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드 문 - 달이 숨는 시간,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7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범죄소설쪽에서는 현역 최강중의 한명이라고 할수 있는 마이클 코넬리의 새로운 장편 소설이 나왔다. 묵직한 남자들이 나오는 전작의 시리즈물과는 달리 이번의 주인은 여자다! 그것도 참 매력적인 도둑. 전작들에서는 어떻게보면 주인공이 선의 입장에서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형사나 변호사, 기자등등. 그런데 이번엔 도둑이다. 이유야 어떻던 무엇을 훔쳤던 좋은편은 아닌.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중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주인공인 셈이다.

 

이야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도망치는 여도둑과 그녀를 쫓는 그냥 나쁜놈간의 살떨리는 추격전이라고 할수 있겠다.

캐시 블랙. 어떤 말못할 이유로 가석방의 기간에 위험을 무릎쓰고 카지노에서 큰거 한건을 할려고 한다. 사전 정보를 갖고 목표물에 접근, 숨겨둔 솜씨로 돈가방을 훔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것이었고 그것이 그녀가 쫓기게 되는 이유가 된다. 그녀를 쫓는 사람은 잭 카치. 잔인하고 거칠지만 영리한 악당이다. 흔적조차 없던 현장에서 카드 한장으로 실마리를 잡아서 무서운 속도로 그녀를 쫓는다. 거의 손에 잡을듯한 거리까지 추격한 잭. 캐시의 도망은 어떤식으로 끝을 맞이하게 될까.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중에서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책이니만큼 묘한 느낌을 들게 하는 내용이었다. 여자가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책 내용 자체가 말랑말랑한 느낌이 든다. 뭔가 차갑고 빈틈없는 논리적인 느낌의 전작들에 비해서 뜬구름 잡는 것같은 주술적인 내용이 나오는것도 특이하다. 캐시가 안 좋은일을 당했을때의 하늘은 어둠속에 달이 떠 있는 보이드 문이었다. 그런 배경도 주인공의 느낌을 더 짙게 느낄수 있게 하는 장치인거 같다. 뭔가 신비스러우면서도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는듯한 느낌의.

 

한편 크라임 스릴러 작가답게 그냥 솜씨좋은 도둑만 그릴순 없었을것이다. 그래서 도둑 잡는 경찰이 아니라 도둑 쫓는 그냥 나쁜놈을 한명 붙여놨다. 아주 악랄한 놈으로. 쫓고 쫓기는 그 과정에서 역시 작가의 역량이 드러난다. 치밀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마치 뮤직비디오보듯 속도감있게 잘 그려냈다. 뭐 주인공이니까 결국 추격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긴 한다. 그 미친거같은 잭의 추격을 벗어날수 있었던것은 그 누군가를 위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초인적인 능력으로 나타난것이리라.

 

대표작인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고 있는 중에 느닷없이 나타난 여도둑 이야기. 해리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줬던 시인시리즈같은 작품과는 또다른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다. 뭔가 강한 임팩트는 사실 덜하지만 좀더 아기자기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이 든달까. 여자들이 좋아하는 점성학, 즉 별자리운에 관한 배경도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장치가 된거 같다.

 

내용은 역시 작가의 역량대로 재미나게 술술 잘 넘어갔다. 마이클 코넬리 작품의 특성은 한마디로

'애매한 중독성'이다. 아주 강하게 끄는 점은 약한데 어어 하면서 그냥 쉽게 한장 한장 책을 넘기게 한다. 다음 내용이 어떨까 궁금해 미칠 지경은 아닌데 때되면 밥찾듯이 그냥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가다. 철저한 자료 조사로 책 내용이 참 사실적이고 정밀한것은 기본에 깔린거고.

그래서 이번 작품도 조금씩 읽을려다가 그냥 쭉 연달아 읽게 되었다. 이러니 그의 작품들을 다 읽지 않을수가 없는것이다.

 

한편 이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들을 다른 작품에도 슬쩍 등장시키는 재미있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해리 보슈와 변호사 미키 할러가 특별한 관계로 한 작품에 등장하는 그런 것이 캐시의 작품에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쨌든 도망자 신분이 된 그녀가 이번엔 악당이 아닌 형사 해리의 추격을 받는다는지 아니면 변호사인 미키의 변호를 받는다는지 하는 거 말이다. 물론 캐시 블랙 시리즈가 나온다는 전제하에 상상해 볼수 있겠지만.

 

해리 보슈시리즈도 좋지만 캐시의 후속작도 있었으면 재미날꺼 같다. 마치 괴도 루팡의 절도 퍼레이드처럼 캐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그런 도둑의 대향연시리즈 같은. 

그러면 해리가 싫어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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