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Mummies


이집트의 미라 만들기. 정말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인데 고인을 위해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이집트인들의 정성에 탄복했다. 미라는 죽은 사람의 몸에 향신료 처리를 하여 천으로 감싸서 부패하지 않게 한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죽은 사람들이 사후의 세계가 있다고 믿었다. 사후 세계에 가기 전까지 고인의 몸이 보존되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embalming(방부 처리)이다. embalming은 성직자만 할 수 있다고 한다. 미라가 만들어지는 데 는 2달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Egyptian Pyramids


이집트인들은 중요한 사람이나 왕들이 땅이 고인이 되면 금, 보석 등으로 치장하여 무덤을 조성했다. 처음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 때 보물과 함께 지하실에 안치했다. 그랬더니 도둑들이 미라가 있는 곳에 보물이 함께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싹쓸이 해갔다. 이후 이집트인들은 무덤 중간에 벽을 만들고 그 아래 보물실에 부장품들을 넣기 시작했다. 이 무덤의 이름을 mastaba tombs라고 한다. 파라오는 mastaba tombs도 자신이 묻히기에는 무언가 충분하지 않다고 여겼는지 pyramids를 생각해냈다. pyramids는 거대한 요새로 파라오와 보물을 모두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이집트인들은 파라오가 신이라 믿었기 때문에 그들이 하늘에 올라가 사후에 그들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서 피라미드의 측면을 계단처럼 사용하였다. 대형 피라미드 근처에는 사람의 머리에 사자의 몸을 가진 상상 속 동물인 스핑크스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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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 미국에 미련을 버린 북한과 공포의 균형에 대하여
정욱식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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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북한은 미국과의 오랜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하는 것을 국제전략의 핵심 목표로 잡았다. 곡절과 부침이 있었지만, 2019년까지는 이러한 기대와 목표를 접지 않았다. 북한이 핵개발을 지렛대 삼아 대미 관계 정상화를 노렸다면 미국은 북핵을 명분으로 '한반도의 현상'을 유지·강화하고자 했다. 미국이 바라는 한반도의 현상이란 정전체제와 한미동맹, 남북·북미·북일 간의 긴장관계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실패와 6월 30일 이루어진 남북미의 소득 없는 정상회동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한 미련을 접고 핵무력을 국가의 중심 정책으로 삼게 되었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김정은과 트럼프 간에 주고받은 27통의 친서가 2022년 9월 25일 한미클럽(전·현직 주미 특파원 모임)을 통해 전문이 공개되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정책 변화에 대한 기조를 엿볼 수 있다.

2018년 4월 판문점 정상회담 합의와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결과로 종전선언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안보 관료들은 종전선언 이전 북핵문제에 진전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협정은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서 체결한다는 구상이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라 말했지만 김정은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를 기대했으나 한미 연합훈련 실시 방침이 발표되자 김정은은 8월 5일 트럼프에게 다음과 같은 친서를 보낸다.
"나는 도발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실무회담에 앞서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 이 훈련은 누구를 겨냥한 것이냐. 나는 미군이 이러한 남한의 편집광적이고 매우 과민한 행동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 미국과 골칫거리로 인식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핵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과 남한의 군사적 행동들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이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 P45~46

2019년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깜짝 정상회동에서 트럼프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약속하고 김정은은 북미 실무회담에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7월 3일자 친서에서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미사일 엔진 시험장에 기술 전문가들의 방문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9월 6일에 보낸 답장에서 김정은은 "핵무기 연구소의 전면 가동 중단과 핵물질 생산시설의 불가역적인 폐쇄"를 제안하며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줄 우리 주변 환경의 변화를, 약간만이라도 느낄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 정도로 한 발 이상 대화에 진전된 행보를 보여줬다. 그러나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 해결'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문재인 정부의 중재는 통하지 않았다.  이후 2019년 10월 열린 실무회담은 미국의 대북 제재의 변화 없음으로 성과 없이 끝났다.
지금의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 남북관계 악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좌초가 단계적 군축 합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음에도 3축 체계를 비롯한 군사력과 한미연합훈련의 강화 정책을 이어가는 중이다.

