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그러니까 프랑스 혁명은 그녀의 외부에서 일어난 일개 사건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핏속에 있는 활성제였다. 그녀는폭정에 대해, 법에 대해, 인습에 대해. 그평생 항거했다녀의 내부에는 개혁가다운 인류애가 끓어올랐으며, 그것은사랑만큼이나 증오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발발은 그녀의 가장 깊은 내면에 있는 이론과 신념이 일부 표출된 것이었으니, 그녀는 그 특별한 순간의 열기 속에서 두권의 웅변적이고 과감한 책 『버크에 대한 답변과 여성의권리 옹호』를 내놓았다. 이 책들은 너무나 지당한 내용이라지금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그 독창성은우리의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파리에서 혼자 커다란집을 빌려 살면서, 자신이 경멸하던 왕이 국민위병들에게 호송되어 지나가는 것을 직접 목도했을 때는, 그가 의외로 위엄을 잃지 않는 모습에 그녀도 이유를 알 수 없이〉 눈물이난다면서 <이제 자러갑니다. 평생 처음으로 촛불을 끌 수가 - P99
없습니다>라는 말로 편지를 맺고 있다. 세상일이 그리 간단치는 않았으니, 그녀는 자신의 감정조차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하던 신념들이 실행에 옮겨지는 것을 보면서도 눈물이 났다니 말이다. 그녀는 명성과독립과 자신의 삶을 살 권리를 얻었지만, 뭔가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다. <나는 여신처럼 사랑받기를 원치 않으며, 다만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그녀는 편지에썼다. 그 편지의 수신인이었던 매력적인 미국인 임레이가 그녀에게 아주 다정히 대해 준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그녀는 그를 열렬히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원칙 중 하나였다. 상호간의 애정이 결혼이며, 만일 사랑이 죽는다면, 사랑이 죽은 후까지 결혼이라는유대가 구속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유를원하는 동시에 확실성을 원했다. 그녀는 이런 말도 썼다. 〈나는 애정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그것은 무엇인가 습관적인 것을 뜻하니까요> - P100
여성의 고난이라는 책도 쓸 예정이었다. 그녀는 교육을 개혁할 예정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는 날도 그녀는 저녁식사를 하러 내려올 예정이었다. 그녀는 해산 때 의사가 아니라 산파를 고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실험이었다. 그녀는 분만중에 죽었다. 자신의 삶에 대해그토록 강렬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던, 더없이 비참한 가운데서도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나 자신을 잃는다는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아니, 내가 존재하기를 그친다는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외쳤던 그녀가 36세의 나이에 죽었다. 하지만 그녀는 원을 풀었다. 그녀가 땅에 묻힌 후130년 동안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었고 잊혀 갔지만, 우리는여전히 그녀의 편지들을 읽으며 그녀의 주장에 귀 기울인다. 우리가 그녀의 실험을, 무엇보다도 가장 큰 결실을 맺은 실험, 즉 고드윈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그리고 그녀가 인생의 핵심을 파고들어 간 도도하고 열정적인 태도를 실감할때, 분명 그녀는 일종의 불멸성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여전히 살아 숨쉬며, 주장하고, 실험한다. 우리는 그녀의 음성을 듣고, 지금도 산 자들 가운데 미치는 그녀의 영혼을 뒤쫓는다. - P107
세라 콜리지
그래도 젊은 커플은 그 순간의 부주의에 대해 넘치는 보상을 한 셈이 되었다. 남은 평생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어야했으니 말이다. 그들의 첫아이 세례식에서 콜리지는 무려 여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헨리는 근면하면서도섬세하고 사교적이고 즐겁게 지내는 성격이었는데, 샘 숙부의 주문에 걸려 평생 아내의 일을 도왔다. 주석을 달고 편집을 하고 그 경이로운 음성이 하던 말을 기억할 수 있는 한 기록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원고를 편집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세라의 몫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말대로 그 어질러진 궁전의 집사였다. 아버지가 읽은 것을 읽고, 그의 인용을 재확인하고, 그의 성품을 옹호하고, 무수한 행간에 적힌 말들을해독했으며, 원고 꾸러미들을 공략하여 시작만 해놓은 글머리들을 한데 모으고 결말은 아니라 해도 그 계속되는 부분들을 찾아냈다. 하루 온종일 바친 일이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 14 신문사에 보내는 택시 요금이 늘어났고, 비서를 둘 여유가 없이 일하다 보면 눈이 피곤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애매한 구석이 남아 있는 한, 불분명한 날짜나 검증되지 않는 출전, 반증되지 않은 비방이 있는 한, <불쌍하게도 지칠 - P115
