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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라이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9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9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명탐정이라고 하면 어렸을때 읽었던 책의 영향을 따라서 '명탐정 셜록 홈즈'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어찌 명탐정이 그뿐이랴. 무수히 많은 명탐정이 있을진데 이제 그 계보에 새로운 인물을 추가할때가 된거 같다. 바로 우리의 해리 보슈.
전작의 시리즈물에서는 능력있는 형사였지만 이제는 경찰을 떠난 백수. 정확히 말하면 공식 면허가 있는 탐정이다. 미국에서는 경찰쪽 사람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탐정 면허를 주는 모양이다. 아무튼 형사로 쭈욱 알고 있다가 탐정이 된다니 뭔가 아쉽기도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인일때는 공무원일때와는 다르게 사건에 대해서 좀더 다양하고 민첩한 접근이 가능하기도 해서 그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가 되었다.
이야기는 탐정이 된 보슈가 내내 마음에 담아두고있던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걸로 시작된다. 이른바 안젤라 벤턴 사건. 영화 제작과 관련한 200만 달러의 강탈 사건이었는데 뭔가가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게다가 그 사건과 관련된 FBI 요원이 실종되었고 사건 담당 형사들 중 한명은 사망, 한명은 머리만 움직일 정도의 상태가 되버렸다. 몇년이 흘러서 사건의 방향도 잡기 쉽지 않은 시점. 그런데 이상한것은 누군가가 사건 수사를 방해한다는것이다. 그것도 경찰 저 윗선으로부터. 결국 국토방위부까지 연결되서 보슈에게 압력을 가하게 된다. 강도 사건에 무슨 테러가 연관이 있지? 하지만 실체에 다가갈수록 단순한 사건이 아님이 밝혀진다.
형사가 아닌 탐정으로의 첫번째 활약을 그린 이 책은 그만큼 뭔가 부드럽고 자유스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뭐 보슈 자체가 고분고분한 인물은 아니지만 어쨌든 시리즈가 진행되어 보슈도 나이가 들었는지 왠지 부드러우면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전부인의 문제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보슈를 보게 된다. 어쩌면 그에게 사건해결보다 더 중요하고 급박한게 부인과의 문제일지도 모를 정도로.
이야기 진행은 전작 시리즈에서 보였던 느낌 그대로 치밀하면서도 빠르고, 은근설쩍 뒤가 궁금하게 느껴지게 잘 짜여진 드라마로 펼쳐진다. 마이클 코네리는 신문사 범죄 담당 기자의 이력을 정말 잘 쓰고 있는것같다. 기자로서의 날카로운 분석과 실제적인 면이 책에서도 잘 반영되고 있는것이다. 철저한 자료 조사로 실제 경찰의 모습, 사건 해결을 이렇게 해나가는구나 하는 것들을 섬세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잘 쓰고 있다. 덕분에 이 시리즈를 읽는 사람들은 미국 경찰에 더 익숙해지는것같은 느낌이 들지도.
쉼없이 달려온 해리 보슈 시리즈가 어쩌면 이 책을 기점으로 좀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전에는 형사였고 이제는 탐정이란 신분의 변화도 있지만 더 굳건한 의지와 함께 좀더 부드러워진 보슈의 모습을 보는것도 그렇고 그의 개인적인 가정사에 반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편에서는 그 방향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해진다.
해리 보슈 시리즈는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한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좀 더 좋고 좀 덜 좋을수도 있겠으나 나한테는 그냥 다 좋다. 각 편이 단독으로 독립된 사건을 다루는 것이라서 어느것을 먼저 읽어도 좋으나 그래도 세월의 흐름을 알려면 출간된 순으로 읽는게 좋을꺼 같다. 사람과의 관계의 그 미묘한 면을 다 알고 읽으면 더 재미있으니까. 전에 시리즈를 뒤죽박죽 읽어서 뭔가가 애매한 구석이 있는데 새로 순서대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시리즈다.
시간과 책값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