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명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7 미치 랩 시리즈 6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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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스릴러 장르는 뭔가 남자답고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다. 쿵쿵쾅쾅하면서 적을 무찔러 나가는 모습에서 대리만족감을 느낀달까. 실제로 존재할지는 몰라도 암튼 주인공이 적을 제압하는 모습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기까지한다.

 

하지만 뭐든 현실성을 기반으로 해야 더 실감이 나는 법. 그냥 때리고 부수고 죽이는 그런거 원한다면 영화 람보류를 보면 된다. 적만 죽이고 난 총과 포탄속에서도 죽지 않는 불사신이 나오는 종류. 근데 그런 스타일은 몇번보면 재미가 없다. 죽지도 않고 완벽하게 신처럼 나오는데 재미있을리가.

적당히 실패도 하고 인간적이면서 부상도 당하긴해도 죽진 않는 그런 캐릭터가 재미있지 않을까나.

 

빈스 플린의 미치 랩 시리즈는 그런 뻔히 보이는 무지막지한 액션류가 아니다. 대테러 특수 요원인 미치가 적과 싸우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 적이란것이 밖에있는 보이는 나쁜 것도 있지만 내부의 숨어있는 적과도 싸우는 내용이다. 그것도 미국 정치 심장부인 워싱턴 백악관과 관련된. 그래서 정치 액션 스릴러라고 할만하다. 그래서 단순히 적과의 싸움만 나오는것이 아니라 정치적인면과도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그 재미가 배가 된다. 원래 정치와 관련된 음모가 그 어떤 장르보다 흥미롭지 않는가.

 

이번 책은 미치 랩의 위기 상황을 그렸다. 핵테러 저지 음모를 사전에 알아내서 그것을 분쇄하는 미치. 그런데 그 와중에 자신의 아들이 미치에 의해 희생당했다면서 그 복수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재벌. 그는 미치 랩을 죽이는 댓가로 2200만불이라는 거액을 내건다. 하지만 미치가 누군가. 숱한 죽음의 위기에서도 살아났고 미국을 공포와 파괴의 순간에서 구해낸 역전의 영웅이 아닌가. 어떤 누가 그런 용사를 죽일수 있을까. 그것도 보안이 철저한 미국에서. 하지만 돈의 유혹에는 용기가 생기는 법. 평소 미치 랩을 존경했다는 그 암살자는 다른 삶을 살기위한 발판으로 이 건을 맡는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미치의 집에까지 다다르게 되는 암살자. 더구나 미치는 다쳤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서 수술을 한터라 운신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미치는 그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런지...

 

한편 언제나 내부의 정치적인 적들과도 대적해야했던 미치는 새로운 골칫꺼리 상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미국내 모든 정보기관들을 통합해서 관리하게 될 국가정보원 국장이었다. 그는 정치적인 야망을 가진 사내로 미국의 모든 정보를 자신이 관장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인물. 그리고 수많은 사람에게 추앙을 받는 미치도 자신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다. 미치에게는 그의 말을 귓등으로 듣지 않을 배짱이 있었지만 문제는 자신이 유일하게 따르는 상관인 CIA국장 케네디가 고초를 겪게 될꺼란 것. 국가정보원 국장이 직제상 케네디의 상관이기 때문이다. 케네디와 미치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할수 있는 신분이란 면에서 그들간의 팽팽한 긴장감도 볼만 하다.

 

