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대사·내분비의 구조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이야기
오다와라 마사토 지음, 김선숙 옮김, 김병준 감수 / 성안당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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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이 서구화되고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옛날에는 많지 않던 병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당뇨병이다. 한의학에서는 소갈병이라고 불렀는데 이 소갈병의 대표적인 인물이 세종 대왕이었다고 한다. 고기를 유달리 좋아했다고 하는데 먹는 것은 많이 먹고 운동은 적고 일을 많이해서 몸에 스트레스는 쌓인 상태니 당뇨에 걸리기 쉬웠을 것이다.


당뇨가 어떻게 걸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어떤 사람들이 걸릴 확률이 높은가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바로 많이 먹는 것이다. 더불어서 많이 먹고 운동을 적게 하는 경우. 물론 많이 먹는다고 다 당뇨에 걸리진 않지만 평범하게 먹는 사람에 비해서는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요즘에는 방송이고 인터넷이고 먹는 이야기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어서 맛있는 것에 대한 유혹이 심하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 중에서 당뇨에 괜찮은 것은 거의 없으니 이런 음식들을 많이 먹게 되면 그만큼 살이 찌고 비만이 되면서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당뇨는 그 자체로도 안 좋지만 다른 병들을 불러일으키는 병이기에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평소에 당뇨병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뇨병이라는 병에 대한 개념을 알고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알면 그만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우선 물질 대사에 대해서 설명한다. 당뇨병도 일종의 대사가 잘못되는 병이니 기본적인 물질 대사에 대해서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이다. 물질 대사란 생물이 섭취한 물질을 체내에서 분해하거나 합성하는 다양한 화학 작용을 말하는데 이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여러가지 질병이 온다는 뜻이겠다. 책에서는 물질 대사의 기본 개념과 함께 물질 대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이것이 잘못되면 어떤 병이 오는지 그리고 물질 대사와 관계 깊은 내분비와 호르몬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제 당뇨에 대해서 알아볼 차례다. 당뇨병은 혈중 포도당의 농도 즉 혈당의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대사 질환이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로 대변되는 당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데 이 당이 필요 이상으로 쌓이고 쌓이면 당뇨에 걸리게 되고 너무 많이 쌓이게 되면 합병증이 와서 결국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는 병이다.


당뇨병은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부족하거나 불충분할때 생기는데 1형과 2형으로 나눈다. 1형은 인슐린이 아예 작동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하고 2형은 인슐린이 적게 나오거나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경우인데 당뇨 환자의 95%이상이 2형 당뇨병이라고 한다. 결국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가 되고 작동이 되면 병에 걸리지 않지만 그것이 잘 안될 때 이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인데 당뇨병의 치료에도 결국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인슐린을 보완하고 대체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다.


책은 당뇨의 진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당이 나빠지면 어떤 합병증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 설명하고 치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도 설명한다. 안타까운 것은 아시아인들이 서양인들에 비해서 체질상 인슐린 분비가 약하다는 것이다. 인슐린이라는 것이 결국 당을 분해해서 혈중 포도당 농도를 조절하는 것인데 이것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은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구인들은 뚱뚱해도 당뇨가 아닌 경우가 많고 한국인은 말랐는데도 당뇨병이 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뚱뚱할 수록 당뇨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지만 말랐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몸에 쌓이는 것은 당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도 있다. 이것이 기준 이상으로 쌓이게 되면 이상지질병이 된다. 흔히 콜레스테롤병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지질병은 콜레스테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성지방도 있다.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모두 우리 몸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지만 이것이 기준 이상으로 쌓이면 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도 결국 대사 이상으로 인한 병이기에 책에서는 대사 이상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


인간은 다른 생명과는 달리 적정선을 벗어나서 먹는 동물이다.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먹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체는 에너지원이 들어와서 대사가 된 다음에 배출을 하는 시스템인데 이 중에서 과다하게 에너지원이 들어오면 결국 탈이 나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 대사를 하고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쌓이게 된다. 그 쌓인 것들이 결국 독소로 작용해서 우리 몸에 병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 대사 작용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 당뇨병이고 이상지질병인 것이다.


