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라이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9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9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명탐정이라고 하면 어렸을때 읽었던 책의 영향을 따라서 '명탐정 셜록 홈즈'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어찌 명탐정이 그뿐이랴. 무수히 많은 명탐정이 있을진데 이제 그 계보에 새로운 인물을 추가할때가 된거 같다. 바로 우리의 해리 보슈.

 

전작의 시리즈물에서는 능력있는 형사였지만 이제는 경찰을 떠난 백수. 정확히 말하면 공식 면허가 있는 탐정이다. 미국에서는 경찰쪽 사람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탐정 면허를 주는 모양이다. 아무튼 형사로 쭈욱 알고 있다가 탐정이 된다니 뭔가 아쉽기도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인일때는 공무원일때와는 다르게 사건에 대해서 좀더 다양하고 민첩한 접근이 가능하기도 해서 그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가 되었다.

 

이야기는 탐정이 된 보슈가 내내 마음에 담아두고있던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걸로 시작된다. 이른바 안젤라 벤턴 사건. 영화 제작과 관련한 200만 달러의 강탈 사건이었는데 뭔가가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게다가 그 사건과 관련된 FBI 요원이 실종되었고 사건 담당 형사들 중 한명은 사망, 한명은 머리만 움직일 정도의 상태가 되버렸다. 몇년이 흘러서 사건의 방향도 잡기 쉽지 않은 시점. 그런데 이상한것은 누군가가 사건 수사를 방해한다는것이다. 그것도 경찰 저 윗선으로부터. 결국 국토방위부까지 연결되서 보슈에게 압력을 가하게 된다. 강도 사건에 무슨 테러가 연관이 있지? 하지만 실체에 다가갈수록 단순한 사건이 아님이 밝혀진다.

 

형사가 아닌 탐정으로의 첫번째 활약을 그린 이 책은 그만큼 뭔가 부드럽고 자유스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뭐 보슈 자체가 고분고분한 인물은 아니지만 어쨌든 시리즈가 진행되어 보슈도 나이가 들었는지 왠지 부드러우면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전부인의 문제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보슈를 보게 된다. 어쩌면 그에게 사건해결보다 더 중요하고 급박한게 부인과의 문제일지도 모를 정도로.

 

이야기 진행은 전작 시리즈에서 보였던 느낌 그대로 치밀하면서도 빠르고, 은근설쩍 뒤가 궁금하게 느껴지게 잘 짜여진 드라마로 펼쳐진다. 마이클 코네리는 신문사 범죄 담당 기자의 이력을 정말 잘 쓰고 있는것같다. 기자로서의 날카로운 분석과 실제적인 면이 책에서도 잘 반영되고 있는것이다. 철저한 자료 조사로 실제 경찰의 모습, 사건 해결을 이렇게 해나가는구나 하는 것들을 섬세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잘 쓰고 있다. 덕분에 이 시리즈를 읽는 사람들은 미국 경찰에 더 익숙해지는것같은 느낌이 들지도.

 

쉼없이 달려온 해리 보슈 시리즈가 어쩌면 이 책을 기점으로 좀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전에는 형사였고 이제는 탐정이란 신분의 변화도 있지만 더 굳건한 의지와 함께 좀더 부드러워진 보슈의 모습을 보는것도 그렇고 그의 개인적인 가정사에 반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편에서는 그 방향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해진다.

 

해리 보슈 시리즈는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한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좀 더 좋고 좀 덜 좋을수도 있겠으나 나한테는 그냥 다 좋다. 각 편이 단독으로 독립된 사건을 다루는 것이라서 어느것을 먼저 읽어도 좋으나 그래도 세월의 흐름을 알려면 출간된 순으로 읽는게 좋을꺼 같다. 사람과의 관계의 그 미묘한 면을 다 알고 읽으면 더 재미있으니까. 전에 시리즈를 뒤죽박죽 읽어서 뭔가가 애매한 구석이 있는데 새로 순서대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시리즈다.

 

시간과 책값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드 문 - 달이 숨는 시간,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7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범죄소설쪽에서는 현역 최강중의 한명이라고 할수 있는 마이클 코넬리의 새로운 장편 소설이 나왔다. 묵직한 남자들이 나오는 전작의 시리즈물과는 달리 이번의 주인은 여자다! 그것도 참 매력적인 도둑. 전작들에서는 어떻게보면 주인공이 선의 입장에서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형사나 변호사, 기자등등. 그런데 이번엔 도둑이다. 이유야 어떻던 무엇을 훔쳤던 좋은편은 아닌.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중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주인공인 셈이다.

