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마치 1 - 완역본
조지 엘리엇 지음, 이가형 옮김 / 주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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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간의 연애를 하고 내가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은 ’선택과 결심‘이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에 따른 행동에 가까웠다. 가끔은 생각하곤 한다. 그 때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했다면 지금 내 곁에 아무도 없고 홀로 살고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2인 가구를 꾸리게 되었을까. 솔직히 여전히 답은 없는 것 같다. 그는 분명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고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지만 결혼은 다른 영역일지 모른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삶의 선택의 기로에서 어쩌면 너무 쉽게 선택해버린 것은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사과 처녀가 호박 총각을 흠모해 행복하고 오래오래 사는 끝없는 앞날을 꿈꾸는 것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절대 싫증 내지 않았던 하나의 작은 드라마로 옷을 바꿔 가며 반복되었다. 호박 총각이 허리가 짧은 연미복을 입어도 그런대로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외모라면, 상냥한 처녀는 즉시 그의 미덕, 탁월한 능력, 무엇보다도 그의 완벽한 진실성을 알아보는 것이 완벽한 여성으로서 당연한 일이자 필요사항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렇지만 당시를 살던 사람들은, 분명히 팁턴의 이웃 중에는 누구도 어떤 처녀가 결혼에 대한 관념을 인생의 목적에 대한 고양된 열정으로 완전히 색칠하고, 그 열정을 주로 열정 자체의 불로 붙이며, 결혼에 대한 꿈에 근사한 혼숫감이나 접시의 종류, 심지어 꽃다운 부인의 명예나 달콤한 기쁨도 넣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 P49


미들마치 1권을 읽으며 이처럼 내 과거가 떠올랐다. 명문 집안의 큰 딸인 도로시아는 배우자 감으로 두 사람 사이를 저울질한다. 한 쪽은 지적이고 연륜이 있는 커소번, 다른 한 쪽은 상대적으로 비슷한 또래의 제임스 체텀이다. 고민 끝에 도로시아는 이 중 진중하고 배울 점이 더 많은 커소번을 선택한다. 생각해보자.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고 서로 잘 통하는 상대가 있고, 나보다 더 배울 점이 많은 상대가 있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물론 이는 본인이 어떤 스타일이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고, 어떤 부분에 호감이 가는지에 따라 상대를 선택하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상대와의 케미스트리는 상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의 신혼 여행지는 이탈리아였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없었다(원래도 여행지를 고를 때 관광 거리가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처음으로 도착한 도시였던 로마, 관광을 시작한 첫 날 옆지기는 울화통을 터뜨렸다. ‘울화통’이란 단어가 너무나 적절하다. 당시 그는 나의 스파르타식 관광 여행을 따라잡으려다 제대로 지쳐버렸으니까. 나는 여행을 하면 다 나처럼 해야 하는 것이라 멋대로 생각했다. 이전에도 우리는 2~3차례 여행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단기 여행이라 깊은 경험을 할 일이 없었다. 결국 화가 난 그를 달래주기 위해 우리는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무얼 먹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연애 전 거의 싸운 적이 없었는데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실감났다. 이제 서로 부딪힐 일이 많겠구나 생각하니 두려워졌다. 


신혼여행이란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이 세상의 전부라는 이유에서 단 둘만의 세계에 들어앉는 것을 명백한 목적으로 삼는 만큼, 그러한 여행 중에 불화를 느끼면 아무리 남이 모른다 해도 당황하고 어리둥절해지는 게 당연하다. 상대방과의 사이에 거리를 두고 정신적으로 고독해지면 신경질의 폭발도 내밀히 끝나고 말도 안 해도 되니까 물컵을 주면서 상대방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만족한 해결이라고는 제아무리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P344


도로시아의 배우자 선택은 옳았을까? 도로시아는 신혼 여행 초기 이후 커소번이 자신을 내팽개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연구 과제로 바빠서 자신에게 신경써주지 않았고 당연한 듯 무덤덤하게 느끼는 듯했다. 커소번은 섬세함이 부족했을 수도 있는데 결혼 전에는 그 점이 그녀에게 그가 신뢰할 만하고 진중한 인물로 느껴졌다. 도로시아의 신혼 여행지가 공교롭게도 로마였던 데다가 둘의 갈등과 충돌이 있었던 점에서 나와 너무나 흡사하여 내 과거의 기록이 오버랩되었던 것 같다. 