책은 쉽고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한다. 당뇨병의 개념을 알기 위해서 대사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게 하고 이 대사 이상으로 인한 여러 질병들에 대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다. 대사 작용과 거기에 관계된 여러 병들 그리고 내분비 질환과 호르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인체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내용도 간결하면서도 알아야 할 것을 잘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고 무엇보다 적절한 그림을 함께 싣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이야기'의 한 시리즈인데 전체 책들이 다 좋다. 이 정도만 알아도 건강 챙기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정독하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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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흑역사 -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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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큰 변혁이 이루어질 때 당시 활약하던 영웅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큰 전쟁에서는 전황을 일거에 바꿀 정도의 능력을 보여준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위인이 없었다면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 가만 생각해보면 영웅의 반대편에는 어떤 인물이 있었을까. 그 인물은 능력이 있었을까 없었을까. 무능하기만 했을까 아니면 나름의 능력이 있었지만 중과부적으로 지고 말았을까. 역사에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능력자와 능력자가 맞붙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능력자에 비해 너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무능 그 자체로 아군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무능한 장군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능력있는 지휘자들끼리 만나는 경우도 있다. 로마를 괴롭혔던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 같은 경우다. 그는 독특한 전술로 로마를 궁지에 몰기도 했지만 결국 스키피오라는 또 다른 명장에 패하고 만다. 이런 경우에는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개인 능력이 아니라 국가적인 능력에서 로마가 앞섰기 때문에 아무리 한니발이라고 해도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장군들은 시대적인 상황이나 처세술로 인해서 높은 위치에 올랐지만 진정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은 '쌀이 없으면 풀을 먹으면 된다' 는 희대의 헛소리를 남긴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 지휘관인 무다구치 렌야다. 그는 임팔 작전을 지휘했는데 전장의 상황을 이해하지도 않고 무조건 전진을 외치다가 수 만 명의 일본군을 잃었고 그 여파로 일본군의 균열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이다. 처음에는 본인도 직접 현장에서 지휘한 줄 알았다. 그러나 400km나 떨어진 곳에서 입만 살아서 호의호식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합군이나 우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X맨 같은 인물이었지만 일본에게는 피 같은 군사 10만이 몰살 당한 대참사였다. 웃기는 것은 그런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별다른 문책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 했다는 것은 결국 일본이 패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나폴레옹 3세는 풍운아 나폴레옹 1세의 조카였다. 그는 삼촌의 후광을 입고 인상적인 활약도 없이 선거를 통해 권좌를 차지했다. 그래도 피는 못 속이는지 권력욕은 닮아서 쿠데타를 통해 공화국을 멸하고 다시 군주제를 부활시켜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다. 아무리 시대 상황이 어수선하고 그 기회를 잘 노린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잘 포착하고 유연한 언론 대응으로 결국 황제가 된 것은 어느 정도는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내치에서는 나라를 정비하고 근대화를 위한 투자를 해서 산업의 효율성을 개선시켰다. 강력한 제국 주의 정책으로 많은 식민지를 개척했고 외교적으로 사이가 안 좋았던 영국과 화해하면서 프랑스를 안정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평화시에 잠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당시는 역사가 복잡하게 흘러가던 때였다. 여러 곳에서 국지적인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고 점점 더 큰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웃 프로이센은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지도력 아래 나날이 부강해지고 있었지만 나폴레옹 3세의 프랑스 군대는 겉만 화려할 뿐 속은 무너지고 있었고 결국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에서 대패한다. 그는 자신이 군사적인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써 책무를 다 하지 않았다. 


책은 주로 1,2차 세계 대전에서 그야말로 망하려고 작정한 무능한 지휘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그들의 허황된 욕심과 무능으로 많은 부하 장병들의 목숨을 보전하지 못했고 자신의 조국이 큰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당한 벌을 받지 않고 뻔뻔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뻔뻔함이 유일한 특기이려나. 그런 무뇌적인 행동이 자신감 있고 결단력 있는 인물로 비춰지게 했었을까. 난세에 인물의 진가가 드러나게 되는데 전쟁이 아니었으면 그들의 무능함이 드러났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역사란 것이 승자의 기록이고 패자는 무능하게 그려지는 면이 많지만 실제로 무능하고 어리석어서 실패한 인물들도 많다. 그냥 단순한 실패라면 넘어갈 수도 있지만 역사를 바꿀만한 일들이기에 역사책에 기록되는 것이다. 반면 교사의 예로 말이다. 책에 나온 인물들을 보면 나름의 능력이 있어서 그 자리에 올라갔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당시에 인물이 그렇게나 없었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책은 재미있다. 각 인물들의 실패한 과정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고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을 잘 설명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그 시대의 역사를 읽는 재미가 있다. 전쟁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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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곤충책
한영식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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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호기심이 왕성할 때인데 근처 사물에 대해서 신기한 것을 보면 정신 팔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곤충 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곤충 잡는 놀이를 해 봤을 것이다. 곤충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보면 인간은 원래 곤충에 끌리는 성향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어렸을 때도 학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곤충 잡아서 관찰하는 적이 있다. 사실 학교에서 공식적인 숙제를 내 주기도 했다. 여름 방학 때 곤충을 잡아서 관찰 기록을 써오는 것 말이다. 도시에서는 다양한 종을 볼 수 없기에 시골이나 강가로 가서 이런 저런 곤충을 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 곤충이 이름이 무엇인지 다른 곤충과 어떤 구별이 가는지 그런 것은 모르고 그냥 색다른 모양에 신기해 했었는데 만일 곤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봤더라면 더 깊이 있는 관찰 학습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아쉬움을 어른이 되서 풀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쉬운 곤충 책'. 제목부터 아주 직관적으로 쉽게 느껴진다. 곤충류의 역사나 이론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곤충을 쉽게 구별하고 관찰하는 것을 도와주는 내용. 어른부터 아이까지 쉽게 곤충을 보게 하는 책이다.


