텨나갔으니 말이다.
물론, 케이시라는 참 사려깊고 마음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서 버틸 힘이 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힘으로 그 상황을 헤쳐나간것이다. 케이시와 케이시가족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것도 결국 미나의 마음 때문아니겠는가. 미나 스스로 그 어두운 터널을 벗어났다고 할수 있다.

책은 쉽게 잘 읽힌다. 기독교 교리를 둘러싼 이야기라는 배경이 있지만 비기독교인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을수 있는 이야기다.
배경은 기독교이지만 다른 종교를 대입해도 되는 이야기다. 어느 종교던 너무 극단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종교가 아니라고 해도 어떤 사상이나 주장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고 고정불변인것처럼 나올때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제목인 '돌연변이들'은 미나를 배척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미나와 미나의 친구들을 가르키는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 돌연변이가 아닌 것이 있을까. 새로운 환경, 변화된 조건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선 돌연변이가 일어나야하는것인데. 그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게되서 그것이 익숙해졌을뿐이다. 내 입장에선 오히려 미나를 미워했던 그 교회사람들이 돌연변이같다. 진실을 향해서 돌아보지 않는 퇴화된 종들같은.

재미난 소설이다. 읽어보면 기분이 좋아질 소설.
터널을 헤쳐나온 미나가 이뻐보여서 업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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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느낌 2009-09-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미나를 예쁘게 봐 주셨다니 감사하네요^^ 이렇게 남겨 주신 서평덕에 더 좋은 책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합니다n.n
/생각과느낌 http://blog.naver.com/tfbooks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어떻게보면 참 심심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이른바 미스터리소설이라고 하는데 범인이 처음부터 밝혀지기 때문이다. 초장부터 살인이 나오면서 시작한다. 보통 미스터리는 사건일 일어나고 범인을 잡은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이야기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 반대다.
하지만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이 책처럼 범인을 '밝혀가는'과정도 그못지않게 재미있다는것을 읽어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어느 한 고급펜션에 동창회를 위해서 대학동창 6명과 관계자 1명 총 7명이 모인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그 7명중에 한명이 나머지 6명중의 한명을 살해하는 장면이 처음에 나온다.

살인을 저지른 자는 그 모임의 리더격인 후시미. 그리고 살해당한 자는 니이야마. 그들이 대학졸업후에 다같이 모인건 처음이긴해도 대학때부터 같이 어울려서 친하게 지냈던 사이인지라 후시미가 왜 니이야마를 살해했는지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살해했다는 사실뿐.
그런데 후시미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니이야마가 살해당한걸 모르고 있다. 후시미의 섬세한 안배에 의해서 자고 있는줄로만 알고 있는것이었다.
그가 왜 살인을 했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잠시. 일행중의 한명이 니이야마의 행방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다.
그 주인공은 유카. 대학동창인 레이코의 여동생인 그녀는 이미 고등학교때부터 논리적이고 해박한 머리로 언니,오빠들의 인정을 받았던 똑똑한 아이였다.

그런 레이코가 니이야마의 상태에 대해서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한다. 후시미는 어떤 이유로 인해서 니이야마의 사망이 밝혀지는것을 몇시간 늦추려고 한다. 그뒤에 밝혀지는건 상관없다는 투다. 그런데 레이코는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결국 둘은 방안에 있는 니이야마를 확인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에 돌입한다. 후시미는 확인하지않기 위해 문을 열지 못 열게 하고, 유카는 확인하기 위해서 문을 열자고 하고.

결국 이 책의 뼈대는 니이야마의 상태를 둘러싸고 후시미와 유카의 대결인셈이다. 후시미는 그 살인을 위해서 참 오랜시간을 걸쳐서 치밀하고 교묘하게 안배하고 준비해왔다. 아마 거의 100% 성공했을것이다. 유카만 아니었다면. 얼음장같이 냉정하고 논리적인 유카의 능력은 후시미 예상을 뛰어넘는것이었다.
결국 후시미는 유카에게 살인을 들키게 될까.