도로시아가 우울해 속을 끓이고 있을 때 그녀 앞에 커소번의 친척 청년인 윌 레이디슬로가 나타난다. 그는 이전부터 커소번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아서 공부를 진행해왔다. 그러다 여행지에서 만난 그녀는 막상 커소번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음에도 애써 후회하지 않는 선택임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그는 마음을 느낀다. 소설에서는 그가 그녀에게 들이대는 모습처럼 비춰지기도 하는데 실상 그는 그녀를 정말로 원했다기보다는 어떤 환상에 잠시 도취되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초반에도 그랬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에도 ’선택은 선택한 자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에 흥미로운 인물 구도가 더 있다. 첫 번째는 도로시아와 여동생 실리아, 두 번째는 리드게이트와 빈시, 세 번째는 메리와 프레드다. 


실리아는 도로시아와 정 반대의 성정을 지녔다. 도로시아는 진취적이고 열망이 강한 여성인데 반해 실리아는 당시 현실에 맞는 여성상에 가까웠다고 보여진다. 둘을 보면서 나와 여동생의 관계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여동생은 싹싹하고 다정다감하여 어른들에게 인기가 항상 많았다. 나는 무뚝뚝하고 딱딱하여 어른들에게 꾸중을 많이 듣는 편이었다. 집안일과는 담을 쌓고 지냈고 여성들이 해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일과는 특히나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보니 ‘너는 대체 왜 그러냐.’라는 소리를 내내 듣고 살았는데, 이 때문에 여동생에게 괜히 분풀이를 하며 열등감을 표출하곤 했다. 지금이야 지난 일이 됐지만.


리드게이트는 젊고 유망한 외과 의사로 미들마치에서 막 들어왔다. 모든 사람이 도로시아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그는 모범 있고 교양이 넘치는 로저먼드 빈시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리드게이트는 출세를 위해 일에 몰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을 포섭하는 열정을 보인다. 애정 관계를 멀리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매력 앞에서는 어쩌지를 못한다. 근데 과연 그녀가 화려한 외모를 지니지 않았다면, 명문고에 다니면서 바른 말씨와 예법, 우수한 학업 성적 등 실력이 있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을지… 


프레드는 빚을 졌지만 언제라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경제 관념이 약한 사람이다. 그는 메리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그녀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그가 나중에 돈을 벌게 되면 다른 이를 부양할 능력을 갖추게 되겠지만 게으른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말이다. 나도 메리의 말에 동의한다. 내가 호감을 갖는 사람이라면 당장의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성실한가, 어떤 일에 진심인가 하는 것을 볼 것 같으니까. 


“메리, 네가 나를 사랑하면 넌 나한테 결혼하겠다고 약속해야 해.”

“아니요, 그와 반대에요.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 해도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결국 지금의 내가 그렇지만, 내가 아내를 부양할 능력도 없는 주제에 그런다, 이런 말이겠지? 난 이제 겨우 스물세 살이니까.”

“나이는 달라지겠지요. 그렇지만 나머지 것은 달라질지 제가 확신할 수 없네요.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게으른 남자는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요.” -P240~241


이를 비롯해 미들마치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참 흥미로웠다. 특히 이들이 관계를 쌓기 위해 내던지는 교묘한 수들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가부장제 하에서의 거슬리는 표현들과 차별적 언사들은 감안해야 하지만.


서문을 읽으며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했다. 그녀가 지금 이 시절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진심으로 그런 생각도 해 보았다. 서문의 모든 문장들을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어쩌다 보니 너무나 오래 걸려 1권을 읽었다. 어쩔 수 없이 앞 부분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여러 모로 기대 이상을 충족시켜준 작품이었다. 