주인공은 살기 마련이라서 끝도 살아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간에 미치에게 크나큰 슬픈 일이 일어난다. 어쩌면 그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했었는데 그것이 사라진 일이 일어난것이다. 책 읽으면서 왠만해선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나조차도 미치의 슬픔이 느껴져서 찡했다. 이 무지막지한 사람이 사는 목표였는데 그걸 잃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됐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그런식으로 큰 슬픔을 넣긴 했지만 나중에 미치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다시 활약을 하게 그릴지 궁금해졌다. 감정이 아예 말라서 터미네이터가 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비록 미국 정치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 일상과도 관련된 정치가 결부된 정치 액션 스릴러 미치 랩 시리즈. 재미가 있다는 말은 그냥 읽어보라고 할 수 밖에 없겠다. 이처럼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이쪽 장르를 재미나게 그리는 작가는 또 없다. 그런데 이 멋진 시리즈를 쓰는 작가 빈스 플린이 올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직도 젊은데. 이미 나와있는 작품 외에 앞으로 더 그의 작품을 볼수 없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미치 랩 시리즈같은 책은 그 외에 누구도 쓸 수 없는데...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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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의 심판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맥신 패트로 지음, 원은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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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패터슨은 전형적인 '글쟁이'다. 끊임없이 글을 써대는 글공장장같은. 사실 너무 많은 작품을 써서 어떨땐 비슷한 느낌을 줄때도 있긴 한데 그래도 어느정도 비틀어서 넘어가는터라 큰 식상감을 느끼는건 아니다. 그래도 소재나 글감의 다양성을 위해서 이른바 공저, 즉 협력서술을 하는데 이 책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도 그중에 하나다. 주인공들이 4명의 여성이어서 그런지 주로 여성작가와 함께 글을 쓴다. 공저의 장점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라고 할수 있지만 일관성이라는 면에서는 좀 들쑥날쑥할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 책, 시리즈중에서도 상위권에 들만한 재미난 이야기다.

 

이야기는 두가지 사건이 중심 얼개다. 하나는 유명 도둑 '헬로 키티'의 살인 사건이고 하나는 엄마와 아이만을 살인하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다. 두 가지 사건이 가까운 시간에 벌어지면서 주인공인 린지 형사는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한다. 그런데 사실 헬로 키티의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중요성이 좀 떨어져 보인다. 헬로 키티 사건에서도 사망자가 나오긴 했지만 그건 1회성에 그쳤고 연쇄살인은 계속해서 그것도 아이까지 죽이는 잔혹한 범죄가 연속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헬로 키티 사건도 충분히 재미난 소재성이 있지만 역시나 연쇄살인범 이야기에 비해서는 그 추가 기우는거 같다. 실제로 소설속에서도 처음에는 헬로 키티 사건이 유명배우의 집에서 일어난 사건이라서 언론의 주목도 더 받고 경찰 상층부에서도 우선적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리지만 곧이어 터지는 연쇄 살인때문에 샌프란시스코 경찰 전체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그 비중이 확 기울었다. 두 개의 사건을 교차로 보여주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한쪽의 무게가 남다르다보니 사건을 보는 독자들도 연쇄살인쪽으로 더 몰입한다고나 할까. 물론 헬로 키티 사건이 나중에 또다른 복선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균형을 맞췄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어쨌든 특이하게도 엄마와 아이만 표적해서 살인하는 살인범때문에 샌프란시스코는 난리 난리 대혼란에 빠져든다. 도대체 실마리가 없다.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다. 살인범은 프로의 솜씨인냥 별다른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데 살인은 또 일어나고. 린지 형사를 비롯한 경찰이 전전긍긍하고 있을때 살인범은 묘한 제안을 해온다. 그것을 기점으로 실마리를 잡아나가는 린지. 과연 그를 어떻게 잡을수 있을 것인가.

 

범인을 잡아나가는 과정은 읽는 나 조차도 피로를 느낄 정도로 강행군이었다. 언제 어떻게 또 연쇄 살인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린지는 하루에 몇시간 자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 결과 범인의 실체에 다가가긴 하는데...이럴때 책이 멋지게 마무리될려면 범인을 잡는 과정도 참 멋져야하는건데 그렇게 재미나게 잘 이끌어가던 과정의 결말은 좀 허무했다. 긴장도는 한껏 높여놓고선 폭발시키지 않고 사그라들게 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사건의 결말은 큰 인상을 주진 못했다.

 

더불어 헬로 키티 사건도 약간은 허무하게 끝난 느낌도 있고. 과정을 재미나게 하다가 결말을 시원하게 이끌어내지 못한건 아쉬웠다. 그런데 그 아쉬움을 달래줄려고 그랬나. 무슨 여성지의 권말부록도 아니고 사건이 다 종결되고 난 다음 마지막에 놀랄만한 일이 일어난다.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늦추지말란 뜻이었는지. 사건 마무리는 허무했지만 책 마무리는 재미났다.