줄 모르는 세라>라는 것이 워즈워스 부인의 말이었다 그녀가 한 작업의 상당 부분은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게 완벽하며, 편집자들은 여전히 그녀가 놓은 기초 위에 서 있다. 그 일은 자기희생이라기보다는 자기실현이었다. 그녀는그 뒤죽박죽의 원고 더미에서 육신의 아버지에게서는 알지못했던 아버지를 발견했고, 그 아버지가 곧 자기 자신이라고느꼈다. 그녀는 단순히 그의 원고를 정서할 뿐 아니라 그의주장에 함께하며 그가 되었다. 종종 그녀는 그의 생각이 마치 자신의 생각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다음을 이어 가기도 했다. 그녀는 걸을 때도 아버지와 꼭 마찬가지로 좌우로 조금비칠거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자기 시간의 절반은 그 사라진 광휘를 되비추는 데 쓴다 하더라도, 나머지 절반은 일상의 빛 가운데서, 리젠트 파크의 체스터 플레이스에서 보내야했다. 아이들이 태어났고 그중 몇은 죽었다." 건강이 악화되어 아버지처럼 신경 쇠약에 걸렸고, 아버지처럼 아편을 써야했다. 단 3년만이라도 출산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랐다니 안쓰러운 일이다. 그러다 헨리가 특유의 명랑함으로 그녀를 어두운 심연으로부터 끌어내 주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주석들을 쓰다 만 채, 두 자녀와 얼마 안 되는 돈과 미처다 쓸어 주지 못한 샘 숙부의 고대광실을 남긴 채로 말이다. - P116
시절부터 머리칼을 짧게 자른 터였다 - <건조하고 거칠고 윤기 없는 것이, 짧고 뭉툭한 것이 짚북데기 같았다.> 어머니의 거친 가발과 아버지의 고매한 이마를 그녀는 모두 이해했다. 그녀가 교훈을 건너뛸 수만 있었다면 그 이상한 결혼에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을 것인가. 그녀는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해 쓰려 했지만, 중단되고 말았다. 유방에 멍울이 생겼던 것이다. 그녀를 진찰한 닥터 길먼은암 진단을 내렸다. 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 아직 아버지의저작을 정리하는 일도 마치지 못했고, 자기 작품은 쓰지도못한 터였다. 그녀 역시 <불완전하게 완성하는 것>을 참을수 없어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흔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버지처럼 말없음표로 가득 찬 빈 종이를, 그리고 이 두 줄의 시를 남겼다.
아버지, 어떤 아마란스 꽃도 제 이마를 장식하지 못할거예요. 지금 아버지 무덤가에 피어 있는 것으로 족하니까요. - P120
제인 오스틴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요람을 굽어보는 요정 중 하나가 그녀를 데리고 날아다니며 온 세상을 구경시켜 주었음에 틀림없다. 요람에 다시 뉘였을 때, 그녀는 이미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을뿐 아니라 자신의 영토를 골라 놓은 터였다. 만일 그 영토를 "다스리게 된다면 다른 어떤 영토도 탐내지 않겠다고 동의한터였다. 그리하여 열다섯 살 때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거의 환상을 갖지 않았으며,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환상도 없었다. 그녀가 쓰는 것은 무엇이나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아버지의 목사관이 아니라 온 세상에 대한 관계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비개인적이며 속을 알 수가 없다. 작가 제인 오스틴이 책에서 더없이 탁월한 스케치로 그려 낸 그레빌영부인의 대화 내용을 보면, 목사의 딸 제인 오스틴이 한때홀대받았던 데 대한 분노의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녀의 시선은 곧장 표적을 향하며, 우리는 인간 본성의 지도위에서 그 표적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 P126
소문에 의하면 제인오스틴은 <뻣뻣하고 까다롭고 과묵하다고,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부지깽이>라고 한다. 이 점을 알아볼 수 있는 흔적들도 있다. 그녀는 충분히 무자비할수 있으니, 문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일관된 풍자가 중 한사람이다. 왓슨가사람들』의 딱딱한 처음 몇 챕터는 그녀의 천재성이 다변에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녀는 가령 에밀리브론테처럼 문만 열면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지는 못했다. 겸손하고 명랑하게, 그녀는 둥지를 지을 잔가지들과지푸라기들을 모아다가 깔끔하게 한데 부려 놓았다. 잔가지와 지푸라기 자체는 좀 푸석거리고 먼지투성이였다. 큰 집도있었고 작은 집도 있었다. 티파티와 디너파티, 가끔은 피크닉도 있었고, 인생은 유익한 인간관계와 적절한 수입의 범위로 한정되었다. 진창길에서는 발이 젖었고, 젊은 여성들은쉬이 지쳤으며, 오죽잖은 원칙이, 오죽잖은 결과가, 시골에사는 중상류층 가정들이 공통적으로 누리는 교육이 그 세계를 지탱했다. 악덕과 모험과 정열은 그 바깥에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산문적이고 사소한 것에도 불구하고, - P131
