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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심리학, 이 보다 더 매력적인 학문이 있을까? 나는 심리학에 대해서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경제 문화적 현상에는 사람을 때어놓을 수가 없으며,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심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천년 앞서 손자가 말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병법의 바탕이 된다.
문화라는 토대는 사람이 쌓아올린 건물이다. 문화나 사회 속에 사람을 빼 놓고 무엇을 생각할 수가 없다. 또한 사람은 혼자가 아닌 모둠 속에 존재한다. 즉 사람 인(人)이 나타내는 뜻은 함축적이며 지시적 언어이다. 나는 이 단어를 통해 사람이 홀로 혹은 모둠 속에서 어떻게 숨쉬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곤 한다.
어떤 이들은 그 사람을 보면, 5분이 지나면 다 알 수가 있다고 한다. 나는 서른해를 살아오면서 나를 모르는데 어떤 이는 만났는지 5분만에 안다 하고, 어떤 이는 A, B, O, AB형이라는 4가지 틀로 가두기도 한다. 과연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이를 묻고 답하는 것이 심리학이 아닐까? 심리가 궁금하여, 나는 책을 짚었다. 이 책은 열명의 사람들이 나오며, 그들은 새로운 창조자들이다. 즉 기존에 옳다거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은이는 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기거나 포장되어진 거짓을 벗겨내기도 한다.
처음 만난 심리학자는 책의 제목에 나온 '스키너씨'다. 그는 비운의 아버지다. 딸을 상자에 가두어 실험을 하고, 결국에는 죽음을 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 부분에 그렇지 않다고 들려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글쓰기가 책의 끝자락까지 따라붙는다. 즉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이 어쩌면 사실이 아닐런지도 모른다'라고 들려준다. 그렇다면 지은이만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인가?
(열명의 심리학자들의 이름이나 연구보고서를 취하는 대신에, 차례로 번호를 매긴다.)
① 스키너는 실험을 통해 정기적으로 강화(칭찬)를 하는 것 보다 마음가는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즉 "간헐적 강화"(27쪽)를 통할 때에 더 큰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주식 투자가 그렇다. 어쩌다 소 뒷걸음 쳐 쥐를 잡았는데, 우리는 항상 따라 다리는 행운이라 생각하고 많은 돈을 빌려서 쏟아 붇는다. 이를 역으로 써 먹는 이들이 있으니, 이름하여 '도박꾼들'이다. 그들은 처음에 잃어 주는 척 하다, 많은 돈이 붙으면 왕창 따먹는 것이다.
강산이 변하기 전에, 사랑이 꽃피는 나무라는 티비 드라마에서 남자친구가 여자를 좋아하는데, 어머님의 반대가 심하다. 그래서 그는 편지를 날마다 보낸다. 한달 가까이 보내다 '뚝'하고 끊어버린다.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은 여자친구가 아닌, 검열관은 어머니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갑자기 끊어진 이 상황에 궁금증이 생기고….끝내는 허락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즉 스키너의 '간헐적 강화'라는 어려운 단어보다 어쩌면 우리는 아주 쉽게 일상에서 이런 심리를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② 밀그램 아저씨의 이야기.
밀그램은 사람들이 명령에 따를 것일라고는 예상했지만 65퍼센트나 되는 사람들이 치명적인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전제는 명령이다. 즉 누군가가 명령을 내리면 아랫사람들은 그 명령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모일 것인지에 대해서 자기도 몰랐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옳지 않은 명령에 따를까? 여기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지은이가 명령에 따른 몇 몇 사람을 찾아가 상황을 듣지만, 베트남 전쟁의 비극이나 한국전쟁에서 보여진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합리화하여 명령에 따르는가? 세계는 미국이라는 힘의 나라에 어떻게 굴복하는가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는 35퍼센트의 사람들의 힘에 대해 무시, 수동적 반동(65퍼센트)과 적극적 반항(35) 사이에 어떠한 힘의 균형이 존재하는가? 즉 적극적 의지인가 비자율적 의지인가에 대해 묻지 않고 수치로 의분화, 단순화하는 한계를 짊어지고 있다. 그가 보여준 권위에의 복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하지 못하고 이미 보여진 상황을 실험실에 재창조했다고 보여질 수가 있다.
③ 엽기적인 사고에 대한 관찰자의 모습, 왜 그들은 전화를 하지 않았나. 혹시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것이 아닌가?
"어떤 규모의 집단이든 피실험자가 처음 3분 안에 비상사태를 보고하지 않으면, 그 후 어느 시점에서도 보고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105쪽)
"도시인 특유의 냉담한 때문에 모르는척했다기보다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또는 두려움에 몸이 얼거나 어찌할 바를 몰라서"(107쪽)
엽기적인 사고의 발생, 사람들은 모른척 한다. 나 아닌 다름 사람이 전화할 것(?)이라는 가설만이 존재한다. 즉 3분안에 어떠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책임감 분산"(108쪽)이라는 단어로 정의를 한다. 즉 가설이 정설이 되어버렸다.