 

4명의 여성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사건이 일어나면 그 중심에 있는건 경찰일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린지 형사가 주된 활동자로 나온다. 역시 이 책에서도 린지 형사와 기자인 신디, 검시관인 클레어와 지방 검사보인 유키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잘 잡혀서 나온다. 그래서 실제로 있는듯한 사람인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한 사람이 아플때 나머지 세 사람이 위로해주고 옆에서 지켜주는 그 모습이 따뜻하게 보였다. 여자들 특유의 우정이.

 

이야기 완성도 면에서 어느정도 기복이 있는 시리즈인데 이번에 나온 책은 결말의 아쉬움도 있긴 하지만 나름의 보너스격인 마무리 내용도 있고 독자가 범인을 아는 상태에서 그를 쫓는 경찰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나름 좋았던 편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린지 형사의 신분에 변화가 있게 될 '수도' 있게 나오는데 이건 다음편도 꼭 보라는 지은이의 낚시이려나. 다음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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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1 : 뼈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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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아마 판타지 소설에서 이 소재만큼 단골인 것은 없을것이다. 선과 악을 대표하는 그들은 뭔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에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많이 쓰여진 관계로 새로울것이 없게 느껴져서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섀도우 헌터스는 좀더 그 관계를 확장한 존재가 나온다.

 

바로 악마사냥군 셰도우 헌터스. 분명 선의 입장에 있긴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악마와 악마의 영향을 받은 존재를 죽이는 이들. 어찌보면 선과 악의 두가지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존재라고 할수 있는데 여기에 좀더 극단적인 그룹도 나오게 된다. 선과 악이 어지럽게 충돌한다고나 할까.

 

이야기의 주인공은 16살 소녀 클라리다. 평범하게 그녀는 어느날 클럽에서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볼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클라라뿐이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클라리. 하지만 이어지는 사건들에서 클라리는 자신이 보통 인간과 다르다는것을 깨닫게 된다.

 

한편 악마를 소탕할 목적으로 존재해온 섀도우 헌터들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임무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묵는곳은 일종의 피신처 같은 곳으로 인스시튜트라고 불렸고 걱기에는 제이스와 알렉 이사벨이 살고 있었고 그들은 인솔선생인 호지의 보살핌아래 있었다. 거기에 간 클라리는 자신의 존재와 섀도우 헌터스의 비밀을 알게되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더 큰 충격적인 사실들에 직면하게 된다.

 

내용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악마 사냥군들이 주인공인데 악마를 잡는것이 천사가 아닌 악마 사냥군 즉 셰도우 헌터스를 따로 둔것이 이채롭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띄고 있는데 우리가 사는 차원과는 다른 3차원의 세계도 함께 갖고 있는게 흥미로왔다. 주인공인 클라리는 전형적인 10대 소녀였는데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보이는 욕망과 두려움, 질투, 슬픔등이 잘 표현되어 있는거 같다. 그래서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좀 답답한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그렇게 다 알면 10대가 아니지않겠는가.

그밖에 같이 나오는 섀도우 헌터스도 비슷한 나이로 설정되어 있어서 10대들에게 재미나게 읽힐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춘것같다. 특히 남자 헌터들의 외적인 면은 요즘 나오는 환타지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꽃미남 스타일이어서 또래 아이들의 판타지 요소를 충족시키고 있다.

 

1편은 섀도우 헌터스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과 각 인물들간의 관계, 그리고 전체적인 세계관을 두루 이야기 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본격적인 활약이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600페이지 가까운 두께에도 술술 잘 읽혔다. 마법과 마법사, 요정, 천사와 악마등이 어우러져서 재미난 이야기로 발전해나갈꺼 같다.

 

2,3편에는 또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1편에 나오는 인물들의 캐릭터구축도 잘 되어 있는거 같고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탄탄해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어떤 성장을 보일지를 지켜보는것도 흥미로울꺼 같다.