어떤 로맨스도 모험도 정치나 음모도 그녀가 바라보는 시골 저택의 계단 장면에 빛을 더해 줄 수 없었다. 정말이지 섭정공과 그의 도서관장은 대단히 골치 아픈 장애물에 부딪혔으니, 그들은 매수할수 없는 양심을 매수하고 틀림없는 분별력을 흩트리려 한 셈이었다. 열다섯 살 때 이미 그처럼 세련된 문장을 썼던 소녀는 결코 그런 문장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섭정공이나 그의도서관장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 글을 썼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부과하는 관성의 기준이 높은 작가로서 자신의 재능이 어떤 소재를 다루는 데 적합한지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녀의 영역 밖에 놓인 인상들, 아무리기를 쓰고 공을 들여도 자신의 재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없는 감정들도 있었다. 예컨대 그녀는 젊은 아가씨가 군대의깃발이나 예배당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하게 할 수는 없었다. 또 낭만적인 순간에 전심으로 몰입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녀는 온갖 수단을 써서 정열적인 장면을 피해 간다. - P136
그녀는 아름다운 밤을 묘사하면서도 달에 대해서는 단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구름 한점 없는밤의 한함과 숲속의 깊은 그늘의 대조>에 관한 형식적인 몇구절만 읽고도, 그 밤은 그녀가 그냥 그렇다고 말하는 대로<엄숙하고 아늑하고 아름다웠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녀의 재능은 드물게 완벽한 균형을 갖추고 있다. 그녀의완성된 소설 중에는 실패작이 없으며, 그 수많은 챕터 중에다른 것에 비해 현저히 수준이 떨어지는 챕터도 거의 없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그녀는 마흔두 살에 능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 죽었다. 그녀에게는 여전히 변모의 가능성이 남아 있었으니, 때로 그런 변모는 작가의 생애 중 말기를 가장 흥미로운 시기로 만들기도 한다. 활달하고 억제할 수 없으며 생생한창의성을 지닌 그녀였으니,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더 많은작품을 써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런 작품들은 좀 다르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고 싶은 유혹도 든다. 물론 경계선은 뚜렷하며, 달이니 산이니 성이니 하는 것은 그 너머에 있다. 하지만 그녀도 때로는 잠깐 그 경계선을넘어가 보고 싶지 않았을까? 특유의 명랑하고 감탄할 만한방식으로 자그마한 발견을 위한 여행을 고려하기 시작하지않았을까? - P137
<설득>에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루함이 있다. 그 지루함은 다른 두 시기 사이의 과도기에 종종 나타나는것이다. 작가는 다소 싫증이 나 있다. 그녀는 자기가 그려 내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너무 친숙해져서, 더 이상 그것이 참신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코미디에 나타나는신랄함은 그녀가 더 이상 월터 경의 허영이나 엘리엇 양의속물주의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풍자는 가혹하며 코미디는 거칠다. 그녀는 더 이상 일상생활의 재미를신선하게 의식하지 못하며,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제인 오스틴이 전에도 이런 일을 했고 더 잘했었다고 느끼는 한편, 그녀가 전에 시도해 본 적 없는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설득』에는 새로운 요소가, 아마도 휴웰 박사‘를 흥분시키고 그것이야말로 <그녀의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주장하게 했던 무엇인가가 있다. 그녀는 세상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더 신비로우며 더 로맨틱하다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그녀가 앤에 대해 이렇게 말할 때 - <그녀는 젊은 시절에 신중하도록 강요당했으나, 나이가 들면서 로맨스를 알게 되었다. 부자연스러운 시작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 P138