 

이야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도망치는 여도둑과 그녀를 쫓는 그냥 나쁜놈간의 살떨리는 추격전이라고 할수 있겠다.

캐시 블랙. 어떤 말못할 이유로 가석방의 기간에 위험을 무릎쓰고 카지노에서 큰거 한건을 할려고 한다. 사전 정보를 갖고 목표물에 접근, 숨겨둔 솜씨로 돈가방을 훔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것이었고 그것이 그녀가 쫓기게 되는 이유가 된다. 그녀를 쫓는 사람은 잭 카치. 잔인하고 거칠지만 영리한 악당이다. 흔적조차 없던 현장에서 카드 한장으로 실마리를 잡아서 무서운 속도로 그녀를 쫓는다. 거의 손에 잡을듯한 거리까지 추격한 잭. 캐시의 도망은 어떤식으로 끝을 맞이하게 될까.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중에서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책이니만큼 묘한 느낌을 들게 하는 내용이었다. 여자가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책 내용 자체가 말랑말랑한 느낌이 든다. 뭔가 차갑고 빈틈없는 논리적인 느낌의 전작들에 비해서 뜬구름 잡는 것같은 주술적인 내용이 나오는것도 특이하다. 캐시가 안 좋은일을 당했을때의 하늘은 어둠속에 달이 떠 있는 보이드 문이었다. 그런 배경도 주인공의 느낌을 더 짙게 느낄수 있게 하는 장치인거 같다. 뭔가 신비스러우면서도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는듯한 느낌의.

 

한편 크라임 스릴러 작가답게 그냥 솜씨좋은 도둑만 그릴순 없었을것이다. 그래서 도둑 잡는 경찰이 아니라 도둑 쫓는 그냥 나쁜놈을 한명 붙여놨다. 아주 악랄한 놈으로. 쫓고 쫓기는 그 과정에서 역시 작가의 역량이 드러난다. 치밀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마치 뮤직비디오보듯 속도감있게 잘 그려냈다. 뭐 주인공이니까 결국 추격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긴 한다. 그 미친거같은 잭의 추격을 벗어날수 있었던것은 그 누군가를 위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초인적인 능력으로 나타난것이리라.

 

대표작인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고 있는 중에 느닷없이 나타난 여도둑 이야기. 해리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줬던 시인시리즈같은 작품과는 또다른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다. 뭔가 강한 임팩트는 사실 덜하지만 좀더 아기자기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이 든달까. 여자들이 좋아하는 점성학, 즉 별자리운에 관한 배경도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장치가 된거 같다.

 

내용은 역시 작가의 역량대로 재미나게 술술 잘 넘어갔다. 마이클 코넬리 작품의 특성은 한마디로

'애매한 중독성'이다. 아주 강하게 끄는 점은 약한데 어어 하면서 그냥 쉽게 한장 한장 책을 넘기게 한다. 다음 내용이 어떨까 궁금해 미칠 지경은 아닌데 때되면 밥찾듯이 그냥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가다. 철저한 자료 조사로 책 내용이 참 사실적이고 정밀한것은 기본에 깔린거고.

그래서 이번 작품도 조금씩 읽을려다가 그냥 쭉 연달아 읽게 되었다. 이러니 그의 작품들을 다 읽지 않을수가 없는것이다.

 

한편 이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들을 다른 작품에도 슬쩍 등장시키는 재미있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해리 보슈와 변호사 미키 할러가 특별한 관계로 한 작품에 등장하는 그런 것이 캐시의 작품에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쨌든 도망자 신분이 된 그녀가 이번엔 악당이 아닌 형사 해리의 추격을 받는다는지 아니면 변호사인 미키의 변호를 받는다는지 하는 거 말이다. 물론 캐시 블랙 시리즈가 나온다는 전제하에 상상해 볼수 있겠지만.

 

해리 보슈시리즈도 좋지만 캐시의 후속작도 있었으면 재미날꺼 같다. 마치 괴도 루팡의 절도 퍼레이드처럼 캐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그런 도둑의 대향연시리즈 같은. 

