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 『교수』에서 브론테가 문자 그대로 남자(엄격하고 검열관스러운 남자)로 분장함으로써 리얼리즘을 지향했다면, 『셜리』에서는 마치『제인 에어』에서방출된 분노의 불길에 반항하기라도 하듯, 언뜻 보아서는 사소설을 써나가며 객관성, 균형, 절제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 P656
1811년부터1812년까지 영국의 중상주의 경제가 쇠퇴하던 시기의 전시 위기를 배경으로, 이 소설은 노동자들의 분노가 모든 피착취자들, 특히 (이 장의 제사가 암시하듯 삶의 목적의식에 굶주린 여자들에게 어떻게 파괴적으로 작용하는지 묘사한다. 오스틴,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의 소외당한 인물들을괴롭혔던 굶주림과 똑같은 배고픔을 묘사하는 가운데, 샬럿 브론테는 여성들이 그들 자신이 고안한 소설을 지속시키는 것에굶주려 있는 만큼, 음식에도 굶주려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 P658
휘그당원과 토리당원, 공장주와 성직자, 가정을 꾸린 사람과 아이 없는 독신남, 부자 지주와성직 생활로 편안하고 유복한 삶을 사는 자, 이들은 공동체의두 기둥으로 이웃의 빈곤과 파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속한 사회의 최고대표자로서 공통의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 - P661
브론테는 자립이라는 노동 윤리가 이기심과 성차별주의를 의미할 뿐임을 암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브론테는 노동자의 착취를 여성의 실업과 연결하면서, 여성과 노동자를 소유물로 취급하는 탐욕적인 정신은 나라의 천연자원에 대한 경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시사한다. - P667
『제인 에어』가 일련의 알레고리적이고 가부장적인 위험에 맞서 승리해야 하는 모든 여자에 대한 비유인 것처럼, 캐럴라인 헬스턴의 사례는 시련의 진정한 원인이 바로 여성의 의존적인위치에 있음을 증명한다. - P668
셜리는 캐럴라인이 무색인 만큼 화려하고 캐럴라인이 내향적인 만큼 외향적이다. 셜리는 의존적인 동거인이나 수동적인 애원자도 아니며, 주부나 아내도 아니다. 셜리는 격자 창문과 석조 현관, 벽에 사슴 머리 조각이 걸려 있는 어두운 회랑을 완비한 자신의 집, 즉 보통은 남자 주인공이 상속받는 조상 대대로내려온 저택을 소유한 부유한 상속녀다. - P669
더 나아가 셜리는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캐럴라인을 닮아가기시작해 결국 캐럴라인의 운명에 압도당한다. 셜리는 적극적 성격임에도 자신의 젠더에 갇혀 있다. 그녀의 친구처럼 그녀도 남성적 사회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브론테는교회 성경 학교 파티와 공장 습격이라는 두 가지의 주요 에피소드를 병치함으로써 이 감금의 기원과 본질을 추적한다. - P673
『셜리』전반을 통해 초록빛 그늘 아래 펼쳐지는 셜리의 초록빛 생각은 ‘자신의 피조물에게 주는 신의 순수한 선물’이다. 그것은 의미심장하게도 ‘자연이 그녀의 아이에게대가 없이 주는 유산‘이다. [22장] 마지막으로 즐거움을 누릴 수있는 셜리의 능력은 생식력, 즉 자신의 티탄-이브의 육체성과행복, 생식력에 대한 깊은 인식과 관련이 있다. 이것은 셜리에게자연의 여신이 영혼의 신을 대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가끔 에밀리 디킨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은 우리가 보는 것, / […] 자연은 우리가 아는 것"이라는[] 668편] 그녀의믿음은 ‘성경은 골동품이 된 책, / 시들어간 남자들이 쓴‘이라는디킨슨의 보완적인 느낌으로 귀착한다. [J 1545편] 동시에 브론테와 디킨슨 둘 다 남자가 창조한 말, 책 중의 책은 여자들이 그들의 과거와 힘을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다는것을 암시한다. - P675
브론테는 성경이 정당화하는 듯 보이는 여자에 대한 착취가어떻게 상업 자본주의를 영속화시키고, 상업 자본주의가 어떻게 인간성과 육체의 본성에 대한 강제적인 통제를 영속화시키고 있는지 폭로한다. 그러나 브론테의 인물들은 성경적 신화의 구속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영리하고 빈틈없는 남자라도 여자는 환상 속에 있는경우가 빈번하다. 그들은 여자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여자를 선하다고 생각하는 악하다고 생각하든, 남자들은 여자를오해하고 있다. 남자들에게 착한 여자는 반은 인형이고 반은 천사인 기괴한 존재이고, 나쁜 여자는 거의 항상 악마다. [20장] - P677