우리는 북한=경제난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팩트가 아니다.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할 정도로 예전의 고난의 행군 때문만큼은 아니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2023년 5월 직접 만나본 중국의 관계자들은 '북한이 식량난을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식량 사정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북한을 지원의 대상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돕겠다고 했지만 북한은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중단된 대북 지원을 또다시 중단하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이런 괴리가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김정은 정권은 핵과 미사일에만 매달린다'는 인식을 부추기며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내가 볼 때 가장 문제는 국내 언론과 정부의 과도한 북핵 공격 조장 행위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과연 핵무기를 앞세워 우려하는 적화통일에 나설까. 이는 북한에도 자충수일 뿐더러 국내에도 과도한 군사력 강화 태세, 정쟁을 키우기만 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이 결핍감에 시달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과도하게 억제하려고 할수록 정작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억제가 힘들어진다는 역설을 이해해야 한다. 한미, 혹은 한미일이 대북 억제 강화를 이유로 군사력과 준비태세를 강화할수록 북한도 마찬가지 선택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미일의 군사적 결속은 북한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을 겨냥한 군사적 조치로 간주하며 맞대응에 나서서 한중·한러 관계에 큰 부담과 위험을 야기한다. 한국이 이미 충분히 강력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더 강화해달라고 매달릴수록 미국은 한국에 부담금 청구를 들이밀 것이므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이 부분이 나는 꽤나 중요하다 생각한다).

1954년부터 유럽에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한 미국은 1966년에 나토 회원국들과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면서 평시에는 접수국 기지에 배치된 핵무기를 미군이 관리·보호하다가 유사시 접수국의 전투기에도 탑재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프랑스를 제외한 나토 회원국은 '핵기획 그룹'에 참여해 나토의 핵 정책 발전과 실행에 관여했다. 
미국은 한국에 1950년대 후반부터 핵무기를 배치했고, 1970년대 초반에는 그 수가 1000개에 육박했음에도 한국과 핵공유를 하지 않은 것은 1953년 정전협정의 '신무기 반입 금지' 조항을 의식해서다.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인 것이다. 동시에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주한미군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고 했기 때문에 한국과 협의도 없이 몰래 핵무기를 배치했다. 한미가 '나토식 핵공유'를 추진할 수 없을까 생각하지만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때문에 불가능하다. NPT에 따르면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직간접적으로 양도하지 않고 양도받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나토는 핵공유 협정을 1966년 체결하여 1970년 NPT 조약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고 동맹의 핵보유국들이 그들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핵무기 통제 이전을 금지한 NPT 조항에도 부합한다 보았다. 
2023년 4월 한미 간 체결된 워싱턴 선언은 한국이 NPT와 한미원자력협정을 준수한다는 내용을 통해 독자적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더불어 그 어떤 핵공유는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에 반해 일본은 핵공유 논의는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미국과의 반도체 합작에 나섰다. 
북한은 2013년 핵독트린에서 '적대적인 다른 핵보유국이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는 경우 그를 격퇴하고 보복타격을 가하기 위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었다. 그러나 2022년 핵독트린에서는 '핵무기 사용 결정권을 김정은에게 독점 부여하면서도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 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사용조건을 명시했다. '공격하는 경우 ->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발 더 나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안정성이 결여된 억제 관계는 무력충돌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한반도형 3C'를 제안한다. (한미동맹과 북한이 군비경쟁보다는) 군비통제를 통해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려는 접근, (보복 위협이 빈말이 아님을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적대적 신뢰보다는) 서로가 선제공격하지 않고 우발적 충돌 발생 시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우호적 신뢰 구축의 노력, (두려움 주기식의 전달을 지양하고) 상호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으려는 대화와 소통 방식의 마련 이다.
더불어 최대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최소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라는 저자의 말에 가장 공감했다. 지금까지 남북 대화를 포함한 각종 회담의 목표는 '최선의 시나리오'에 맞춰져 왔다. 많은 것을 얻으려다 보니 어느 하나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우선은 대화와 협상의 목표를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하는 데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최소한 전쟁을 방지하고 긴장 완화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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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9-09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소의 시나리오.. 군비도 최소로 들고 그러면 참 서로 좋을텐데 말입니다.