그러면 해리가 싫어할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드 그래닛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어떤 문학작품이던 그 나라의 스타일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각 나라의 자연과 문화의 기운을 담았다고나 할까. 추리물에서도 그런 느낌은 잘 드러나는데 이번에 국내에서 잘 없었던 영국 추리물이 나왔으니 바로 이 '콜드 그래닛'이다.

제목부터 뭔가 추운느낌이 드는데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에서 느꼈던 감정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비가 자주오는 기후의 특성상 춥고 지루한 느낌속에서 뭔가 유모나 위트, 그리고 알수없는 여유같은것 말이다. 사건은 여러개 터져서 정신이 없을법한데도 할꺼는 다 하는 뭐 그런.

중간중간에 나오는 영국식 유머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피식 웃게 했다.

 

책의 무대는 영국의 동북부 스코틀랜드 도시인 애버딘이다. 솔직히 그런곳도 있었나 하고 검색해서 알아봤는데 나름 큰 도시고 상업, 교통의 중심지라고 한다. 이런곳이니 뭐 범죄도 많을것이다. 그곳의 그램피언 경찰서가 중심 무대다. 당연히 여기의 경찰이 주인공이다.

그 이름 '로건 맥레이'.

 

그는 그전의 사건에서 범인은 잡았지만 큰 부상을 당해서 오랫동안 치료와 휴식을 취하고 복귀하자말자 희대의 연쇄살인사건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도 어린이를 상대로 한. 최초의 사건에 대해서 실마리를 찾기도 전에 또 한 아이가 실종되게 되고 연이어서 또 다른 어린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거기에 무릎이 도려진 시체의 발견까지. 사건이 정신없이 일어나게 된다. 그 얽히고 설킨 사건들에서 증거를 찾아서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는것이 중심 이야기다.

 

여러 수사물이나 경찰물의 추리소설을 많이 봤지만 아동을 중심으로 한 연쇄 살인이나 실종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 많이 보지 못했는데 여기에서는 그것이 주된 사건이다. 보통의 살인사건이라고 해도 주목을 끌것인데 아동을 상대로, 특히나 잔인하게 살해되고 성적인 문제까지 결부된 연쇄살인사건이라고 하니 얼마나 대단했을까. 한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 터지고 또 터지고 한마디로 정신이 쏙 뺄 정도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데 그 사건들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게 보이면서도 결국엔 어떤 지향성을 갖게 되는점에서 흡입력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흥미로운것은 주인공인 캐릭터다. 소설속에서 대단한 사건을 잘 해결한 영웅처럼 나오지만 사실은 소심하면서도 실수도 있고 상관에 쩔쩔매는 면도 보이는 것으로 나오는게 뭔가 더 사실적이고 친근감이 있게 느껴졌다. 셜록홈즈나 콜롬보형사같이 모든 사건을 꿰뚤어보고 능수능란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법이다. 책 읽을때는 시원하게 읽지만 뭔가 덜 사실적인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맥레이 형사는 그런 점에서 보통 사람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실력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는듯 보여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이 소설이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데 뒤로 갈수록 더 친근감있는 캐릭터가 될듯하다.

 

소설의 색깔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장치는 소설 내내 묘사되는 날씨다. 우리가 영국은 비가 자주 내린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것이 수없이 묘사된다. 계절상으로는 겨울인데 거기에 시도때도없이 비나 눈이 내리니 안그래도 잔인한 살인사건인데 더 오싹한 느낌이 들게 하는 장치였다. 역시 영국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저런데서 어찌 사는가 하는 생각도 함께. 하지만 이 비는 감춰졌던 사실을 드러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고 또 중요한 사실을 감춰버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점에서 이야기 전개상 중요한 장치인것이다.

 

하지만 마냥 차가운것만은 아니다. 그 찬 기운을 녹여줄 소재로 차가 등장한다. 티타임이라는 일상적인 시간이 있을 정도로 차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지만 이 책에서도 어떤 경우던 차를 마시는 장면이 나와서 새삼 이 나라의 문화적인 면을 알게된것도 있었다. 차가운 날씨의 비와 따뜻한 차가 대비되는. 