그녀는 인물에 대해 알려 주기 위해 대화에 좀 덜의지하고(이 점은 『설득』에서도 이미 엿보인다) 성찰에 좀더 의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단 몇 분간의 수다로 우리가 크로프트 제독이나 머스그로브 부인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모든 것을 요약해 버리는 저 놀랍도록 간결한 대화나, 여러 챕터 분량의 분석과 심리학을 담고 있는, 임기응변식의 기술은 그녀가 이제 인간 본성의 복잡성에 대해 파악한 모든 것을 담기에는 너무 조잡해졌을 것이다. 그녀는 새로운 방법을, 늘 그렇듯 명쾌하고 차분하지만 더 깊고 더 시사적인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말하는 것뿐 아 - P140
니라 말하지 않는 것까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뿐 아니라인생이 무엇인지까지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물들로부터 한층 더 멀찍이 서서, 그들을 개인보다는집단으로서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풍자는 전보다덜 빈번하지만 더 가혹하고 준엄해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헨리 제임스‘나 프루스트의 선구자가 되었을 것아, 그쯤 해두자. 이런 사변이 무슨 소용이랴. 여성 중에 가장 완벽한 예술가, 불멸의 책들을 쓴 작가는 자신의 성공에대해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할 바로 그즈음에> 죽었다. - P141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
이것은 황야 그 자체만큼이나 스러지지 않는, <길고 구슬픈 바람>만큼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세계이다. 이런 고양감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내몰아 단번에책을 읽어 치우게 만들며, 우리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것은 물론 책에서 눈을 들 겨를도 허락하지 않는다. 어찌나깊이 몰두했는지, 누가 방안에서 움직인다면, 그 움직임은이 방안이 아니라 저 멀리 요크셔에서 일어나는 듯이 느껴질 정도이다. 작가는 우리의 손을 꼭 잡고 자기 길로 끌고 가며, 자신이 보는 것을 자신이 보는 방식으로 보게 만든다. 그녀는 단 한순간도 우리를 떠나지 않으며, 우리가 자기를 잊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마침내 우리는 샬럿 브론테의 천재성과 격정과 분노에 속속들이 젖어 들고 만다. 주목할 만한 얼굴들, 뼈마디가 굵고 다부진 모습들이 우리 눈앞을 스쳐 가지만, 우리가 그들을 본 것은 그녀의 눈을 통해서이다. - P145
제인 에어가 된다는 것의 문제점은 멀리서 찾을 필요도없다. 언제나 가정 교사이고 언제나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심각한 제약이다. 그에 비하면 제인 오스틴이나 톨스토이의 인물들은 훨씬 다면적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통해 사실성과 복잡성을 획득하며,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자신을 만들어 낸 창조자가 지켜보든 말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들이 사는 세계는 일단만들어진 후에는 우리 스스로 찾아가 볼 수도 있는 독립된세계처럼 보인다. 토머스 하다는 그의 개성이 갖는 힘이나시야의 편협함에서 샬럿 브론테와 좀 더 가깝다. 하지만 차이는 엄청나다. 『이름 없는 주드』를 읽을 때는 결말을 향해돌진하게 되지 않으며, 인물들 주위에 그들 자신이 대개 의식하지 못하는 질문과 암시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일련의사님을 따라, 우리도 텍스트에서 벗어나 멍하니 떠돌며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 P146
왜냐하면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작가들에게는, 좀 더 보편적이고 폭넓은 정신을 지닌 작가들에게는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받는 인상은 그들의 좁은 벽들 사이에 빽빽이 쟁여지고 뚜렷이 각인된다. 그들의 정신에서는 자신으로 각인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작가들로부터 거의 배우지 못하며, 설령 다른 이들의 것을 채택하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하디도 샬럿 브론테도 자기 문체를 뻣뻣하고 격식 차린 언론의 문체에서 얻은 것만 같다. 하지만 두 사람 다근면함과 더없이 집요한 성실성으로, 모든 생각을 그것이 언어를 굴복시키기까지 밀고 나감으로써 자신의 정신을 온전히 본뜨는 산문을 주조해 냈고, 거기에 덤으로 그 나름의 아름다움과 힘과 날렵함마저 갖추었다. - P147