아이젠하워가 한반도에 핵무기를 설치했었다는 걸 전 화가님 글에서 처음 알았네요. 충격적입니다…. 지금도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거리의화가 2023-09-10 21:07   좋아요 1 | URL
한반도에 핵무기가 한 때 천기도 넘게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군비를 한쪽에서 확장하면 다른 쪽에서도 확장할 수 밖에 없는 구도이니 경쟁은 끝이 나질 않겠지요. 이미 한국의 군사력이 6위까지 올랐는데 이것이 좋은 일인지... 정부와 국방부에서는 무기 수출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최초의 문자에 대한 기록이다.


이집트인들이 석판에 새긴 글자를 hieroglyphs라고 한다. 석판에 새겼으니 소재 자체가 단단해서 만들고 나면 튼튼하지만 쉽게 새기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Fertile Crescent의 Mesopotamia(between the Tigris and Euphrates rivers)에 살던 수메르인들은 진흙판에 글자를 새겼고 이를 cuneiform이라 했다. 진흙은 석판보다 글자 새기기 훨씬 수월하고 마르고 나면 꽤 단단해져서 좋았으나 쌓이면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수천년 후 이집트인이 발견한 것이 paper와 ink다. 종이는 나일강 둑 근처에 있던 갈대를 부드럽게 짓이겨주는 과정을 거쳐 펄프로 만들고 판에다 펴서 말리면 만들어지는 것이 papyrus(파파이루스)다. 가지고 다니기도 좋고 글자 쓰기에도 최적화되어 있던 papyrus는 물에 약해 젖으면 분해되거나 찢어졌고 오래되면 망가지기 쉬웠다. 때문에 수메르인의 기록은 수천 년이 지나도 살아남았으나 이집트인의 기록은 없어졌다. 


* mash

The Egyptians learned how to soften and mash them into a pu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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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9-08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ashed potato…. 자야 하는데 배고프네요 🙄

거리의화가 2023-09-09 08: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너무 늦게 올렸군요^^;
mash 라는 단어가 저렇게 쓰인다는 걸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새겼습니다. 단어는 외워도x2 왜 뒤돌아서면 잊는지!

2023-09-08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9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9-09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화가님의 한줄 영어요약 멋져요!👍👍😆

거리의화가 2023-09-09 08:19   좋아요 1 | URL
앞으로도 이렇게 이야기 요약해서 올리려구요^^; 3장은 상대적으로 짧았는데 두 개나 세 개로 이야기가 나뉘어진 것은 좀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ㅎㅎ 마지막 단어는 인상 깊은 단어와 그것이 쓰인 문장을 올렸습니다.
 


로켓 과학자인 이본 브릴이 2013년 88세로 사망했을 때 항공우주공학계는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는 보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녀는 비프 스트로가노프를 맛있게 만들었고, 남편을 따라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세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8년간 일을 쉬었다. "세계 최고의 엄마였어요." 아들 매튜가 말했다.

그러나 향년 88세로 뉴저지 프린스턴에서 수요일에 사망한 이본 브릴은 명석한 로켓 과학자이기도 했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 8년을 쉬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전통적 여성성을 앞에 부각시키다보니 뒤에 그러나라는 표현이 너무 도드라져보인다.


이본 브릴은 우주선을 달과 화성으로 쏘아 올리는 데 몇 십년을 바쳤다. 로켓 엔진을 발명해 산업 전반에 그의 발명품이 표준으로 쓰였다고 한다. 30년간 나사에서 재능을 펼쳤던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로 마니토바대학교 공학과에 등록할 수 없어 화학과 수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나는 감사해야할 지 모르겠다. 몇 십년 뒤에 공학과에 무사히 입학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떤 사람은 젠더 평등을 원한다면 공공연히 '여성'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의 젠더를 언급하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 맥락 속에서 여성의 젠더를 언급하는 행위는 성차별적이라 보기 때문이다. - P72


여성의 젠더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나쁘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 남성의 젠더를 호출하지 않는 문맥에서조차 마찬가지다. 여성이 과학, 의학, 정치에서 성공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들의 젠더를 강조해야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을 더욱 잘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들의 존재가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P73


둘 중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나는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원래 입장은 첫 번째 입장이라 생각했는데 두 번째 입장도 일면 이해되는 면이 있는 것이다. 


