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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달라요
김남선 지음, 정승각 그림 / 사계절 / 2001년 8월
평점 :
이 책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로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하고 싶은 어른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교육용 지침서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청소년 성교육용 책과는 다르게, 눈에 뜨이는 차이가 하나 있었다.
시중의 서점에서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을 위한 성교육을 한답시고 적어놓은 책들은 거개가 다 두 가지 편향이 있다.
주로 어른들을 위한 것인 경우에는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성윤리나 도덕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정리해 이야기하는가를 적어 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어른들의 잣대로 청소년들의 성문화를 점잖게 타이르는 근엄한(?) 책들인 것이다. 거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순결이란 말 하나만으로도 그것들이 얼마나 전근대적 사고방식으로 쓰여진 책인가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교육용 성지침서가 이런 형태들을 취하고 있다. 그러니, 성교육이란 것을, 청소년들 가운데 누가 듣고 싶어하겠는가. 이해가 가고도 남을 일이다.
또 하나, 청소년들을 위해 만든 성교육지침서라는 책들이다. 이런 책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다.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그 책들을 펼쳐 보면 온통 스포츠 신문 가쉽거리로 쓰일만한 내용들을 모아 놓은 듯하다. 한마디로 성이란 말을 상품화시켜 흥미거리를 만들어 놓은것이다. 이런 책들이 제대로 된 성을 가르쳐 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성을 조롱하고, 멸시하며, 키득거리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책들은 아이들이 서로 다른 성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을 가지게끔 하지 못한다. 이성에 대해 야릇한 환상과 오해들을 만들어 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책들하고는 출발 지점과, 목적지가 다르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으면서 궁금해 하는 것과, 고 또래 집단들 사이에서 돌고 도는 성에 대한 고민들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쓰여진 성교육 지침서이다. 그리고 그런 흥미를 같이 공감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서 건강하고 밝은 사고를 할 수 있게끔 충분한 성가치관을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 이 책의 장점을 들라면 아이들에게 성을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어떤 가치관으로 성에 대해 접근해야 할 지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차이를 없애 놓았다고 하겠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책 제목이 생각났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을 사춘기 때도 알았더라면 내 삶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나는 사춘기를 어떻게 보냈던가......
가슴이 생기고, 음모가 생기고, 초경을 하게 되고...... 놀라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특히 초경을 했을 때 그 긴 기간과 찝찝한 기분 때문에 여자로 태어난 것이 너무도 싫었다. 이 힘든 걸 앞으로 계속 한 달에 한 번씩 해야 한다니. 딱 죽고 싶었었다. 어?거나 초경과 함께 찾아온 내 사춘기의 방황은 성을 부정적인 것으로 낙인 찍어 놓았다. 내게 성이란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얼마 뒤 그 감정에서 놓여나게 되자 이젠 정신적인 성 변화가 일어났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남자아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나자신을 부정하게 된 것이다. 이성교제, 남자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리 건전한 교제는 괜찮다는 말을 갖다 붙인다고 하더라도 그 감정 자체로 왠지 껄끄럽고 부끄러운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얘기해 보지 못하고, 숨기고, 또 나름대로 합리화 하기 위해 하이틴 로맨스나 순정만화에서 보던 스토리를 떠 올리며 나름대로 감상에 젖기도 했다. 어찌 나 뿐이었을까, 이렇게 사춘기를 보낸 아이들이.
우리가 지금 알게 된 것들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안타깝다.
쓸데 없는 고민들로 힘들어 하던 시기, 더 생산적인 일에 내 삶들을 바쳤더라면 내 인생이 얼마나 풍요로워졌을까를 생각하니 적어도 내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나 같은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사춘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변모하는가는 아주 중요한 가르침이다. 그러나 그것이 학습되어 얻어지지 않고 어느날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성은 학습되면 될 수록 더 올바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데서 시작해 보자. 그러면 질문은 하나다.
성.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