처음에 살인자가 밝혀져서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후시미와 유카의 치열한 두뇌 싸움에 빠져들게 되었다. 작은것하나라도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미리 장치를 하는 후시미와 그렇게 고심해서 만든 장치에 보이는 작은 흠을 찾아내서 후시미를 궁지로 몰아내는 유카의 능력은 읽는사람으로 하여금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분명, 살인을 한 후시미가 잘못한것이다. 그런데 왠일인지 유카가 후시미의 살인을 밝혀낼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살인자를 응원하는 꼴이라니.

니이야마가 있는 방 문을 열려고 하는 유카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후시미의 대응은 어떻게보면 쩔쩔매는 수준같기도 했다. 어쩌면 유카는 후시미의 살인을 진작에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100% 완벽한 승리를 이루기 위해, 완전하게 후시미의 자백을 얻어내기위해 일부러 몰아붙인건 아닐까싶을 정도로 여유있고 빈틈없이 후시미의 뒤를 쫓아온다.

이 책의 백미는 뒷부분에 있다. 큰 반전이라고 할수는없겠지만 반전도 나오고 물론 결과도 나온다. 누가 이겼는지. 유카의 선택은 이해가 가지만 후시미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유는 그렇게 수긍가는건 아니다. 꼭 살인이라는 수단을 썼어야하는가 말이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오랫동안 가까이 지냈던 사람인데.

이 책은 일본에서 '본격 미스터리 대상'의 1위에 거의 근접했던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이 탄탄하다.
기존의 미스터리 이야기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범인을 알고 시작하는것이 덜 흥미로울지 모르겠으나 이미 알고 있는 범인을 어떻게 추적해가는가하는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할수밖에 없을 정도로 재미나게 잘 쓰여졌다. 극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인 후시미와 유카의 심리와 행동 묘사도 뛰어났지만 나머지 등장인물들도 딱 맞게 캐릭터가 잘 만들어져서 전체적인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책의 지은이가 일본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라고 하니 다른 작품은 또 어떤 몰입감을 줄지 기대가 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근래 보기 드물었던 방식의 특이한 심리두뇌추리소설.
이 여름에 더위를 잊고 읽게하는 재미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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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명예를 가진 자들의 태풍 해안 작전 - 자이롤라베를 찾아서 HGS 비밀결사대 2
조슈아 몰 지음, 강미경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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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랫만에 재미나고 해양 모험 소설을 만난거 같다.
그것도 하나도 버릴꺼없는 꽉 찬 살코기같은 책을 말이다. 원래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번에 나온 책은 기존에 봤던 책과 사뭇 다른 책이기도 해서 더욱더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었다.
내용은 둘째치고 책 자체가 매력적이었다고나 할까.
중간 중간에 삽화도 들어있고 각종 지도와 비행선의 설계도같은 것들이 별지로 붙어있어서 책 내용을 좀더 감각적이고 실감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3부작이고 이 책은 그의 2부다.
1920년대 아시아를 무대로 부모님의 행방을 찾아나선 레베타와 더그 남매의 좌충우돌 모험담이 이 시리즈의 주된 뼈대이다. 1부에서 갑자기 사라진 부모님을 찾아서 삼촌의 배인 원정호를 타고 갖은 모험을 겪게 된 남매.

그리고 이어지는 2부에서는 적을 쫓아가다가 태풍을 만나게 되고 작은 섬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고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갤리선과 동업조합 회원 매켄지의 흔적을 찾아내서 우르-칸의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제 그 실마리를 찾아서 중국 내륙으로 향하는 남매.
과연 그들의 행로는 어떻게 될까.

이 책은 요즘 많이 나오는 팩션 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고 볼수있다. 허구이지만 진짜 같은 허구. 하지만 진짜 사실을 적절히 넣어서 허구인지 사실인지 헷갈릴때도 있었다. 그냥 이 책 자체가 다 허구라고 생각하고 읽는게 나을 정도.