"젠더링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논쟁의 또 다른 중요한 줄기 가운데 하나는 누군가를 '여성woman'이라고 할지 '여자female'라고 할지에 달려 있다. - P74


위와 관련해서 옥스퍼드 언어학자인 데버라 캐머런은 사람들이 '여자, -녀female'를 명사형으로 사용할 때, '여성woman'을 쓸 때와는 달리 부정적인 문맥에 쓴다는 것을 발견했다. female이라는 단어는 생물학적인 성의 여자, 암컷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woman은 젠더와 관련하여 인간만을 가리키며 문화적인 개념이다. 

젠더 대 섹스라는 질문은 '여성 대 여자', 즉 'woman vs female'의 의미론 논쟁에서 가장 비판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여성'이 문화적이고 개념적인 젠더를 의미한다면 '여자'는 몸과 관련이 있는 섹스를 묘사할 때 쓰는 단어인가?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첫 번째 단계는 일반적으로 공식 정의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사전조차 성별 퍼즐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공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참조되는 네 개의 사전에서 첫 번째로 '여성'은 '난자와 자손을 낳는 성인'으로 정의된다. 두 번째로는 '여자 하인 또는 가사도우미', '아내, 여주인 또는 여자 친구'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전적 정의와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의 개념의 괴리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신체적인 의미에서의 남성성 혹은 여성성(sex)과 문화적 혹은 정체성적인 측면에서의 남성성 혹은 여성성(gender)을 여전히 헷갈리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500년 동안 두 용어가 같은 의미로 혼용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1960년대까지 둘의 의미론적 구분을 하지 않았다.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분류화하려는 시도는 19세기 독일의 마그누스 히르슈펠트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는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대해 64개의 유형을 만들었는데 남성적인 이성애 남성부터 여성적인 동성애 남성, 트랜스젠더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학적 정의를 만들려 노력했다. 오늘날 인간은 본성과 양육의 이론처럼 주어진 성으로만 젠더가 결정된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이론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버틀러는 젠더가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하는가'를 말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은 우리가 있도록 하는 일을 실천하기 전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우리가 누구인지만이 아닌, 누구인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낸다. 


우리 정체성 가운데 대부분은 고정적인 용어로 표현될 수 없고, 젠더도 이에 포함된다. - P92


사실 우리가 따를 수 있는 단일한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 순간 대화와 맥락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다. - P93


저자는 대화가 젠더와 관련된 것일 때 단어를 더 구체적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여성은 포궁경부암 검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대신에 "포궁을 가진 사람들은 포궁경부암 검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여성이 "포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언어를 바꾼다고 해서 우리의 사고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는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둘다 병행되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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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9-08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너무 좋네요. 저는 완전히 적합한 사례는 아니지만 <히든 피겨스> 생각도 나고요. 공학에 재능이 있던 유색인종의 여성들이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퍼뜩 떠올랐습니다.
저는 아주 오랜 시간 성별 고정관념을 습득한 채 살고 있었어요. 이를테면 남자가 이성적이고 여자는 감성적이고 감성은 이성보다 열등한 것이고, 남자가 더 똑똑하고.. 하는 그런 것들이요. 그래서 대화하는 남자가 좀 멍청할 때도 ‘어쩌다 실수했나보군‘이란 생각을 하며 살았었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나서야 그 남자들이 멍청한 게 맞는데 제가 너무 그들을 추켜세우고 저 자신을 낮게 봤다는 걸 깨달았죠. 으.. 속상해라. ㅠㅠ

아 이 책을 읽으면서는 또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지 기대가 아주 큽니다.