많은 책을 읽은 데에 전혀 힘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직업적인 작가의 매끈함, 속을 채워 넣고 언어를 뜻대로 구사하는 힘 등은 그녀가 배워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나는 남자든여자는 강하고 신중하며 세련된 정신과 교류하게 되면 처음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라고, 그녀는 지방 신문의 논설위원이나 쓸 것 같은 글투로 쓰지만, 점차 열정과 속도를 더해가면서 자신만의 목소리가 되어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인습적인 조심성의 장벽을 넘어서고 신뢰의 문턱을 지나, 그들의마음속에 노변(爐邊)이라 할 만한 곳을 얻고야 말았다.> 그녀는 바로 그곳에 자리 잡는다. 그녀의 문면을 비추는 것은심장의 불꽃에서 나오는 붉게 팔락이는 빛이다. 달리 말해, 우리가 샬럿 브론테를 읽는 것은 인물에 대한 절묘한 관찰때문도 아니고(그녀의 인물들은 건강하고 단순하다), 유머때문도 아니며(그녀의 유머는 음울하고 투박하다), 인생에대한 철학적 견해 때문도 아니라(그녀의 인생관은 시골 목사 딸의 인생관이다), 그녀의 시(詩) 때문이다. - P148
작품의 의미란, 일어나는 일이나 말해진 것과는 별도로다양한 사물들이 작가와 맺어온 모종의 관계 속에 있을 때가 많으므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브론테 자매처럼 작가가 시적이고 그가 뜻하는 바가 그의 언어와 불가분일때, 그리고 그 자체가 특정한 고찰이라기보다 기분에 가까울때는 특히 그렇다. 『폭풍의 언덕』은 『제인 에어』보다 한층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인 것이, 에밀리가 샬럿보다 더 위대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샬럿은 자기 글에서 웅변적이고 장려하고 열렬한 어조로 〈나는 사랑한다>, <나는 미워한다>, <나는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경험은 좀 더 강렬할지는모르지만 어떻든 우리와 같은 수준에 있다. 하지만 『폭풍의언덕에는 <나>가 없다. 가정 교사도 없고 고용주도 없다. 사랑은 있지만, 그것은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다. 에밀리에게영감을 준 것은 좀 더 일반적인 개념이었다. - P150
문장은 마무리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녀가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그 할 말을 우리에게 느끼게 한다는 것이 오히려 놀랍다. 그것은 캐서린 언쇼의 앞뒤없는 말 가운데 차츰 드러난다. <다른 모든 것이 사라져도 그가 남는다면, 나는 여전히 살아갈 거야. 다른 모든 것이 남고그가 없어진다면, 온 우주가 낯설어지고 나는 더 이상 그 일 ‘부가 아니게 될 거야. 그것은 망자의 앞에서도 또다시 터져나온다. <나는 지상도 지옥도 깨뜨릴 수 없는 안식을 보며, 끝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내세를, 그들이 들어간 영원을 확신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삶이 무한히 지속되며, 사랑은 그공감 안에서, 기쁨은 그 충만함 안에서 영원할 것이다.〉 이작품이 다른 소설들 가운데서 우뚝 솟아오르는 것은 인간본성이라는 불가사의를 떠받치며 그것을 위대함의 면전으로 들어 올리는 이런 힘에 대한 암시 때문이다. 하지만 에밀리 브론테는 몇 줄의 서정적인 문장을 쓰고, 한마디 외침을내고, 신조를 표명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 P151
하워스
개스켈 부인이 쓴 샬럿 브론테의 『전기』‘를 보면, 하워스 와 브론테 일가는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워스는 브론테를, 브론테는 하워스를 나타내는것이, 마치 달팽이와 그 껍데기처럼 서로 들어맞는다. 환경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에 얼마나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새삼스레 물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피상적으로 말하더라도 그 영향은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그 유명한 목사관이런던의 슬럼에 있었다 해도, 화이트채플의 빈민굴이 외딴요크셔 황야와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볼 만하다. 하여간, 하워스를 여행하는 내 구실은 단한 가지였다. 말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얼마 전에 요크셔를여행한 주된 동기 중 하나가 하워스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줄지은 이름들이 짧은 간격을 두고 차례로 세상을 떠났음을 보여 준다. 어머니 마리아, 딸 마리아, 엘리자베스 브랜웰, 에밀리, 앤, 샬럿, 그리고 마지막으로이들 모두보다 더 오래 살았던 늙은 아버지. 에밀리는 겨우서른 살에 죽었고, 샬럿도 그보다 아홉 살밖에 더 먹지 못했다. <사망의 쏘는 것은 죄요, 죄의 권능은 율법이라. 우리 주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이김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이것이 그들의 이름 아래쪽에 새겨진 구절이니, 그럴 만도 하다. 싸움이 아무리 험했다 하더라도, 에밀리는, 그리고 누구보다도 샬럿은, 그 싸움에서 승리했으니말이다. - P162
조지 엘리엇