많은 모험소설에서 나오는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도 이 책에서 잘 구현되고 있다. 여러 지역에 숨겨저있는 것들을 찾아가면서 점점 실체에 접근해가는 방식. 자칫 진부하게 보이는 내용이지만 그럴싸한 내용 전개와 여러가지 장치들로 인해서 흥미진진하게 느껴지게 잘 만들어진 이야기였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1부에 이어서 2부에서도 많은 삽화, 특히 여러가지 별지로 첨부된 내용들이 참 풍부하다.
비행기가 발전기의 조감도등은 책 내용을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상상력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지은이는 책을 지으면서 이런 형식의 책이 없어서 자신이 그렇게 해볼려고 했다고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의 의도가 잘 적중했다. 참으로 매력적이고 소중한 책으로 느껴지니깐 말이다.

다만 아쉬운것은 주인공이 아직 어린 청소년이다보니 내용도 조금 긴장감이 덜하고 우연이나 행운에 의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이 좀 비논리적인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면은 다른 비슷한 책들에서도 보이는것이니 크게 거슬리는것이 아니다. 이 책에 보이는 여러가지 장점들에 비해서 손색이 크게 있는게 아니었다.

이제 마지막권인 3권을 남겨놓고 있다. 개인적으로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내용을 읽는것을 별로 좋아라하지 않기에 마지막권이 나오면 1권부터 읽을껄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마지막 내용이 궁금해진다. 좋은 결말이 나던 나쁜 결말이 나던 아마 끝까지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싶다.여러 팩션소설들 중에서 드물게 보이는 형식의, 해양 모험 소설인 이 책, 참 매력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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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퇴마사 펠릭스 캐스터 1
마이크 캐리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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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긴 돌아온 모양인데 영국에만 돌아왔었나? 한국에도 빨리 좀 돌아오지!!
책 읽다가 든 유쾌한 느낌이다. 그만큼 재미나게 읽었다고나 할까.

이번에 이야기는 퇴마사 이야기다. 뭐 유령, 악령 이런것들을 물리치는 존재.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책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어서 퇴마사라는 것에 대해서 익숙하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책의 퇴마사는 기존관념의 퇴마사가 아니다. 뭔가 신세대적이고 세련된(?) 퇴마사라고나 할까. 하긴 무대부터도 좀 색다르긴 했다.

장소는 영국 런던. 갑자기 죽은자들이 활보를 하게 되면서 그런 초자연적인 일들이 일어나도 더이상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 와중에 퇴마사라는 직업도 그리 별난 직업이 아니게 느껴진 세상인것이다. 주인공인 텔릭스 캐스터는 그런 퇴마사 중에 한명.
지적이면서 냉소적이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 그동안 퇴마사일을 쉬고 있었다. 아니 안하고 싶어서 그만뒀다고나할수 있겠다.

그런데 그놈의 가난이 발목을 잡을게 뭔지. 아무리 유령이랑 맞짱뜨는 신비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가난까지 퇴치하지는 못하는갑다. 월세를 못내서 전전긍긍하던 캐스터는 기록보존서의 유령을 퇴치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다시 퇴마사의 길로 돌아온다. 그래서 제목도 돌아온 퇴마사인갑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그만두고싶어도 그만두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기록보존서의 유령은 어찌어찌 퇴치하게 되지만 과거의 일이 꼬이면서 퇴마의 길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것이다. 뭐 어쩌겠는가. 그래야 우리 독자는 후속작을 볼수있을테니.

