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수 놀이를 경계한다.

등수놀이는 흔히, 웹상에서 널리 쓰이는 말입니다. 어느 기사나 컨텐츠에 대한 답변으로,
아무런 말 없이 일등, 이등하며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댓글 등수를 메기는 행위를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이러한 등수 놀이는 무의미하다 생각하여, 대부분의 사이트 운영자들은 자제를
요구하지만 쉬이 그쳐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1등 놀이 열풍, 어디서부터 시작됐나?"앗싸 1등" 등수놀이는 시도 때도 없다 등을 
통해 도깨비 뉴스에서 기사화 한 적도 있다. 기사에는 "네티즌의 습관이라기보다는 
무엇이건 가장 먼저 자취를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본성"이 근본적인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무의미하며 되도록 자제해 줄 것을 사이트 운영자들은 바랍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이런 등수 놀이가 많이 일어나기를 내심 기대하기도 하겠죠. 왜냐하면 많이
알려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하지만 유독 온국민 즐기는 등수놀이가 있습니다. 이 등수에서는
 "일등" 밖에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몇 해 앞서 어느 기업이, 일등만 기억된다고 광고를 하여 호되게 혼이 나지만
이곳에서는 이런 행위가 하나의 우상으로 받들어 지고 있습니다. 어제 티비를 보셨나요? 

자랑스러웠죠^^ 온국민이 목놓아 기다리던 금메달이 첫 열였으니... 첫 금메달을 딴 이는 온
국민의 화제속에 영웅으로 대접을 받습니다. 하루종일 그에 관한 아주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고 가며, 온라인에는 커뮤니티(카페)도 만들어졌다고 홍보를 합니다. 나라밖에는 국가의 
위상을 더 높이고, 안으로는 어려운 경기 속에 움츠린 마음을 조금은 웃게 한 점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어록 중에, "매일밤 자기 전에 이미지트레이닝을 거른
적이 없다. 유도가 내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어 침대가 매트로 느껴질 정도였다"라는 말에도
존경을 표합니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 선수 중에 어느 누구 하나, 이원희 선수가 품었던 
감정을 품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이원희 선수가 잠자고 있는 사이에도 남몰래 훈련을 한
선수도 있을 것이며, 아무리 열심히 하여도 세계의 벽이 높아 넘지 못한 선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선수가 보고 싶습니다. "한국 사격 사상 처음으로 트랩종목에서 메달"을 안겨 주었지만, 
단지 동메달이라는 이유로 묻혀버린 이보나 선수, 뜻하지 않게 딴 동메달을 값지게 바라보던 
그의 눈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잠 못 자며, 구슬같은 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였지만 메달을
못 딴 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올림픽 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면, 금메달 금메달 하며 환호성을 부르짖습니다.
함께 어울린다는 말은 명분 뿐이며 오직 금메달로서 그가 어떠한 노력을 하였든 미화가 됩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우리는 이러한 이데올로기 속에서 나와 우리를 또다른 
올림픽 선수로 만들어 버립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사회는 냉철하다며 내가 남을 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남이 나를 밟고 올라온다라고 주입합니다. 올림픽을 축제로 즐기지 못하는 불쌍한 이. 

과연 올림픽에 금메달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오직 금메달만이 올림픽을 
기억하며 값진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요? 서로가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살을 섞으며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하고, 또한 사회라는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같이 행복을 꿈꾼다면 너무 순진한가요? 

조금은 불안합니다. 금메달 금메달을 외치는 사이에,
나는 사회에 나가 일등 일등을 외치는 것이 아닌가하고...

인터넷의 등수놀이는 그나마 악의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의 등수놀이를
우리를 가두는 또다른 울타리가 될 것입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보다 더 값진 은메달, 
동메달이 나온다면 그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면 안될까요?  

조금은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었지만, 은메달을 따고 웃음을 짓는 계순희 선수의 마음이 부럽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일등만 바라고,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
진정 우리가 꿈꾸는 사회인지 깊은 회의가 어둠을 타고 찾아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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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08-1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 (훌륭해요)

전 개인적으로 수영결선에 진출했다는 선수...보고 싶었답니다. 스치듯 기사를 접했을 때 저절로 '대단하다!'는 탄성이 나왔거든요. ^^

메달이 없어도 우린 오늘도 열심히 서재질하고 있음을....(말이 헛나온건가요? ^^;;;)

열린사회의적 2004-08-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서재질... 싸이질을 뛰어넘는 문화적 트렌드를 꿈꾸며... 오늘도 난, 서재질을 한다. 앗싸^^; 고맙습니다. 조그마한 글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울리고 웃기다니.. 하하~~ 나도 열심히 서재질을 하여야겠습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세요~~~☆

갈대 2004-08-1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숨어서 글만 읽고는 후다닥 도망가곤 하던 나쁜 갈대 인사드립니다.^^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멋진 리뷰도 몇 개 허락도 없이 퍼갔다는... 용서를!!-_-;;
열린사회의적님의 서재에서는 다른 서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삐딱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저도 삐딱하게 보고 생각하는 걸 즐기거든요.
'열린사회의적'이 책 제목이라는 건 알겠는데 정확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알려 주시길..^^

chika 2004-08-1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저도 이제 고백하거니와 갈대님이 퍼간 리뷰를 따라 들어오곤 했다는...^^;;

열린사회의적 2004-08-19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작은 글에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다 주는 일이 이렇게 가슴설레이는 일인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저도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좋은 글이 있다면 하늘땅만큼의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겠습니다. 오늘 생각만 하다 놓칠뻔한 큰 것을 얻었습니다. 고맙습니다. "ckika". "갈대"님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