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용어들은 주로 성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최초에는 중립적으로 쓰였던 용어가 나중에는 주로 격하되는 방식으로 변했다.
‘슬럿’은 중세 ‘슬러트’라는 형태로 ‘칠칠맞은’ 여자를 뜻했으나 후에는 부도덕하고 성적으로 헤픈, 성판매자를 뜻하게 되었다가 1990년대 후반이 되면 포르노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변모한다.
‘비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바가스(bhagas)=>성기’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출발하여 나중에 동물을 일컫는 단어로, 더 후에는 암컷 동물로 좁혀진다. 현대에 오면 못되고 기분 나쁜 여자, ‘불평하다’는 동사로 쓰이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단어 중 여성 비하가 담긴 욕설을 없애거나 나쁜 방식으로 쓰기를 피하거나 재정의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젠더와 성차별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모욕은 사라지기 어려울 지 모른다. 때문에 욕설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젠더 중립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젠더 대신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도 제안한다. '머리에 똥만 찬 비열한 이중인격자', '망할 사기꾼 악당'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젠장'이라는 말을 쓴다.
영어권 화자들이 여성을모욕하고 싶어 할 때, 그들은 여성을 다음 중 하나에 비교한다. 바로 음식, 동물, 성판매자이다. 이는 로럴 서턴이 UC 버클리에서 1990년대에 밝혀낸 연구 결과와도 무척 유사하다. 우리가 여성을 먹을 수 있고, 비인간적이고, 성적인 대상으로불렀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기대, 희망, 두려움을 전체적으로 보여 주는 명료한 선언이라 할 수 있다. - P46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은 가부장제의 오랜 문구로서, 대부분 여성의 성적 열망과 성적인 자유분방함이 본질적으로 나쁘다는 몇천 년 된 태도에 기인한다. 여성에 대한욕설을 잠깐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여성이 어떻게 결정하든간에 여성의 욕망은 수치를 당해 마땅하다고 판단한다는 걸알 수 있다. 우리 문화의 규칙에 따르면 그 판단은 둘 중 하나다. 섹스를 많이 해서 걸레라는 평판을 얻거나, 섹스를 하지않아서 점잖은 체한다는 딱지가 붙거나. - P47
컴퓨터 언어학자이자 《JSTOR 데일리 JSTOR Daily》의 언어칼럼니스트인 치루Chi Luu 는 누군가를 모욕적인 단어로 부르는 행위는 그가 화자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욕의 최종 목적은 모욕당하는 사람의 행동이 화자가 특정 집단에 대해서생각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P53
젠더화된 모욕에 대한 자각 수준을 높이면 사람의 외모와 행동을 묘사할 때 더 의식 있고, 더 포괄적이고, 더 정확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자각으로 우리는 일상적인 발화에 젠더가 어떻게 숨어 들어가는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슬럿‘이 실제로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그 단어가 어디에서 왔는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분석하면,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도 우리가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젠더화된 단어, 즉 여자, 남자, 여성, 남성, 남자애, 여자애, 그녀, 그 등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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