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우드 바이블
바버라 킹솔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펼치면 글이 빽빽하다. 별로 여유도 없다. 마치 끝없이 펼쳐져있는 아프리카 대초원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서사극. 그 단어에 딱 맞는 소설같다. 아프리카라는 뭔가 스케일 큰 배경을 깔고 있으면서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쉴새없이 이어지는것을 보면 그 낱말에 어울리지 않나 싶다.

 

이야기의 뼈대는 아프리카로 선교를 떠난 한 가정의 일대기를 그린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자신의 신념으로 불쌍한 아프리카 미개인들을 새로운 길로 인도하겠다는 투지의 사나이 목사 네이선.

그리고 그를 따라서 낯선 세계로 불안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아내 올리애너와 4명의 딸들인 레이첼,리아,에이다,루스메이. 이교도를 믿는 흑인들로 가득찬 대아프리카땅에서 이 소수의 백인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짐작한데로 불안의 근원은 아프리카에 있는것이 아니라, 목사 네이선에게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않게 거론되는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독선적인 기독교인이 바로 그 네이선이다. 그는 그 자신만이 옳고 그 자신만이 이 미개한 사람들에게 구원을 줄수있다고 여기고 참으로 열성적으로 힘차게 하지만 독선적이고 무모한 전도를 한다. 그런데 누가 거들떠 보기나 할까.기독교의 초기선교방식처럼 한손에 빵을 든것도 아닌데. 그저 맨땅에 헤딩식으로 무식하게 하니 누군들 관심을 가질리가 만무하다. 그런데 관심 가지지 않으면 그만인 원주민들과는 달리 네이선의 가족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큰 비극이 닥치게 되고 그것을 기점으로 아프리카를, 아니 네이선을 떠나기 위한 가족들의 몸부림이 이어지게 된다.

 

책의 흐름은 아내 올리애너와 4명의 딸들의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아프리카 생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각 인물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어서 우리는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바라볼수 있게 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곳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콩고라는 나라다. 우리에게는 잘 들어보지 않은 낯선곳인데 책을 통해서 이 땅이 어떻게 변질되어가는지를 잘 보게 된다. 요즘은 드러나지 않게 하는지 몰라도 냉전시대의 미국은 콩고에서 했던 방식으로 신생국들을 조종하려했다. 국가의 정체성이 민주적이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미국에 이익이 되는 정권만을 원했고 그런 정권이 들어서게 하기 위해서 정부 전복도 서슴치않는 그야말로 깡패국가같은 행위를 한것이다. 지은이는 여러 화자의 눈과 입을 통해서 그것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세계사에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은 역시나할것이고 그런것을 잘 모르는 사람은 어쩌면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콩고라는 나라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백인 국가에서 파견한 기독교 선교사가 흑인 국가에서 어떻게 원주민과 접목하게 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수 있게 한 소설이었다.

 

지은이는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산 덕분에 좀더 사실적으로 아프리카를 그릴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여성이어서 그런지 내용 자체가 참 섬세하면서도 굵직하고 꼼꼼하면서도 대범한 필체가 돋보인다. 극중 화자가 각기 다른 여성 인물들이어서 더욱더 그렇게 느껴지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사 광고 문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책은 이런저런 소식으로 알려진 책이다. 숱한 상을 받았고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꼭 읽어야하는 필독서에 속하는 신고전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뜬금없을지 몰라도 하퍼리의 '앵무새죽이기'에 버금가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난리가 났던 책인데 1998년에 출간이 되었으니 나온지가 한참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출간이 된다는건 아무래도 헛된 기독교 선교방식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내용이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 끝없이 펼쳐진 아프리카 대초원같다고 했는데 그 초원을 시속 200킬로로 달리는 스포츠카를 타고 가는것처럼 빠르게 잘 읽힌다. 과장 좀 보태서. 물론 중간에 아프리카물소떼가 지나가는 통에 거의 기어가다시피한 부분도 좀 있긴 했지만.

한 가족의 가족사를 통해서 현대사와 지역사를 알수있었고 여성의 이야기도 느낄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포이즌우드는 우리말로 독나무(poisonwood)다. 독은 잘 쓰면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되고 못 쓰면 사람을 죽이는 독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에게 약이 되는 독나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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