오늘날까지 숱한 테레사가 태어났지만 그들의 행동이 끊임없이 널리 전파되는 서사시적 삶을 찾지 못했다. 고귀한 정신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천할 기회가 빈약해서 생긴 잘못투성이의 삶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그들의 실패가 아무리 비극적이었다 할지라도 그것을 읊어 줄 훌륭한 시인도 발견하지 못했거니와, 그들이 죽어서 망각의 심연에 빠져도 울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 노력도 결국 보통 사람의 눈에는 혼돈되어 형태를 이루지 못한 불완전한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요컨대 이들 후세에 태어난 테레사에게는 그 열렬한 신앙심에 지식 역할을 해줄 일관된 사회적 신념이나 질서의 도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열정은 막연한 이상과 여성이라면 흔히 갖는 동경 사이를 방황했는데, 전자는 터무니없다는 후자는 타락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들이 이처럼 잘못투성이의 서투른 삶을 산 것은, 조물주가 고약하게도 여성의 본성을 분명히 정해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만일 여성의 무능의 정도를, 이를테면 셋 이상의 수는 세지 못한다는 식으로 엄격하게 한정할 수 있다면, 여성의 사회적 운명도 과학적 확신을 가지고 취급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모호함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리고 그 편차는, 여성의 머리 모양과 여성이 좋아하는 시와 산문으로 된 러브 스토리는 모두 같다고 상상하는 보다 훨씬 크다. 여기저기 흙물 연못에서 한 마리의 백조 새끼가 오리 새끼와 불편하게 자라지만 물갈퀴를 가진 종류끼리 어울리는 살아 있는 흐름을 발견할 수 없다. 여기저기서 한 명의 성 테레사가 태어나지만 아무것도 창설하지 못한다. 선을 이룩하지 못한 뒤 그녀의 가슴 떨림과 흐느낌은 어떤 오래 기억될 만한 행위에 집중하기보다 방해 속에서 흔들려 사라져 버린다. - P6~7


첫 번째 신사 사람을 어떻게 분류합니까? 보통보다 나은 사람, 나아 보이는 사람, 저 망토보다 못한 사람? 성자 아니면 악당? 순례자 아니면 위선자?

두 번째 신사 아니, 그보다 당신이 갖고 있는, 세월의 성스러운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알려주시죠. 차라리 그 책들을 크기와 장정으로 즉시 나누는 것이 나을 듯하군요. 송아지 피지로 만든 책, 큰 판, 보통의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책으로 나눌지라도, 읽지 않은 저자의 책들로 분류하도록 교활하게 고안된 모든 딱지보다 많지는 않을 겁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친절하게 해줄 때 여자도 거기에 대해 감사를 하면 둘은 반드시 사랑에 빠진다고 생각하는 건, 젊은 여자의 생활에서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 일 중의 하나예요.” - P235


무슨 일이건 좋아하는 문제에 마음을 기울인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가 기억할 것이다. 어느 날 아침 혹은 어느 날 밤, 아직 읽은 적이 없는 책을 책장에서 내리려고 높다란 발판 위에 섰을 때의 일을. 처음 듣는 이야기에 넋이 빠져 입을 헤벌리고 황홀하게 듣던 때의 일을. 읽을 책이 없어서 자기 내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을 때의 일을. 그리고 그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그것은 사물을 사랑하는 일의 시초였던 것이다. - P247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여성에게 멀리서 바치는 경의라는 것은 남성의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법인데, 대개의 경우 숭배자는 자신의 생각을 여왕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그의 마음을 다스리는 그 여왕이 옥좌를 내려와주지 않을지라도 그 생각을 기리는 표시를 주어 용기를 북돋아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법이다. 윌이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상상의 요구에는 많은 모순이 있었ㄷ. 아내다운 마음 씀씀이와 간절한 소망이 가득한 눈으로 커소번 씨를 응시하는 도로시아는 보기만 해도 아름다웠다. 그와 같이 아내로서의 임무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그녀를 둘러싸는 광휘는 다소 약해졌을 것이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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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6-20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판으로 1권까지 읽었는데 워낙 읽다가 말다가 하다보니..

사과 처녀와 호박 총각이란 말이 나온게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
민음사판에서는 메리가 프레드에게 존대하지 않는데, 번역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4-06-20 17:27   좋아요 0 | URL
소설은 특히나 읽다 말다 하면 줄거리가 연결이 안 되어서 결국 다시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나중에 저도 민음사 판으로 읽어볼까 싶어요. 민음사 거는 도서관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ㅎㅎ

잠자냥 2024-06-20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들마치>보다 화가 님 연애&신혼여행이야기가 더 재미난 1인....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6-20 17:28   좋아요 0 | URL
재미를 드렸다니 좋네요^^ 연애 기간이 길어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웃프게도 이제는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거립니다ㅋㅋ

다락방 2024-06-20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들마치>보다 화가 님 연애&신혼여행이야기가 더 재미난 2인. 좀 더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요? 그 다음은요? 다른 여행에서는요?