 

전체가 6부작으로 기획된 섀도우 헌터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그리는 것이 1편이다면 본격적인 전개를 그리는것은 2편부터일꺼같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활약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떻게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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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해부
앤드루 테일러 지음, 김하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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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가늠이 안되는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유령을 잡아서 해부하는 내용인지 아니면 유령으로 느껴지는 어떤 존재를 추적해간다는 말인지 알수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지만.

'아메리칸 보이'에서 유려하고 신선한 이야기 솜씨를 보인 앤드루 테일러가 이번에 들고 나온 소재는 바로 유령이다. 유령이 막 휙휙 날아다니고 그런 공포 소설이 아니라 유령이란 소재 자체가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것이다. 배경이 되는 시대가 18세기라서 등장인물들이 더 잘 빠져들수도 있겠다.

 

무대는 18세기 영국 런던 캠브리지의 예루살렘 칼리지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예루살렘 대학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거기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한 여자가 알수없는 이유로 죽은 상태로 발견이 되었고 그녀와 관련되어 대학의 학생인 프랭크가 유령을 봤다면서 미쳐버렸다.

 

프랭크의 어머니는 아들의 상태를 살피고 집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한 사람을 고용한다. 홀즈워스.

그는 서적상이었는데 사고로 아들을 잃고 연이어 아내까지 잃고 삶의 낙도 없이 그냥 그냥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고용이 된 이유는 유령이란 환상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쓴 '유령의 해부'라는 책을 썼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유령을 가장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추적(?) 할수 있으므로 자신의 아들도 구할수 있다고 여겼기에 고용이 된 것이었다.

 

예루살렘 대학으로 향한 홀즈워스는 환대를 받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면서도 뭔가 감추어진듯한 공기를 느끼게 되고 대학내의 구성원들도 평범하지는 않다. 프랭크는 과연 정신병인가 아니면 진짜 유령을 본것인가를 찬찬히 살펴가는 홀즈워스. 작은 실마리에서 드디어 예루살렘 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할꺼같은 18세기 영국 대학을 세밀하게 그린 덕분에 그 당시 영국의 사회상의 한 단면을 알수 있었다. 그때도 지금과 여전히 돈과 권력을 위한 암투가 있었고 고상함 속에 감추어진 어두움이 있었다. 흥미로왔던것은 대학내의 비밀클럽에 관한 것이다. 아마 실제로 있었을것으로 추정되는 클럽이기에 소설상에 표현이 된거 같은데 이 클럽의 '행사'가 극의 사건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소재 자체는 흥미로왔지만 내용 자체는 초반에 좀 지루했다. 뭔가 스릴있고 아기자기한 사건을 기대했다면 이 책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나 시대적인 상황 묘사에 초반부가 세밀하게 그려져서 진도가 잘 나가는건 아니다. 중반을 지나가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해서 종반쯤에는 가속도가 붙는 형국이다. 하지만 초반의 내용도 비록 좀 느린 전개긴 했지만 잘 읽는다면 뒷부분의 내용을 뒷바침하는 여러 장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난뒤에 처음 부분을 다시 좀 읽어보니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랄까.

 

지은이가 팩션 추리 즉 사실을 결합한 이야기에 강점이 있어서 그런지 18세기 영국 대학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나오는 각 계층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도 주인공의 삶과 결부해서 세밀하게 잘 드러내고 있어서 그 당시를 편안히 느낄수 있다. 다만 제목에서 풍기듯이 진짜 유령을 잡으러 스릴있게 간다던가 하는 그런 전개는 없어서 좀 심심하게 느낄수 있겠다. 끝에가서 약간의 반전이 있지만 그조차도 먼가 여백의 미로 남겨놓는듯한 느낌이다.

 

오랫만에 보는 '느린' 이야기였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작다면 작은 사건이고 별 특색있는 소재라고 볼수도 없는데도 긴 장편으로 이야기를 꾸려가고 등장 인물 마다 나름의 입체성을 부여하여 실체감있게 묘사한것도 재미나게 볼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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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2
토머스 H. 쿡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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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것이 다 좋은건 아니다. 때론 느린것이 더 깊게 울림을 줄때도 많다. 빠르기도하면서 느리기도 한 그 균형을 잘 맞춘다면 참 멋질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빠른 전개와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등으로 흡입력있게 쓴 스릴러가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반대로 느린 전개와 뭔가 알듯말듯한 이야기구조가 주는 묘미도 잘만 음미하면 더 큰 재미로 다가갈수 있다.