조지 엘리엇을 주의 깊게 읽다 보면, 그녀에 대해 아는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닫게 된다. 또한 그녀에 대한 빅토리아 후기의 시각을 별생각 없이, 다분히 심술궂게 받아들였던 어수룩함도 돌아보게 된다. 그런 시각에 따르면, 그녀는 미망에 빠진 여인으로 자신보다 한층 더 미망에 빠진대중에게 허망한 지배력을 휘둘렀다는 것인데, 그녀의 그런 마력이 힘을 잃은 것이 딱히 언제였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그녀의 『전기』가 출간되면서였다고도 한다. - P163
그 진지한 일요일 오후들에 대한추억이 그의 유머 감각을 자극했던 것을 넌지시 비치곤 했다. 그는 나지막한 의자에 앉은 그 근엄한 여성 때문에 잔뜩긴장했고, 뭔가 지적인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아 초조했었다. 고 한다. 분명 대화는 아주 진지한 것이었던 듯, 위대한 소설가의 친필로 된 편지가 이를 증언한다. 월요일 아침에 쓴 것. 으로 되어 있는 이 편지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크고서 언뜻 마리의 이름을 잘못 말했다고 하지만 듣는 이가 이미 제대로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하여간 어느 일요일 오후 조지 엘리엇과 더불어 마리보에 대해 이야기하던 추억은 그다지 낭만적인 것은 아니었다. 세월이 가면서바래기는 했어도 좀처럼 근사해지지 않았다. - P165
그와 결합한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한 그녀의 책들은 개인적 행복과 함께 찾아온 크나큰 해방감을 십분 보여 준다. 그책들은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풍성한 향연을 제공한다. 하지만 문학적 경력의 문턱에서 그녀의 마음이 자기 자신과 현재로부터 벗어나 과거로, 시골 마을로, 조용하고 아름답고 단순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향했던 사정의 일단은 그녀의 삶의 정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녀의 첫 책이 미들마치』가아니라 『목사 생활의 정경Scenes of Clerical Life』이었던 데는이유가 있는 것이다. 루이스와의 결합은 그녀를 애정으로 감쌌지만, 상황과 관습에 비추어 보면 그녀를 고립시키기도 했다. 1857년에 그녀는 이렇게 썼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만, 저로서는 제게 초대를 요청하지 않은 이상 아무에게도저를 만나러 와달라고 초대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세상이라 불리는 것으로부터 단절되었다고 훗날 말했지만,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 P170
<아득한 과거의 세계 속에서 자유를구가하며 퍼져 나가는 드넓고 성숙한 정신을 느끼노라면, 상귀실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부적절해 보인다. 그런 정신에게는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다. 모든 경험이 층층의 지각과 성찰을 통해 걸러져서 정신을 한층 더 풍부하고 견실하게 한다. 그녀의 생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아는 것에 비추어 소설에 대한 그녀의 태도를 평하려 할 때 우리가 기껏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흔히 배우기 어려운, 특히 젊은 시절에 배우기는어려운 몇 가지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그녀에게 가장 깊이 각인된 것은 인내라는 서글픈 미덕이었다. 그녀의 공감은 일상적인 삶을 향하며, 평범하고 소박한 기쁨과 슬픔을 지켜보는 데서 가장 훌륭하게 발휘된다. 그녀에게는 만족시킬 수도 억누를 수도 없는 자기만의 개성을 의식하고 세상이라는 배경 위에 그 윤곽을 선명히부각시키고자 하는 낭만적 걱정이라고는 없다. - P171
엘리엇이 어느 한 인물이나 장면마다 추억과 유머의 홍수를 쏟아부어 옛 영국 농촌의 정경전체를 떠올리게 하는 방식은 자연의 과정과도 너무나 흡사하여, 도무지 비판할 것이 있다는 의식조차 들지 않게 한다. 우리는 그저 받아들이고, 위대한 창조적 작가들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감미로운 온기와 정기의 발산을 느낀다. 여러해 만에 다시 펼쳐 보아도 그 책들은 기대를 벗어날 만큼 여전한 힘과 열기를 지니고 있어서, 우리는 붉은 과수원 담장에 반사되는 햇볕 속에서처럼 그 따사로움에 감싸인 채 게으름을 부리고 싶어진다. 그렇듯 잉글랜드 중부 지방의 농부와그 아내의 유머에 굴복한다는 데 대책 없는 방기의 요소가들어 있다 해도, 그 상황에는 그조차도 합당하다. - P172