어떠한 행동이 '즉시'에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그의 이야기에 나는 공감한다. 이를 잘 표현한 만화가 『은과 금』이다. (여기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가 이야기는 말줄임표로 나타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은 현실에 대한 안주, 이는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로 이어지며, 어떤 이야기에 대해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 전이시킨다. 즉 평소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무지 중요하다. 위급시의 돌발 행동은 연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가 있다. 이 실험은 현실에 아주 중요한 위치를 자리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면 어디에 숨을 줄 알지만, 차를 몰고 가다 갑자기 핸들이 돌아버리면 혹은 버스가 늘 오다가 오지 않으면 어찌할 바를 몰라서 우는 행위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책임감 분산'이라는 언어에 대해 반의 공감과 반의 반감이 존재하지만 그가 던진 '3분의 비상사태'를 내 안의 사고로 끌고 오면, 분명 무엇을 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위급시의 돌발행동에 대해서도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풍문에 들리더라. 일본에 지하철 사고가 나면, 우리나라 언론과 시민은 '꼬시다'하고, 일본 언론은 우리나라에 지하철 사고가 나면 자기네 지하철은 점검한다고…. 웃어 넘기기에, 거짓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베르터 효과(114쪽) 참조
④ 사람과 원숭이의 유전자는 완전 일치하는가?
"사람에 작용하는 변수가 세가지 있다는 것을 의미했지요. 스킨십과 움직임 그리고 놀이요"(135쪽)
이 부분은 원숭이에 대한 연구를 사람과 동일시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즉 지은이도 말하고 있지만, 원숭이의 실험이라는 상황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스킨십'과 '움직임', '놀이'라는 단어는 어느 동물에나 쓰여지지 않나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⑤ '인지 부조화'에 대해 설명이 미비하고, ⑥은 재기발랄한 실험이지만, 정신과 의사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며, 정신병원이 사회에 지니는 가치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있다. 즉 심리적인 면에 한정하며, 그들의 행동이 재치 발랄하다는 점에 머물렀다는 것이 장점이자 한계를 지닌다.
⑦ 57일 동안 헤로인을 주어 마약 중독 상태로 만든 다음(강제), 일반 물과 모르핀을 주었는데 두 분류의 쥐 가운데, 삶이 넉넉한 쥐(?)들은 모르핀을 멀리한다. 중독성이 없다는 결론에 대해….
"저는 마약과 마찬가지로 금단 현상 또한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약물에 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계속 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마약 복용자들은 금단현상을 고통이 아닌 불안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쥐들도 고통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217쪽)
"만일 그의 쥐 공원 연구 결과가 올바른 대접을 받았더라면, 지금쯤 도심의 빈민가가 정비되고 마약 치료보다 교육 기금 조성에 힘쓰는 정책이 수립"(219쪽)
"그는 어려운 환경이 중독을 이끈다고 믿고 있었다"(226쪽)
쥐를 통한 실험이지만 유의 깊게 받아들인다. 다만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 이론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니… 도심의 빈민가를 정비하는 요원해보인다. 그네들은 몇 십억을 단 몇 분에 날려가며 불구경을 시켜 줄 수 있어도, 달동네 사람들의 밥 걱정은 하지 않는다. 아마도 불구경은 같이 할 수 있지만, 그는 오늘 밤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민을 하지 않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⑧. "가짜기억 증후군"(237쪽) 이라는 단어를 통해, 기억의 거짓 창조를 말한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는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변론하는 언어는 "희생자라는 정체성"(248쪽)이라는 모호한 개념. 전생을 보았는가? 최면을 통해 보여진 세계가 전생이라고 말하는 것과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 즉 그의 언어는 새롭지만 증거는 미약하다.
⑨, ⑩번은 읽지 않았기에, 다음(PASS)….
이 책은 스키너에서 밀그램 등 유명하거나 혹은 잊혀진 열명의 심리학자와 그들의 이론을 들려준다. 심리학을 통해 사회환경적 문제와 연결고리를 찾다가 개인의 업적에 초첨을 맞춘다. 즉 폭넓고 깊이 있는 문제제기는 한 사람에 대한 감싸기로 길을 찾고 있다. 이르다 보니 사회문화 속에서 인간의 심리가 아닌 개인의 연구성과와 그의 성찰로 글이 돌아간다. 그들이 말하는 심리는 기존의 학계와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아웃사이더로서 존재한다. 과연 새로운 가설을 통해, 기존 학계에 대한 비판인지 증거 부족의 반항적 글쓰기인지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