책은 우선 곤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한다. 곤충의 몸 구조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고 먹는 것, 사는 곳, 방어, 다양한 곤충 무리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곤충을 아무 생각 없이 인식하고 있던 것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있다. 이 부분을 천천히 읽으면서 이해한 다음 각 곤충들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인 곤충에 대한 이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곤충들을 소개하는데 수 많은 곤충들 중 우리 주위에서 비교적 잘 만날 수 있는 곤충들을 선별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별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같은 계절에 출현하는 곤충을 딱정벌레목, 나비목, 벌목, 파리목, 노린재목, 메뚜기목, 잠자리목 등으로 분류를 해서 구분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실 보통 동물이나 식물은 무슨 과, 목 이런 식의 분류를 본 적이 있지만 곤충은 처음 접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곤충의 종류가 100만여종이나 있다고 하니 우리가 모르는 신세계나 다름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분류된 대로 각 목 별로 사진과 설명을 보니 이해가 쉬웠다. 그냥 평범하게 딱정벌레라고 알고 있던 것들도 그 종류가 여럿이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 신기한 느낌을 들게 했다.


책에 소개된 곤충은 766종이라고 하는데 알고 있던 곤충은 10개 남짓밖에 없었다. 그만큼 곤충의 종류가 어마어마한 것이다. 우리 주위에 흔하게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곤충들의 세계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책에서 소개한 곤충들이 주위에서 쉽게 보인다고 하지만 이렇게 상세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책을 읽고 살펴 본다면 더 잘 보이지 않을까. 누구 말마따나 '보이는 것만큼 아는 법' 이다.


책은 참 정성스럽게 잘 만들어졌다. 선별한 곤충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에 지은이가 찍은 사진이 선명해서 구분하기 쉽다. 이름이 길어서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각 곤충 모양과 연관되게 지어서 이해도 쉽고 기억하기도 쉬웠다. 사진을 자주 보고 이름의 뜻을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한번에 많은 곤충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그 점을 생각했는지 지은이는 사계절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우선 여름의 곤충들을 알아가면 되겠다. 어차피 지금은 다른 계절의 곤충들이 보일 때는 아니니까 책 속의 곤충이 주위에 있는가 차근차근 살펴 볼 때다. 책 사진을 자주 보면 실제 곤충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이제 곤충의 세계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 좋다. 어린 시절 곤충 놀이 했던 기억이 나면서 아이와 함께 곤충에 대해서 알아 갈 수 있다. 어쩌면 어른들이 더 좋아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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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에서 코뿔소 뿔까지 - 고려 의서 ‘향약구급방’으로 당대 문화 읽기 고려 의서 향약구급방 읽기
신동원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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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약구급방'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의학 서적이다. 고려 시대의 책인데 그 전 시대에도 의학 서적이 발간이 되었겠지만 지금 전하는 것은 '향약구급방' 밖에 없다. 책이 나온 것은 고려 시대 대장도감에서 간행되었고 조선 초기에 두 차례 중간 되었는데 현재 전하는 것은 중간본이다. 대장도감이 설치 된 것은 1232년이라고 하지만 이 책이 발간된 연대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편찬 연대나 저자에 대한 기록이 없어서 정확히 알기는 어렵고 대략 고려 말에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향약구급방'은 학교 다닐 때 역사책에서나 들어본 책이고 실제로 읽어 본 적은 없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이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고려 시대는 많은 전쟁이 있었기에 역사책이나 기타 문헌들이 오늘날까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이 용케 남아 있는 것은 실생활에 직접 쓰이는 내용이라서 비교적 많이 퍼졌을 수 있고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서 중간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이 책을 바탕으로 비슷한 이름의 '향약집성방' 이 발간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향약구급방'이 대체 어떤 내용인가를 알려주고 있는데 단순하게 번역 한 것이 아니라 내용 속에 있는 당대인들의 인식과 그 의미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 의학 서적인 줄 알았는데 내용 안에 여러가지 시대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을 옮긴 여러 명의 학자들이 꽤 품을 판 작품이다.


