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멜빈 버지스 지음, 정해영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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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영화를 소설화하는 것을 그리 탐탁하게 느끼진 않는다. 소설이 주는 재미와 영화가 주는 재미가 엄염히 다른데 원작영화의 소설화는 뭔가 아쉬움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원작영화를 소설화한 작품중에 인상적인 책은 그리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접할때도 은근히 우려했었다. 그저 그런 단순히 영화를 글로 옮긴 수준은 아닐까하고. 게다가 이 영화는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해서 영화의 감흥을 깰까도 싶었다.

 

그런데 그 걱정, 기우였다. 원작영화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또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랄까. 잘 쓰여진 영상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용은 영국의 어느 광산이 있는 시골도시의 한 소년 이야기다. 여느 영국 아이들과 비슷하게 빌리도 복싱을 배우면서 사는 평범한 아이였다. 전형적인 광부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약간의 치매끼가 있긴 하지만 빌리를 사랑하는 외할머니랑 살고 있다. 시절은 그리 편하지 않아서 영국 정부의 광산정책에 대항해서 파업을 일으킨 아버지와 형의 처지때문에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 된다. 이런 때일수록 강해져야한다는 의미로 아버지에 의해 복싱을 배우게 되지만 빌리는 왠지 같은 체육관에서 하는 발레에 관심이 간다. 살짝 동작만 했는데 이내 발레에 관심이 생겨버린 빌리.

 

게다가 빌리는 재능이 있다고 한다! 빌리가 그 누구보다 발레에 재능이 있다고 윌킨슨 선생님도 말한다. 한술 더 떠서 큰 도시로 가서 본격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한다. 오디션을 보라고.

근데 어떡하지. 오디션은 커녕 발레 한다는 사실에 아버지와 형이 가만있을리가 없다. 난리날텐데 어떻게 허락을 받나.

 

발레라는 것을 통해서 소심한 소년에서 당당한 청년으로 커가는 이 책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그런데 성장하는것이 꼭 빌리라는 이 소년 뿐일까. 어쩌면 이 책은 빌리 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재키와 토니의 성장일수도 있다.

단순한 광부로, 그저 그런 삶을 살면서 인생을 보내던 그들에게 빌리는 별종이다. 광산에서의 삶 이외의 것은 생각도 안해봤고 발레라는것에는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만 있을뿐 별다른 인식도 없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인 빌리가 발레를 한단다. 그것도 무지 잘한단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가정의 남자로 태어난 나로서는 빌리 아버지와 형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빌리가 발레를 한다니. 오 맙소사! 처음에 그들이 그렇게 느꼈던 것은 당연했지 싶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빌리의 마음을 들어준다. 삶이란게 그리 단순한게 아니라 또 다른 길이 있다는것을 깨달은것이고 발레는 남자도 멋지게 할수있다는걸 인정한것이리라. 그점에서 그들도 빌리와 함께 성장했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영화라는 영상 매체로 먼저 나와서 그것을 본 사람들이 많음을 생각했는지 이 책은 다중 일인칭 시점이라는 독특한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주인공인 빌리와 함께 아버지나 형등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마치 여러대의 카메라로 빙 둘러가면서 찍는듯한 느낌을 준다랄까. 그래서 좀더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빌리를 바라볼수 있게 한다.

 

이 소설의 백미는 역시나 후반부이다. 빌리가 어떻게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어떻게 오디션에 참가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가 숨가쁘게 전개되는데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그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갈듯하다.

 

원작 영화를 여러번 본 상태에서 이 책을 봤는데 괜찮게 잘 쓰여진거 같다. 영화를 안 보고 이 책을 봐도 좋은 성장소설로 손색이 없을듯하다. 눈물날 만큼 감동적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교훈을 주는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냥 마음이 뭉클해진다. 감정이 과잉되지도 않게 적절하게 조절되면서 마음을 참 산뜻하게 해준다고나 할까.

 

좋은 책이다. 쉽게 재미있게 기분좋게 읽을만한 책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 좋은 느낌을 받은 사람은 영화를 안 봤으면 꼭 보기 바란다. 이 책을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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