셜리는 무기력한 여성의 이미지에 자신과 다른 여자들이 침묵으로 순종하는 것이 여성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 P678
셜리는 여자를 기괴한 (그러나 유혹적인) 괴물로 보는 전형적인 남자의 환상을 풍자할 뿐만 아니라, 그런 환상이 여자들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묘사하고 있다. 거세된 몸에 갇힌 기괴한 인어는 캐럴라인과 셜리 같은 순수한 여자를 노예로 만든 남자를 파멸시키기 위해 냉혹한 마술을 부린다. - P679
주부의 서랍, 궤, 상자, 찬장, 단지, 가방은 각각 그리고 모두 자기 파괴적인 ‘여성의 봉사, 자기 매장, 침묵을 보증하는 바로 그 기술을 나타낸다. - P683
다른 거식증 환자처럼 캐럴라인은 오로지 자신의 순종성과 ‘여성적인‘ 온순성에 대한 보답만 받아왔다. 따라서 그녀의 굶주림은 아이러니하게도 극기의 이상을 수용하는것이다. 캐럴라인은 또한 남자의 거절을 경험했고, 그 경험이분명 자기 자신을 폄하시키는 좌절감에 일조했다. 캐럴라인은로버트의 거부에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대신 수치스러워하고, 따라서 자신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돌과 전갈의 침을 견뎌내라는 처음의 충고가 보여주었듯) 캐럴라인이 스스로 가하는 징벌을 정당화시킨다. *************************************** - P684
『셜리』는 이미 창세기의 기독교적 설명을 공격했다. 이제(여자는 먹는 것 때문에 저주받았다는) 그 기원의 신화가 여성에 대한 남자의 증오와 자신을 유지하거나 강하게 만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공포를 어떻게 나타내는지 더 분명해진다. 캐럴라인은 먹지 말라, 말하지 말라, 그리고 나서지 말라는 명령을내면화했다. - P685
셜리는 재량껏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없어서 결코 ‘야망의 강력한 맥박‘을 경험하지 못한다. 디킨슨이 말했듯 ‘자연은 우리가 아는 것, /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걸 말할 수 있는 기술이 없고‘ ‘자연의 단순성에 비해 / 우리의 지혜는 너무 ‘무능‘하기 때문이다. - P689
영국 남자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는 하얀 피부의 창백한 여자 주인공과 한편으로 자신의 진정한 감정에 대해침묵하고 독립적이며 거무스름하고 낭만적인 여자를 제시함으로써, 브론테는 전통적인 기대를 약화시킨다. 하지만 셜리와 루이스 무어가 어떻게 소설적 관습을 뒤엎고 있는지 묘사한다. 사실상 이 연인들은 처음에 『제인 에어』에서 활용한 연인의 유형을 뒤집는 것처럼 보인다. 셜리가 갖추어야 할 모든 장신구를소유한 귀족적인 영웅인 반면, 루이스 무어는 젊은 사원 윌리엄 크림즈워스처럼) 여자 가정교사에 해당하는 남성이라 할 수있다. - P691
소설 안에서 브론테 자신은 왜 사회에서 여성에게 유일한 ‘행복한 결말‘이 결혼인가를 독자에게 설명했다. 브론테는 행복한 결말을 우리에게 제시하지만, 제인 오스틴처럼 결혼이란 여성의 복종에 기반을 둔 의심스러운 제도이며, 소설의 여자 주인공이 아닌 여자들은 아마도 셜리와 캐럴라인도잘 대우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 P692
미래는 오직 남자들과 그들의 산업적 가부장제에 의해, 그리고 그들을 위해 쟁취되었다. 화자는 이 예측이 사실임을 확신하며 할로로 되돌아와 돌과 벽돌, 바벨탑처럼 거대한 공장을 묘사한다. ‘그의‘ 설명은 그가 ‘그의 가정부와 대화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그 가정부의 어머니는 ‘필드헤드 할로에서 요정을 보았으며, 그 요정이 이 지역에 출몰했던 마지막 요정이었다‘고 말한다. [37장]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동화가 거부되는 것처럼, 요정들의 부재는 어머니/자연의신화가 상업적인, 타락 이후의 영국에서 거부당했음을 암시한다. 브론테는 이 타락한 세상에서는 행복한 결말이 그렇게 쉽게현실화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냉혹한 사실의 세계에서 그저 로맨스에 불과한 것은 역사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 P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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