일단 책 이름에서 '향약' 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고대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는 우리에게도 나름의 한의학이 발전했겠지만 더 많이 발전한 중국의 의학에 의존하는 면도 많았을 것이다. 특히 약을 만드는 재료는 중국에서 많이 수입했다. 그것을 당약이라고 불렀는데 향약은 우리의 약재라는 뜻으로 붙인 것이다. 이 책이 발간된 고려 말은 몽골이나 홍건적으로 시대가 혼란하여 정상적인 약재 수입이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 나는 약들을 소개하면서 각 병에 맞는 약을 쓰도록 만든 것이 이 책이다. 


책 내용을 보면 우선 음식 중독 치료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조선 시대에 나온 의학 서적들은 처음에 중풍을 소개하는데 이 고려의 의서는 '식독'이 처음 등장한다. 그만큼 고려 시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많이 접해서 우선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음식, 고기, 버섯 등의 섭취로 인한 중독 증상에 쓰는 해독약은 공통적으로 식혀서 복용하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온도를 낮춰 독이 퍼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어서 체외로 독을 배출하려는 뜻이 있다. 책에서는 해독을 위한 치료제로 검은콩, 쪽풀, 제니를 제시하고 있는데 당시 주위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을 것이다. '향약구급방' 의 집필 목적인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로 자주 걸리는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에 딱 맞는 내용이다.


책 내용 중에 의외로 외과 수술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외과 수술은 동양 의학에서 많이 발전하지 못한 부분인데 사실 이 시대에도 칼이나 창, 화살 등 쇠붙이 무기류에 의해서 부상 당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향약구급방'에는 박힌 화살을 빼는 방법, 지혈을 하는 방법, 통증을 진정시키는 방법, 빠져나온 창자를 집어 넣는 방법 등이 기술되어 있다. 과연 이것이 어떤 한의학적인 원리로 소개하는 것인지가 설명되어 있지 않아서 후세에 이것을 제대로 활용했는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이 밖에도 질환별로 활용할 수 있는 처방 550여개, 치료법 관련 조문 600여개가 소개되어 있는데 단순히 우리 나라에서 나는 향약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송대 중국 문헌과 유사한 조문도 많이 섞여 있어서 14세기 이전 중세 동아시아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과학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약구급방'은 시골로 갈수록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많이 걸리는 병에 대응하는 단방 위주로 쓰여져 있다. 그래서 왜 그런 처방이 나오는지 그 원리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책으로 당대 한의학의 기본 원리를 알기는 어렵다는 것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실어서 이 지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살리겠다는 유교적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조선에 들어와서 전국에 보급되었다고 하니 책을 지은 의미가 잘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의학과 대비되는 한의학의 단면을 밝힐 수 있는 여러 저작물 중에 유일한 고려 시대 책인 '향약구급방'은 당대인들의 병에 대한 인식과 함께 여러 처방들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귀한 책이다. 의학 이론 책이 아니라 급하게 바로 쓸 수 있는 실제적인 내용이기에 전체 책 분량은 106쪽에 불과하지만 풀이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다섯 명의 학자가 함께 옮겼는데 글자에 담긴 단순 의미에서 확장해서 고려와 그 주변 동아시아 사람들의 병에 대한 인식과 그 해법을 인문학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공들여 지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잘 읽히는 편은 아니다. 한의학적인 내용이라서 평소 들어보지 못한 의학 용어나 개념이 낯설게 느껴져서 읽어 내려가기 쉽지 않다. 그러나 강아지풀이나 보리, 감초, 쑥, 돼지기름, 똥 등의 익숙한 것들이 약재로 쓰인다는 것이 신기한 느낌이 들어서 차근 차근 읽으면 나름의 흥미로움이 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서 14세기 중세인들이 질병과 그 질병에 대응하는 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 할 수 있어서 괜찮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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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7 - 일본 편 : 전국 통일을 향하여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7
설민석.김정욱 지음, 박성일 그림, 박삼헌 감수 / 단꿈아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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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시리즈는 세계사를 좀더 쉽고 재미있게 익히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역사의 핵심을 잘 짚어서 만화라는 형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이번에는 일본 전국시대를 거의 통일한 오다 노부가나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고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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