 

사실적인 캐릭터인 주인공 이외에도 여러명의 조연들이 맛깔나게 책을 장식한다. 맥레이의 상관으로 능력있는 형사지만 상당히 사나운 인치와 더불어 맥레이와 함께 사건속으로 뛰어들게되는 매력적인 여순경 왓슨등이 마치 콤비같이 재미나게 등장한다.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이 조연들의 비중도 커지지 않을까 싶다. 특히 왓슨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요즘 새롭게 각광받는 북유럽 추리물들에 비해서 잘 접하지 않았던 영국추리물이었는데 상당히 깔끔하고 재미나게 잘 읽었다. 사건이 많은데 해결은 안하고 엉뚱한 시간을 허비하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진도가 안 가는듯했지만 그 작은것들이 모여서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책 페이지수가 600쪽이나 될만큼 두껍지만 술술 잘 읽힌다. 내용 중간중간 영국 특유의 위트와 여유가 나와서 그런지 읽는내내 편하게 잘 읽었다.

 

책 제본도 튼튼하게 잘 되었고 번역도 특별히 어색한 부분이 없이 잘 된거 같다. 다만 주인공인 맥레이의 우리말 공식직위는 '경사' 이고 상사인 인치의 직위는 '경위'인데 그 호칭이 문맥상 몇군데 틀린곳이 있다. 경사님 해야하는데 경위님 하는 식으로. 그거외에는 특별한 오역은 없이 매끄럽게 책이 잘 만들어졌다.

 

경찰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 다른 경찰물에서 느끼지 못하는 편한 느낌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얼른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메레르 7 - 황금의 도시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래 4부작인가 5부작으로 기획되었던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탓인가 전 9권으로 확장된 이후로 다음권은 어느 대륙으로 모험을 떠날지 궁금했었다. 이제 6권이 나오고 기나긴 세월을 거쳐서 7권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남미다! 삼바와 리듬의 나라 남아메리카.

이 남미로 날아가게 되는 원인 제공자는 역시나 나폴레옹이다. 전략적 차원에서 남미의 교두보를 마련하기위해 브라질을 침공하려는 프랑스.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영국의 전력은 역시나 테메레르였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곳은 바로 잉카 제국! 또다시 처음 겪게 되는 문명앞에서 테메레르와 로렌스 일행이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이번 책의 대략적인 이야기다.

 

프랑스 나폴레옹이 영국을 침공하고 거기에 대항하는 영국의 이야기를 용이라는 탁월한 상상력의 무기와 함께 버무려서 만든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역사적인 사실이 기본에 깔려 있다. 말하자면 공군이 없던 당시에 용이라는 공군이 있어서 좀더 확장된 전쟁을 했다고 할수 있다. 묘사는 상상의 산물이지만 실제의 전투나 전쟁은 역사적인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권에서는 완전한 상상의 나라가 등장한다.

바로 잉카 제국.

 

우리가 황금의 나라라고 알고 있는 그 잉카가 이번권의 주무대가 된다. 나폴레옹의 시대였던 19세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는데 기왕지사 남미로 간 기회에 잉카가 그때까지 있었다는 설정으로 새로운 문명을 보여줄려고 한 것이다. 뭐 스페인에 멸망하지 않고 계속 살아남는다는 설정이 역사상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재로는 더할나위 없다. 깃털 달린 잉카의 용들을 신기한듯 바라보는 테메레르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엿가락 늘이듯이 죽죽 분량을 늘리는 국내 드라마도 아니고 처음 기획되었던 내용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과히 좋지는 않았다. 틀림없이 완성도면에서 아쉬움이 발생할수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6권에서 좀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전의 권들에서 보였던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내용이 살짝 지루한 느낌도 들면서 시리즈중 가장 평범한 내용이 되어버렸던것이다. 하지만 오래 기다린만큼의 기대를 져버러지 않고 이번 7권에서는 새로운 기운의 내용으로 가득찼다. 잉카 제국이라는 매력적인 장소를 지은이인 나오미 노빅은 테메레르의 여정에 잘 녹여 만들어낸거 같다.

