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 송아지
이영미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89년 11월
평점 :
품절


정태춘을 좋아 아니, 아시나요?

 

아마도 지금의 10대들에게 정태춘을 좋아하나고 물어본다면, 어느 정도의 예상을 해야하지 않을까? 밀림에 가서 하늘에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지는 못했나요라고 묻는거와 별반 다르지 않겠죠. 솔직히 제 나이도 정태춘을 알기에는 조금은 어린 나이입니다.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때가 70~80년대였으니... 아마도 옛날에, 자기 노래가 검열이 되어 운동가 비스무리한 의사표현을 한다는, 그의 아내와 노래를 부른다는 이야기를 티비에서 스쳐지나가듯 듣은 적이 있을 뿐입니다. 그가 어떤 노래를 불렀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몇 몇 듣은 노래가, 노래가 좋다는 느낌뿐.

그러면 잠시 듣어볼까요?

 

 

 

 

 

 

 

 

 

 

 

 

 

 

 

 

 

 

 

 

 

 

 

 

 

 

 

 

 

 

 

 

 

 

 

 

 

 

 

 

 

 

 

  

 

 

 

 

 

 

나에게 정태춘의 노래는 시인의 마을과 노랫말을 아내인 박은옥씨가 쓴 '그대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 흔들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네~~'라고 시작되는 사아하는 이에게③'가 익숙합니다. 또한 탁발승의 새벽 노래인데, '승냥이 울음 따라, 따라 간다 별 빛 차가운 저 숲 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 어서 가자 길섶의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 세존이 다녀 가셨나~'라는 노래는 정말로 어느 산사(山寺)에 가고픈 마음을 불러 일으키며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사랑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노래는 속세를 벗어난 듯합니다. 혹은 현실에 대한 고민과 번뇌가 다른 곳을 동경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노래에 빈번히 등장하는 '저승길', '상여', '나그네', '허무'의 이미지는 그러한 '상실'의 체험에 연관된다. 그러나 그 상실의 원인은 아무데도 나타나 있지않다. 그는 고향을 잃은 나그네지만 그 '잃음'에는 이유가 없다.(241쪽)"는 김창남의 해설은 정말 절묘하다. 하지만 내가 정태춘에 대해 노래가 좋다라는 이미지에 현혹되어 이 책을 듣었다면,

 

"정태춘은 보기 드문 예외이다. 김민기처럼 대학을 다니며 학생운도을 접해보지도 못했고, 한돌처럼 사회성 있는 노래로 출발하여 나중에 가요계로 들어온 것도 아니며, '노래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본 적도 없다. 포크송의 열풍이 거의 끝난 78년 가요계에 순조롭게 데뷔하여 남다르지 않은 대중가요 싱어송라이터였던 그는, 그야말로 완전히 고민하고, 자기 자신을 변모시키면서, 그 거대한 대중가요의 메카니즘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대중가요의 쳇바퀴 같은 메카니즘은 그것이 아무리 지겨운 것일지라도, 자신의 물적 기반 즉 밥줄이므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중략..

정태춘의 중요성은 바로 이 점에 있다. 비록 예외적인 한 개인이기는 하지만 대중가요의 한 복판에서, 그것도 삼십대 중반이란 나이에, 새로운 노래 문화의 건설의 큰 흐름을 향해 거친 물결을 헤치고 과감히 헤엄쳐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변모의 밑바탕에는 모순을 극복하려는 민중의움직임으로 인한 사회와 인간의 의식변화가 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7~8쪽)"엮은이의 말음 의미심장하다.

 

즉슨 정태춘의 노래에 조금의 울림을 받아 이 책을 들었고, 엮은이의 말에 감동되어 책을 읽어가다, 김창남의 해설에 동의를 구했습니다. 이러한 동의는 잠시 갈등을 하게했지만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정태춘이라는 이가 조금씩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이기였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나의 바람과 엮은이의 시선이 빗나갔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기 위해 그의 노래를 많이 듣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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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1-2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상, 서해에서, 북한강에서......정말 좋아했던 노래들이죠.

잘 듣고 퍼갑니다. 추천도.^^

열린사회의적 2004-11-2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저도 북한강에서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 서재보다, 님의 서재를 보니....참 부럽다는 느낌뿐~~~ 사진이나 만화 리뷰를 적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정말 이 책을 사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군요. 좋은 주말 되세요~~

숨은아이 2004-11-2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서재에서 보고 왔어요. 이 노래, 여러 번 들었지만 가사를 끝까지 음미해본 건 첨인 듯하여, 고맙단 말씀 드리고 싶어서요.

열린사회의적 2004-11-22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썰렁한 서재에, 이른 아침에 님이 다녀가신 것을 알고서는 따뜻한 온기가 도는 듯합니다. 제가 더 고맙습니다. 좋은 일주일 출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