 

기존에 보던 재미난 미스터리 소설과는 달리 이 책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아주 악랄하거나 괴이한 사건도 있지 않다. 빠른 전개도 아니도 특이한 소재도 아니다. 몇장 읽다보면 그냥 놓아버릴꺼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런데 한장 읽다가 두장 읽고 세장 읽다가 그냥 읽게 된다. 뭐지? 하면서 다음장이 궁금해져서 그런것도 아닌 읽어야할 의무감이 있는것도 아닌, 그냥 자연스럽게 읽게 되는 책.

채텀 스쿨 어페어는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에 관한 이야기,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거기에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된듯한 구조랄까.

 

내용은 간단하다. 주인공인 헨리는 아버지가 교장인 채텀 스쿨에 다니는 학생이다. 따분하고 뭔가 답답한 삶을 살고 있던 그에게 새로 미술선생님으로 온 채닝선생님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세계를 접한거나 마찬가지였다. 세계 여러곳을 여행했던 채닝선생님의 이야기는 그에게 꿈과 자유에 관한 희망을 키워주었고 그녀의 지도로 헨리의 미술 실력도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명의 존재 리드 선생님. 넒은 세상으로 나가가기 위한 보트 제작을 도우면서 그와도 가까와진다. 좋아하는 두 선생님이 사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란걸 알게되면서 그 둘의 사랑이 꽃피우길 빌게 되는 헨리. 하지만 뜻밖의 일이 생겨나고 모두에게 충격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배경인 채텀이란 지역은 밝고 명랑한 곳은 아닌거 같다. 숲도 있고 연못도 많은곳인데 그 중에서 중심이 되는 검은 연못은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 할수 있다. 뭔가 을씨년스러우면서 어두운듯한 분위기. 군데군데 따뜻한 기운이 있긴 하지만 뭔가 답답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들게 한다.

 

1920년대의 미국이 무대인데 그 당시의 사회상을 예견해본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보수적인 분위기였을것이다. 그런 가운데 채닝 선생님과 리드 선생님의 사랑이 과연 좋은 결실을 맺을수 있었을까. 헨리의 시각에서 서술된 이야기지만 결국 그 일에서 중점적인 요소는 헨리 자신이었다. 어린 소년의 치기어린 욕망과 순수가 큰 파멸로 이끌줄은 그 자신도 몰랐을것이다.

 

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헨리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는데 어렸을때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또 어떻게 성장해갔는지 그리고 그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의 등장인물인 채텀 스쿨의 교장인 헨리의 아버지, 채닝 선생님, 리드 선생님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평면적인 글 속에서 참으로 입체적으로 총체를 잘 그려내고 있다.

 

끝부분에 가서 반전이 나오긴 한데 아주 강력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일이었는데 그 부분을 통해서 이 책이 미스터리물이었나고 뒤늣게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미스터리물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라는 수단을 통해서 멜로를 풀어낸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죽었는가를 다루는 면에서는 추리극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는 멜로고 헨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다룬면에서는 성장이야기라고 할수도 있겠다.

 

장르의 규정이 어떻든 어렵지 않은 글 속에서 인간의 내면의 어두운 모습을 참 서정적으로 잘 표현한 고품격 소설인건 틀림없는 것 같다. 책의 지은이인 '토머스 H. 쿡'특유의 문체가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났단 생각이 든다. 노년에 접어든 한 남자의 일생중 가장 중요했던,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게 했던 그 시절을 참 처연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잘 쓴 수작이었다.

 

빠른 전개의 책들에 비해선 느린 이야기였지만 그속에서 격정적이면서도 담담하면서도 긴장감있는 요소가 두루 숨어있는 작품이어서 참 쉽게도 어렵게도 읽었던 책이다. 한번 읽기보다는 두번 세번 보면 그 속에 숨은 또다른 묘미를 느낄수 있을듯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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