거리의화가 2023-09-08 11:3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자랐기에 특히 여성이 감성적이라는 것에 대한 열등감 같은 것이 오랜동안 자리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저 자신을 비하하는 데까지 이르렀던 적이 있었고요^^; 젠더가 어느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독서괭 2023-09-08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전정의 자체에 비하개념이 들어있다는 게 놀라운 지점이었어요!
포궁,이라고 불러야하는데 아직 입에 잘 안 붙네요. 포궁, 유아차, 시가...

거리의화가 2023-09-08 14:17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도 사전에 가부장적(?) 개념으로 그대로 정의되어 있다는 게 당황스러웠습니다(사전 업데이트는 어쩌면 가장 보수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현실에서도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에 의한 관념을 쓰고 있으니까요). ‘포궁‘ 저도 잘 안 붙네요. 이미 붙어버린 단어들, 머릿 속의 정체된 생각을 떨쳐내기란 요원합니다.
 

영어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용어들은 주로 성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최초에는 중립적으로 쓰였던 용어가 나중에는 주로 격하되는 방식으로 변했다.

‘슬럿’은 중세 ‘슬러트’라는 형태로 ‘칠칠맞은’ 여자를 뜻했으나 후에는 부도덕하고 성적으로 헤픈, 성판매자를 뜻하게 되었다가 1990년대 후반이 되면 포르노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변모한다.
‘비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바가스(bhagas)=>성기’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출발하여 나중에 동물을 일컫는 단어로, 더 후에는 암컷 동물로 좁혀진다. 현대에 오면 못되고 기분 나쁜 여자, ‘불평하다’는 동사로 쓰이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단어 중 여성 비하가 담긴 욕설을 없애거나 나쁜 방식으로 쓰기를 피하거나 재정의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젠더와 성차별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모욕은 사라지기 어려울 지 모른다. 때문에 욕설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젠더 중립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젠더 대신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도 제안한다. '머리에 똥만 찬 비열한 이중인격자', '망할 사기꾼 악당'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젠장'이라는 말을 쓴다. 

영어권 화자들이 여성을모욕하고 싶어 할 때, 그들은 여성을 다음 중 하나에 비교한다. 바로 음식, 동물, 성판매자이다. 이는 로럴 서턴이 UC 버클리에서 1990년대에 밝혀낸 연구 결과와도 무척 유사하다.
우리가 여성을 먹을 수 있고, 비인간적이고, 성적인 대상으로불렀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기대, 희망, 두려움을 전체적으로 보여 주는 명료한 선언이라 할 수 있다. - P46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은 가부장제의 오랜 문구로서, 대부분 여성의 성적 열망과 성적인 자유분방함이 본질적으로 나쁘다는 몇천 년 된 태도에 기인한다. 여성에 대한욕설을 잠깐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여성이 어떻게 결정하든간에 여성의 욕망은 수치를 당해 마땅하다고 판단한다는 걸알 수 있다. 우리 문화의 규칙에 따르면 그 판단은 둘 중 하나다. 섹스를 많이 해서 걸레라는 평판을 얻거나, 섹스를 하지않아서 점잖은 체한다는 딱지가 붙거나. - P47

컴퓨터 언어학자이자 《JSTOR 데일리 JSTOR Daily》의 언어칼럼니스트인 치루Chi Luu 는 누군가를 모욕적인 단어로 부르는 행위는 그가 화자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욕의 최종 목적은 모욕당하는 사람의 행동이 화자가 특정 집단에 대해서생각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P53

젠더화된 모욕에 대한 자각 수준을 높이면 사람의 외모와 행동을 묘사할 때 더 의식 있고, 더 포괄적이고, 더 정확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자각으로 우리는 일상적인 발화에 젠더가 어떻게 숨어 들어가는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슬럿‘이 실제로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그 단어가 어디에서 왔는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분석하면,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도 우리가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젠더화된 단어, 즉 여자, 남자, 여성, 남성, 남자애, 여자애, 그녀, 그 등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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