일찍이 그것들을 움켜쥐어 본 여성이얼마나 되련만, 그녀는 그것들을 움켜쥐고서 자기 몫의 유산- 견해 차이, 기준 차이 -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고, 합당치않은 보상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녀를그 기억할 만한 모습을 보게 된다―과도한 칭송을 받고, 자신의 명성으로부터 움츠러들어 의기소침해져서, 오직 그곳에만 만족과 정당화가 있다는 듯 사랑의 품안으로 물러나는모습, 그러면서도 <까다롭지만 굶주린 야심>으로 인생이 자유롭고 탐구하는 정신에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향해 손 뻗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여성적인 열망들을 남성들의 실제 세계와 맞대면시키는 모습을 그녀가 만들어 낸 인물들은 어떠했든 간에, 그녀 자신의 결말은 승리에 찬 것이었다. 그녀가도전하고 성취했던 모든것을 돌아볼 때, 그녀가 어떻게 성별, 건강, 인습 등 온갖 장애물에 맞서 그 이중의 짐에 짓눌린몸이 소진하여 가라앉을 때까지 더 많은 지식과 자유를 구했던가를 돌아볼 때,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그녀의 무덤에 월계수와 장미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 P180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소설 작가로서 캐서린 맨스필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데 영국의 저명한 단편소설 작가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머리 씨는 말한다. 그녀만 한 작가는 다시없으며, 일찍이어떤 비평가도 그녀의 특질을 정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일기를 읽는 독자는 그런 문제들에 개의치 않아도 좋다. 우리가 그녀의 일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녀가 뛰어나고 유명한 작가라서가 아니라 마음의 정경, 인생의 8년동안 차례로 스쳐 간 우연한 인상들이 한 끔찍하게 민감한 - P181
마음에 남긴 흔적들 때문이다. 그녀에게 일기는 신비로운 벗이었다. <아직 본 적 없는 미지의 벗이여, 함께 이야기하자>라고 그녀는 새 공책의 서두에 썼다. 일기 안에 그녀는 날씨며 약속 같은 사실들도 적어 두었고, 장면들을 스케치하고, 자신의 성격을 분석하고, 한 마리 비둘기나 꿈이나 대화를묘사하기도 했다. 그보다 더 단편적이고 사적인 글도 없을것이다. 우리는 자신과 단둘이 마주한 마음, 청중을 의식하지 않은 나머지 이따금 자기만의 속기법을 사용하는 마음을보게 된다. 마음은 홀로 있을 때 흔히 그러듯 둘로 나뉘어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캐서린 맨스필드가 캐서린 맨스필드에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 P182
다시금 순간 그 자체가 갑작스러운 중요성을 띠고, 그녀는 그 순간을 붙잡아 두려는 듯 그 윤곽을 그린다. <비가 내리고 있지만, 공기는 온화하고 흐릿하고 따스하다. 굵은 빗방울들이 나른한 나뭇잎들을 두들기고, 담배 꽃들은 고개가기운다. 담쟁이덩굴 속에서 뭔가 바스락거린다. 이웃집 정원에서 윙리가 나오더니 담장에서 뛰어내린다. 그러고는 우아하게 앞발을 들고 귀를 쫑긋거리며 큰 물살에 휩쓸릴까 잔뜩겁이 난 듯, 호수 같은 푸른 풀밭을 건너간다. > 나사렛 수녀회의 수녀는 <핏기 없는 잇몸과 변색된 큼직한 이빨을 드러내며 돈을 요구했다. 너무 말라서 몸이 말뚝 네 개에 얹어둔 새장>처럼 깡마른 개가 길거리를 달려간다. 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그 마른 개가 곧 길거리 그 자체라고 느낀다. 이런대목들은 마치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들 같다. 어떤 것은 시작이고 어떤 것은 결말이다. 그저 단어들을 엮어 두르기만하면 완성될 것 같다. - P183
그녀보다 더 글쓰기를 중요하게여긴 이는 없었다. 본능적이고 빠른 필치로 써 내려간 그녀의 일기 어디를 펼쳐 보아도, 자기 일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감탄할 만하다. 건전하고 치밀하고 엄격하다. 문단의 뒷담화도 허영심도 질투도 없다. 생애의 마지막 몇 해 동안에는 자신이 성공한 것을 분명 알고 있었겠지만, 그 점에 대한 언급도 없다. 자기 작품에 대한 그녀의 논평은 항상 예리하고 통렬하다. 자신의 작품은 풍부하지 못하고 깊이도 없다, 자기는 <그저 표면을 훑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사물을 적절하고 예민하게 표현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것은 표현되지 않은 무엇인가에 기초해야하며, 그 무엇인가는 견고하고 온전한 것이라야 한다. - P184
여성 노동자 조합의 추억
그렇듯 넓은 지역에 퍼져 있는 지성이 힘차고 활동적인지성이라는 사실이 곧 명백해졌습니다. 1913년 6월에 그 지성은 이혼법의 개혁에 대해, 토지 가치세 부과에 대해, 최저임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모성 보호에 대해, 임금위원회 법에 대해, 14세 이상 청소년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갖고 있었고, 정부가 성인의 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만장일치로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온갖 종류의 공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건설적으로, 투쟁적으로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애크링턴은 핼리팩스와, 미들즈브러는 플리머스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논쟁과 반대가있었고,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자 수정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치켜든 손들이 검(劍)처럼 빳빳했고, 아침나절은 종소리에따라 정확히 5분 길이로 잘렸습니다. - P204