 

이 시리즈를 지탱하는 힘은 무엇일까.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장르적인 특이성도 있고 용이 공군이 되어 맹활약을 펼친다는 내용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등장인물, 즉 캐릭터의 힘이다. 그중에서 역시 원톱은 우리의 주인공인 '테메레르'. 정말 테메레르를 보면 진짜로 있는 존재인것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저런 용 길러봤으면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로랜스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점점 더 인간보다 더 인간다움을 배워가는 그의 모습이 참 이쁘다. 로랜스에게 애교를 떨때는 너무 귀여워서 진짜로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다. 그만큼 테메레르라는 캐릭터의 구축이 잘되어서 그럴것이다.

 

그밖에 점점 테메레르의 이야기에 동화되면서 멋진 남자가 되어가는 로랜스도 참 정겹고 따뜻한 인물로 그려지고 이스키에르카같은 여러용들의 모습도 아기자기하게 잘 그려져서 웃음을 짓게 한다.

 

이제 계획된 시리즈인 7,8,9권의 첫번째인 7권이 나왔다. 유럽과 중동은 물론이고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이어서 호주와 남미까지 탐험했다. 아마 이야기의 결말은 나폴레옹과의 최후의 일전일 것이다. 그것을 위한 전초적인 내용이 다음권에서 나오지 않을까.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언제 또 다음권을 보게되나 기다려진다. 제발 다음권은 얼른 나오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은비사 - 은이 지배한 동서양 화폐전쟁의 역사
융이 지음, 류방승 옮김, 박한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도 금메달만 귀히 여기는 이 시대에, 돌잔치때 돌반지로 금반지를 하는 이 시절에 뜬금없이 왠 은이야기일까. 은이 하찮은 존재는 아니지만 별로 중요시 여기지도 않는 그런 존재라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고 있는 이때에 은이 앞으로 경제 시대에 중요한 작용을 하리라는 주장을 하는 책이 바로 이 백은비사다.

 

사실 역사적으로 봤을때 중세까지만 해도 은은 국가간 교역에서, 그리고 사회의 경제 활동에서 중요한 수단이었다. 은을 누가 많이 가지느냐에 따라서 곧 부가 결졍되었었다. 하지만 그런 오랫동안의 은의 지위가 금으로 넘어가고 또 현대적인 화폐제도의 발달로 은이 잊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은의 지위는 낮아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생각치 못했던 그 은이 어떻게 새로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앞으로 어쩌면 은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지도 모를 정도가 될것인가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을 하고 있다.

우선 은이란것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거 경제 활동에서 은의 쓰임새를 자세히 몰랐던 나로선 참 흥미진진했다.

 

산업혁명이 발달해서 서양이 동양을 압도하기전까지 세계 최고, 최대의 국가는 당연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을 지탱하게 한것은 다름아닌 은이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실물 경제 국가였고 생산량이나 소비량은 유럽전체보다 더 클 정도였다. 하지만 은을 비롯한 화폐의 재료가 되는 금속은 소비량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것을 넘쳐나게 만든것은 서양이었다. 중국의 차를 수입하기 위해서 막대한 양의 은을 갖다바쳤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그야말로 국부가 넘쳐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넘치는것은 비워지는 법. 그 많던 은은 청말에 이르러 아편으로 말미암아 사라지고 결국 중국이 망하게 되는 지름길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은이 중국에 흘러들어오고 나가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연대기적으로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가 오면서 은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어쩌면 역사는 돌고 도는건지 부침이 심했던 은이 새로운 위치에 오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은의 가치를 주목하고 있고 실제로 유명한 투자가들이 은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은은 금에 비해서 그 가치의 등락이 너무 불안정한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금은복본위제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은이 금의 보완재로서의 가치를 이야기 해준다고도 볼수 있다.

 

은이 중요한것은 역사상 은의 제국이었던 중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성때문이다. 이미 중국과의 교역은 중요한 상대국이 되버린지 오래고 앞으로도 더욱더 밀접한 사이가 될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은의 쏠림 현상이 중국으로 다시 일어날 경우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은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오게 될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것인가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과거 역사에서 고조선의 멸망을 초래한 한의 침공은 은때문이었다는 말이 있다. 중계무역으로 인해 고조선으로 막대한 은이 흘러가자 은이 부족해진 한이 침공했다는 것. 한의 침략은 여러가지 이유때문이겠지만 그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동양과 서양의 화폐 전쟁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은의 존재와 가치를 역사상에서 이해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된 괜찮은 책이었다. 굳이 현재은 화폐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역사상의 은 이야기라고 읽어도 좋은 재미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