이야기 줄거리는 말 그대로 유령을 퇴치하는 퇴마사의 이야기라서 특별하게 말할것이 없다. 다만 주목되는게 펠릭스 캐스터라는 퇴마사의 캐릭터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뭔가 어둡고 음울한 느낌의 이야기일꺼같지만 의외로 밝고 재미가 있는 신세대적인 이야기다.
그것에 중심에 캐스터가 있다.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면서 성격도 참 다양하다. 냉과 온이 적절히 오가면서도 기본적으로 따뜻한 품성을 보여주고 재치있는 유모로 극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거 같다. 퇴마의 수단도 휘슬이라는 서양피리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것도 이야기의 독특성을 만드는데 일조하는거 같았다. 물론 다른 등장인물들도 입체적이라서 그들이 함께 이야기의 현실감을 증폭시키고 있는면도 있다.

대체 작가가 누구길래 이런 재미난 인물을 창조해냈나 싶어서 이력을 봤더니 과연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 나왔던 '콘스탄틴'의 스토리작가란다. 그 영화도 퇴마사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 줄거리를 만들어낸 작가라니 이 책도 이해가 간다. 거기서도 왠지 모르게 유모러스하면서도 의지깊은 인물이 잘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틱 노블의 만화 스토리 작가로도 유명한 사람이니만큼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능력은 있다고 봐야할것이다. 인물들이 다채롭고 캐릭터가 살아있는것도 어쩌면 영상적인 면이 가미되서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작가의 이력이 이러하니 이 책도 곧 영화화 되지 않을까.

퇴마사 이야기니깐 SF소설이라고도 할수있고, 뭔가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환상소설이라고도 할수있고 유령잡으러 머리쓰는거 보면 추리소설같기도 하다. 급박하기도 하면서 느긋하기도 하면서 속도 조절도 적절하게 잘 되어있다.
그냥 한마디로 재미가 보장된,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글이 정신없이 넘어가게 되는 매력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이 여름, 후덥지끈하고 더운 이런 날씨에 퇴마사 펠릭스 캐스터를 따라 유령잡으러 가는게 어떨런지.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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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책
김이경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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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언뜻보면 소설인데 소설의 내용에 관한 설명글이 뒤에 자세히 붙는거보면 무슨 인문학서적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어떤 분야로 생각해야할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소설이 주가 되는것이니 소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책은 총 10개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부 다 책을 주제로 한 이야기다. 여러가지 소재들로 동양과 서양의 책에 관한 여러가지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는데 참으로 다채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이다.
이성을 가진 존재로써 인간은 자신의 지식을 후세에 남겨주고자 했고 그런 방편으로 생겨났는것이 책이 아닌가한다. 물론 처음에는 오늘날같이 종이로된 보기좋은 책은아니었을것이다. 돌에 뜻을 새기기도 했을것이고 종이 이전에 여러가지 재료로 책을 만들기도 했을것이다. 그런 책자체의 역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제일 섬뜩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는 인피를 주제로 한 '비블리오마니아의 붉은 도서관'편이다. 가히 책에 관해서 미쳤다고 볼수도 있는것이 어떻게 인간의 피부를 이용해서 책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하는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가지려고 했는지.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인지 새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는 걸어다니는 도서대여점인 '가시혼야'가 있었다는것도 흥미로왔다.일본이 근대화하는 밑바탕에 바로 이 가시혼야가 있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구석구석에 책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게 되고 그 사람들이 커서 근대화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 자체가 추리소설적인 면이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그밖에 중국 최대의 개인도서관을 소재로 이야기한 '꿈', 그리고 중세 유럽의 도서문화와 필경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어느 필경 수도사의 고백'등의 이야기도 재미나게 읽었다.

전체적으로 독특하면서도 하룻밤에 다 읽을 정도로 쉽고 재미나게 잘 읽히는 내용의 책이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지은이 특유의 소설적 능력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잘 만들어냈다. 그리고 각 이야기 끝에 이야기소재에 관한 자세한 글을 실어서 글에 대한 흥미를 완성시키고 있다. 어찌보면 평범한 사실로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상상력이 좋아보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욕심있는 사람이라면 기분좋게 빠질수 있는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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