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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거명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7 ㅣ 미치 랩 시리즈 6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액션 스릴러 장르는 뭔가 남자답고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다. 쿵쿵쾅쾅하면서 적을 무찔러 나가는 모습에서 대리만족감을 느낀달까. 실제로 존재할지는 몰라도 암튼 주인공이 적을 제압하는 모습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기까지한다.
하지만 뭐든 현실성을 기반으로 해야 더 실감이 나는 법. 그냥 때리고 부수고 죽이는 그런거 원한다면 영화 람보류를 보면 된다. 적만 죽이고 난 총과 포탄속에서도 죽지 않는 불사신이 나오는 종류. 근데 그런 스타일은 몇번보면 재미가 없다. 죽지도 않고 완벽하게 신처럼 나오는데 재미있을리가.
적당히 실패도 하고 인간적이면서 부상도 당하긴해도 죽진 않는 그런 캐릭터가 재미있지 않을까나.
빈스 플린의 미치 랩 시리즈는 그런 뻔히 보이는 무지막지한 액션류가 아니다. 대테러 특수 요원인 미치가 적과 싸우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 적이란것이 밖에있는 보이는 나쁜 것도 있지만 내부의 숨어있는 적과도 싸우는 내용이다. 그것도 미국 정치 심장부인 워싱턴 백악관과 관련된. 그래서 정치 액션 스릴러라고 할만하다. 그래서 단순히 적과의 싸움만 나오는것이 아니라 정치적인면과도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그 재미가 배가 된다. 원래 정치와 관련된 음모가 그 어떤 장르보다 흥미롭지 않는가.
이번 책은 미치 랩의 위기 상황을 그렸다. 핵테러 저지 음모를 사전에 알아내서 그것을 분쇄하는 미치. 그런데 그 와중에 자신의 아들이 미치에 의해 희생당했다면서 그 복수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재벌. 그는 미치 랩을 죽이는 댓가로 2200만불이라는 거액을 내건다. 하지만 미치가 누군가. 숱한 죽음의 위기에서도 살아났고 미국을 공포와 파괴의 순간에서 구해낸 역전의 영웅이 아닌가. 어떤 누가 그런 용사를 죽일수 있을까. 그것도 보안이 철저한 미국에서. 하지만 돈의 유혹에는 용기가 생기는 법. 평소 미치 랩을 존경했다는 그 암살자는 다른 삶을 살기위한 발판으로 이 건을 맡는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미치의 집에까지 다다르게 되는 암살자. 더구나 미치는 다쳤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서 수술을 한터라 운신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미치는 그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런지...
한편 언제나 내부의 정치적인 적들과도 대적해야했던 미치는 새로운 골칫꺼리 상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미국내 모든 정보기관들을 통합해서 관리하게 될 국가정보원 국장이었다. 그는 정치적인 야망을 가진 사내로 미국의 모든 정보를 자신이 관장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인물. 그리고 수많은 사람에게 추앙을 받는 미치도 자신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다. 미치에게는 그의 말을 귓등으로 듣지 않을 배짱이 있었지만 문제는 자신이 유일하게 따르는 상관인 CIA국장 케네디가 고초를 겪게 될꺼란 것. 국가정보원 국장이 직제상 케네디의 상관이기 때문이다. 케네디와 미치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할수 있는 신분이란 면에서 그들간의 팽팽한 긴장감도 볼만 하다.
주인공은 살기 마련이라서 끝도 살아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간에 미치에게 크나큰 슬픈 일이 일어난다. 어쩌면 그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했었는데 그것이 사라진 일이 일어난것이다. 책 읽으면서 왠만해선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나조차도 미치의 슬픔이 느껴져서 찡했다. 이 무지막지한 사람이 사는 목표였는데 그걸 잃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됐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그런식으로 큰 슬픔을 넣긴 했지만 나중에 미치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다시 활약을 하게 그릴지 궁금해졌다. 감정이 아예 말라서 터미네이터가 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비록 미국 정치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 일상과도 관련된 정치가 결부된 정치 액션 스릴러 미치 랩 시리즈. 재미가 있다는 말은 그냥 읽어보라고 할 수 밖에 없겠다. 이처럼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이쪽 장르를 재미나게 그리는 작가는 또 없다. 그런데 이 멋진 시리즈를 쓰는 작가 빈스 플린이 올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직도 젊은데. 이미 나와있는 작품 외에 앞으로 더 그의 작품을 볼수 없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미치 랩 시리즈같은 책은 그 외에 누구도 쓸 수 없는데...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