그런데 - 17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 런던과 그 밖의 지역으로부터, 연설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들으러 왔던 당신의 손님들의 마음속에 오갔을 생각들을 정리해 봅시다 —그 회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그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여자들은 이혼과 교육과 투표권을 요구했고 다 좋은 일들이었습니다. 그녀들은 또한 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했으니, 그보다 더 지당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그토록 지당한데도, 그중 상당부분은 설득력이 있고 어떤 부분은 유머러스하기까지 했는데도, 당신의 방문객들의 마음속에는 묵직한 불편함이 생겨나 이리저리 요동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질문이 - 아마도 이것이 그 바닥에 있었을 텐데 - 이곳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중요한 위생과 교육과 임금 문제, 1실링을 더 달라는요구, 학교에서 1년을 더 배우게 해달라는 요구, 카운터나방앗간에서 아홉 시간 대신 여덟 시간을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내게는 전혀 피와 살로 와닿지 않았던 것입니다. - P205
확실히 그런 이야기는 뉴캐슬의 연사들의 얼굴에서 보았던 힘과 강인함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원고들을 ‘계속 읽어 나가다 보니, 인간정신의 엄청난 활기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징후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자식을 많이 낳고 빨래를 많이 해도 닳아 없어지지 않는 저 타고난 힘은 과월호 잡지에까지 뻗쳐서, 그녀들은 디킨스를 읽고 번스의 시를 베껴 접시 뚜껑에 기대 놓고 요리를 하면서 읽었답니다. 식사 때도 읽었고, 방앗간에 가기 전에도 읽었지요. 디킨스도 읽고 스콧‘도 읽고 헨리 조지‘와 불워 리턴‘ 엘라 휠러 윌콕스‘와 앨리스 메이넬도 읽었으며, <프랑스 혁명사책을 한 권 구했으면, 하지만 칼라일의 것은 말고〉라는 소원을 말하는가 하면, 중국에 대해서는 버트런드 러셀을 읽었 - P221
고, 윌리엄 모리스와 셀리와 플로렌스 바클리, 그리고 새뮤얼 버틀러의 『노트북Note Books」도 읽었어요. 그녀들은 굶주림에서 나오는 무차별적인 식욕으로 과자와 소고기와 파이와 식초와 샴페인을 한입에 삼켜 버리듯이, 그렇게 왕성한지식욕을 가지고서 읽어 댔습니다. 당연히 그런 독서는 토론으로 이어졌지요. 젊은 세대는 빅토리아 여왕이라 해도 자식들을 떳떳이 키워 낸 정직한 잡역부 여성보다 나을 게 없다. 고 말할 만큼 대담해졌어요. 그녀들은 남성 모자의 테두리에똑바른 바늘땀을 박아 넣는 것이 여성의 삶에서 유일한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를 느낄 만큼 용감해졌습니다. 그녀들은 토론을 시작했고, 공장 마룻바닥에 모여 초보적인토론 모임을 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 든 <테두리박기 > 여공들도 지금까지의 신념에 회의를 품고 세상에는똑바른 바늘땀을 박는 일과 빅토리아 여왕 외에 다른 이상들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로 낯선 사상들이그녀들의 머릿속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이지요. - P222
조합은 남편과 자식이 있는 나이 든 여성들에게, 한때 베스널 그린의 소녀에게 깨끗한 흙이 주었던, 또는 모자 공장의 소녀들에게 언덕 위로 해 뜨는 광경이 주었던 것과 같은 것을 주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우선 조합은 그녀들에게 무엇보다도 갖기 힘든 것을, 그녀들이 끓는 냄비나 우는 아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차분히 앉아 생각할 수 있는 방을주었습니다. 이윽고 그 방은 거실이자 회의실일 뿐 아니라, 한데 머리를 두고 자신들의 집과 삶을 개조하고 이런저런 개혁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작업장이 되었습니다. 회원 수가 늘어 20~30명의 여성이 매주 모이게 되자, 아이디어가 늘어나고 관심의 폭도 커졌습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수도꼭지와자신의 싱크대와 자신의 긴 작업 시간과 적은 급료에 대해토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라 전체의 교육과 조세와 노동조건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지요. 1883년 애클랜드 부인의거실로 쭈뼛거리며 모여들어 바느질을 하며 조합 간행물을소리 내어 읽던> 여성들이 시민 생활의 제반 문제에 대해 대담하고 권위 있게 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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