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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사진들 속에서 한마디의 절규를 듣는다. ..............[‘나는 사랑한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내가 선 길이 올바른가? 나에게 희망이 있는가? 희망을 꿈꾸어도 되는가? . . 모든 물음 속에서 내 자신을 잃을 때, 난 다시 이 책을 펼치리라. 가슴에 담으며 혹시라도 일말의 의혹이 생긴다면 난 주저 없이 베게 머리맡에 놓여진 이 책을 집어 들며, 아무렇게나 한쪽을 펼치고는 큰 소리 내어 읽을 것이다. 밤이 놀라서 별을 떨어트린다해도!!
“가난하지만 나는 후회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 사진이 있고, 가난한 사람들의 사람이 있고(150쪽)“
영원한 감동으로 남기기 위해 당대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려 하였으며, 어떠한 사회적 관계를 해결하려고 39년 동안 사진을 찍은 사람. 그 사진 속에서는 커다란 울림이 있습니다. 사진이 당대의 삶을 클로즈업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키워주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이나 금(선)의 미학, 여체의 허리가 아니라... 자갈치 시장에 도마와 칼 대신에 카메라를 들고 가서, 외면하지 않고 ‘친구’로 불러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진사의 세계관을 렌즈를 통해 그의 사진 미학을 정리할 수가 있습니다. 단순히 보여지는 것 보다 볼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사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는데, 사진사는 현실의 삶을 묘사하기 않는 사진을 달가이 여기지 않음에, 책을 통해 미학적으로 얼어붙은 내 세계관과 발로 뛰고 사진을 찍으면서 아파하며 얻은 체험을 통한 세계관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와 같은 길에서 그와 같이 걸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다른 어느 길을 가든 그가 간 길을 내가 품어야 할 길임에는 자명합니다. 그는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여 아름답다 아름답다며 어린이 마냥 눈싸움을 할 때, 홀로 카메라를 메고 오늘 밥 한 끼 궁리를 하며 낮게 드리우는 어느 굴뚤옆을 지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을 것입니다.
사진에 대한 남다른 미학은 내가 어느 부분을 펼치든, 나에게 큰 울립니다. 그리고 사진은 나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줍니다. 난 이렇게 숭고한 예술적 경지에 까지 도달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를 만난 것이 아쉬움과 후회가 겹칩니다. 뒤늦은 만남에 난 긴 겨울밤을 쉬이 잠 못 이룰 듯합니다.
나의 생애는 우뚝 솟은 고상한 정신의 최고 극점이 아니라, 가장 낮고 더러운 땅을 입맞춤하며 흐르는 물로 남겨질 것이다.
사진





모두들 행복하였으면 합니다.

겨울밤 단 한명의 거지가 떨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겐 행복한 밤잠의 권리는 없다던 친구의 글귀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불행이란 그 양(量)의 대부분이 가까운 사람들의 아픔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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