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 사람 담은 최민식의 사진 이야기
최민식 글, 사진 / 현실문화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다시 사랑한다. 사랑한다."]

[1].
같은 제목으로 다시 펴냄에 이렇게 온정을 기하는 일이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지은이와 출판사에서는 '같은 제목'을 버리지 못했을까? 그러면서도 내용과 사진을 조금 달리하는…….

이런 사소한 의문과 함께, "최민식"이라는 이름 때문에 난 다시 책을 펼칩니다.

" 수십 년을 하루같이 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서민들의 생활 주변에서 삶의 진실성과 허식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포착하려고 노력해 왔다. 고뇌하는 인간의 존엄성, 가난한 사람들의 한없는 고독을 예리하게 추구하고 동시에 그러한 순간의 단면을 충실하게 기록하려고 했다.(24쪽)"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또 하나의 나(28쪽")"라고…….

지은이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빛과 구도, 감정이 일치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편집이라는 마술이 따라붙습니다.

[2].
지은이는 '빛, 구도, 감정의 일치'를 이야기하고,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는 것은 진실과 신뢰의 표시다. 눈은 영혼과 자신의 깊이를 보여주는 창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찾는 듯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내면 감정을 드러내 보일 준비가 되었을 때만 지속될 수 있다. 사람들의 얼굴은 단조롭지 않다(35쪽)"고 말합니다. 그냥 그렇구나라고 느끼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합니다. 지은이는 빛과 구도, 감정의 일치를 통해 셔터를 누르고 그 프레임 안에 들어온 사람을 "진실과 신뢰"로 맞이하는데, '너는 무어냐'고 나에게 묻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은이의 딸이 던져준 물음에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함을 느낍니다.



지은이는 프레임 속에 들어온 할머니의 모습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까? 이제 갓 서른이 된 내가 일흔 여든을 사신 사람을 이해 한다는 것이 자연스러울까? 난 도 이런 이류를 대면서 면죄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3].
완행열차 = 동대구<―>부산진




완행열차가 있었다. 처음에서 끝 역까지 가더라도 일반 기차의 1/3선이 가격. 처음에는 비둘기호로 다음에는 통일호로 불려지다가, KTX의 등장으로 시대의 유물로 사라진……. 언론에서 KTX를 새로운 기술 선도국 진입으로 포장을 할 때, 할머니 아주머니들은 하루 먹고 사는데 발이 되어준 통일호를 역사박물관(몇 몇 곳에서는 통근 열차로 운영됨)에 고이 모셔져 있다. 할머니 아주머니들은 아직도 구포장이 서거나 혹은 봄나물이 나오곤 하면 머리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큰 보자기를 이며들며 부산하게 기차를 기다릴 것이다.

통일호를 타게 되면, 할머니들의 무거운 짐을 가만히 볼 수가 없어서, 자리에 앉아가기가 마음에 꺼려서 애초에 서 가려고 마음을 먹고는 오릅니다. 하지만 기차에 오르내릴 때면 왜 그리 계단이 높은지……. 기차가 부산진을 출발하여 원동이나 물금을 지날 때면 곡 다른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섭니다. 그때 어린아이가 기차에서 연기(수증기)가 많이 나는 것을 보며 고장이 난 것이 아닐까하며 엄마에게 묻습니다. 조금 어두컴컴한 시간을 달리는 (혹은 아침 일찍) 통일호는 조금의 낭만보다는 피곤한 우리의 일상에 곳곳에 묻어 있어서, 축 늘어진 어깨를 놓으면 특유의 냄새를 풍깁니다. 하지만 지금에서는 그 냄새를 맡을 수도 없지만 그 분들의 모습도 담을 수가 없으니,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듭니다. 나의 이런 아쉬움과는 다르게 할머니 아주머니들은 큰 짐을 지고, 비싼 요금을 내고 무궁화에서 오르내릴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내게는 추억일 뿐이지만, 할머니에게는 삶의 고단함이여…….

누군가 나에게 훌륭한 사진이 무엇인가라고 물어온다면, 난 지은이의 답으로 대신할 것입니다.

"훌륭한 인물 사진은 그곳에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한 것이다. 주제가 되는 인물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 어떤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나의 생활 체험과 사상을 통하여 인물의 배후에 있는 사회적 환경에 의한 인간 생활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발견은 가치가 없다.(101쪽)"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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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4-1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동의합니다..!!^^;; 저도 그랬지요.. 최민식이라고 하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