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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송도영의 서울읽기
송도영 지음 / 소화 / 2004년 10월
평점 :
우리에게 서울은 무엇일까? 오늘을 살고 있는 나에게 이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에 사는 사람과 서울 밖에 사는 사람이라는 두 가지의 분류가 가능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율은 퉁퉁불어있다. 한 나라의 한 부분이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가진 곳. 과연 그곳을 어떻게 볼 것인가. 또한 이렇게 볼 때에 무엇을 볼 것인가에 따라 시선의 깊이와 넓이가 크게 달라질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순히 '람이 나면 서울에 가야 하기 때문에'서울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배하거나 억압하는 비효율적이며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서울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지은이는 서울의 몇 몇 모습을 아주 상세하게 글로써 드러내지만, 이야기의 집중도는 떨어진다. 이 부분은 책 전반을 지배하는데,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즉 사회 전체의 구조나 총체성을 보고ㅡ 다시 다른 도시 문화와 연계하여 변증법적으로 읽어내거나 전체를 통한 부분의 통찰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무슨 역사서처럼 편년체로 읊어간다. 현실의 재구성은 내가 본 모습을 일기처럼 적는 것이 아닐진데... 지은이의 냉철한 눈은 서울이라는 안락함에 묻혔나 보다.
우선 이 책은 두 분류가 나뉘는데, 하나는 서울에 흐르는 문화와 다른 하나는 서울 동네를 살피고 있다. 우선 서울에 흐르는 문화, [서울 읽기]는 지은이의 눈에 비친 모습을 그려놓았다. 우선 이 부분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서울은 없다...『서울 읽기』
제1부, 스피드 -한국 사회의 한 부분을 아주 자세하게, 반복적으로 읽어간다. 너무나 세세하게 읽어나기에 부담이 없지만, 아쉽게도 날카로운 눈은 숨어 있다.
[강남 교육]의 이야기는 몇 몇 네티즌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고-물론 현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겠지만 그는, 그의 눈에 들어온 몇 몇 주인공만 들여왔을 뿐이다. 즉 대표성이 없고, 그들의 폭 넓은 사회 구조에 관한 전반적인 시선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지은이가 갈무히 해 주냐하면, 그렇지 않음이 보인다.
[지하철], [방문화]에 기론하는 모든 이야기가 너무나 자의적이며 주관적이다. 사회를 왼쪽으로 보면 왼쪽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보면 오른쪽 면 만 보인다. 지은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총체적 시야를 가지고, 냉철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쪽 눈을 감아버린 듯한 글쓰기를 한다.
"pc방과 같은 문화 공간은 그것을 이용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나눈다. 이용자 집단에서도 다시 머드게임과 채팅을 주로 하는 그룹과 주식 데으트레이딩을 하는 그룹, 그 밖에 다른 그룹들을 분화시킨다. 한 사람이 각 문화산업 공간의 틀을 이용해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 속으로 이동하며 문화적 정체성 사이를 헤엄쳐 다닐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선택의 가능성과 함께 자아의 분열 가능성도 증가한다. 그것은 다변화되느 공동체의 가능성과 함께 또 다른 소외와 폐쇄 가능성을 늘린다. 동시다발적인 양상이다."(91쪽)
너무 어렵게 말을 쓰 내려 가지만, 그의 말은 솔직히 '공허'하다. pc방에서 문화산업을 이용하는 그룹을 나눈 기준이 무슨 오락을 하느냐이며, 이때 과연 들이 게임을 통해 어떤 문화적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또한 '한 사람이 각 문화산업 공간의 틀'을 이용한다는 건 이현령비현령씩에서 머물렀다. 그는 문화적 언어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잡히 않아서인지 (-혼자 알고 계실 수도 있음)문화를 너무 쉽게 그려낸다. '같다 붙이면' 모든게 문화가 되어버리는 듯하다. 즉 명확한 문화에 대한 개념을 정리한 다음에, 사회 구조 속에 사람의 행위를 분석한 다음에, 이들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글쓰기를 함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번째에는 서울의 한 부분 부분을 살펴보는데, 그가 먼저 손을 덴 곳은 가회동이다. 지은이는 전통의 가옥-한옥이 자리한 부촌 가옥을 살펴본다. 그가 들여다 본 가회동은 경제개발 논리 앞에 억지로 묶여있고, "정책 실행자들이 스스로 만던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그 모호하게 표방한 가치나마 자신부터 지키지 않은 혼란이 반복"(203쪽) 되었음을 역사적 흐름 속에 살펴본다. 그 흐름은 정부가 내어놓은 보존 대책에 법을 ?는 수준이다. 언제 무슨 법이 발표되었는지를 시간 순으로...
이제까지 읽어온 그의 글은, 조금은 엉성하고 자의적이며, 주관적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울러 총체성 대신에 일상을 그리듯이 그려가는데, 과연 그 그림에 무엇을 담을까라는 점이 중요한데... 지은이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가회동의 이야기는 앞서 말했지만 무슨 법으로 시작했다 끝을 맺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어떻게 적을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한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해 봄이 어떨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