거리의화가 2024-06-20 17:34   좋아요 1 | URL
저와 남편이 비슷한 성향도 있지만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달라서 재미 있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ㅎㅎ
종종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으면 썰을 풀어볼게요^^;

독서괭 2024-06-20 14: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들마치>보다 화가 님 연애&신혼여행이야기가 더 재미난 3인. ㅋㅋㅋㅋㅋㅋ 전 스파르타식 여행 힘들어하므로 옆지기님께 이입합니다 ㅋㅋ

거리의화가 2024-06-20 17: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아마도 많은 분들이 옆지기 스타일에 호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잠자냥 2024-06-20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 님 연애&신혼여행이야기 연재합시다. 열혈 독자 3인 확보.

거리의화가 2024-06-20 17:3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자기 이야기가 연재된다면 식겁할 것 같습니다!ㅎㅎ

건수하 2024-06-20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분들... 저도 재밌었지만 왠지 책 얘기를 써야할 것 같았습니다...

전 화가님처럼 휴양보단 관광.. ^^

거리의화가 2024-06-20 17:36   좋아요 0 | URL
호기심이 많아서 관광 컨텐츠가 없는 곳에는 관심이 덜 가더군요^^
 
미들마치 1 - 완역본
조지 엘리엇 지음, 이가형 옮김 / 주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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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문장의 연금술사!‘라 느꼈다. 특히 서문이 압권이다. ‘결혼‘ 제도가 지닐 수 밖에 없는 한계, 남녀가 바라보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관점을 눈여겨볼 수 있다. 자세한 주석이 도움이 되었지만 몇 군데 오타로 문장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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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질베르 아슈카르 지음,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 옮김 / 리시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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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제국주의 노선에서 가자 지구 전쟁을 분석한 책이다.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분석 용도임을 이해해야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과거의 역사가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대이스라엘과 나크바 완수 계획 등이 그렇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불균형성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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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번치현 - 일본 근대국가 탄생의 무대 뒤
가쓰타 마사하루 지음, 김용범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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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이지 유신정권은 ‘부‘와 ‘현‘, ‘번‘의 세 통치 체제를 기반으로 중앙에서 지방의 통제가 가능해지면서 중앙 정부 강화를 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어느 정도 기본 배경을 알고 읽어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자 기반의 학술 용어가 많고 문장들이 전체적으로 대중들이 읽기에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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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 보니 6월의 반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읽지도 못하고 안 읽으니 쓰지도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역시 읽기와 쓰기는 일종의 훈련이라 계속 하지 않으면 퇴화되는 것 같다. 그래서 기름칠을 위해 짧게나마 끄적여 본다.




유발-데이비스의 <젠더와 민족>을 읽기 시작했다. 지난 달 여성주의 책을 읽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 달 책은 꼭 읽고 싶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젠더'와 '민족'이란 키워드는 둘 다 내가 관심을 갖는만큼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는 초반부터 인류학, 사회학, 페미니즘 등 다양한 분야의 저자와 인용 목록이 등장한다. 읽다 보면 어지럽기는 한데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느낀다.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작가와 관련 책의 목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늘까지 해서 총 3장까지 읽었다. 지금까지 읽으면서 생각한 바는 제목의 키워드가 글에 전체적으로 잘 녹아들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따로국밥 같다고나 할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문장에 잘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 중에서는 맥락과 상대주의라는 키워드에 눈길이 갔다.


도나 해러웨이의 '상황적 지식' 등의 개념을 따르고 있는 게이튼스의 주장은 젠더 관계를 분석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아는 언제나 상황적이다"라는 주장의 중요성은 젠더 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관계의 분석과 관련이 있다. - P30



해러웨이는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학자 여겨진다. '사이보그 선언문'과 '반려종 선언'을 통해 내가 얻었던 지식적 충격은 지금도 유효하다. '맥락'context는 보편주의와 절대성과 반대 지점에 있는 개념이다. 내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시간과 공간에 따라 지식은 다른 결론을 낳는다. 세계의 시공간은 좁혀졌지만 오히려 자국 보수주의가 득세하는 지금 '맥락'은 더 중요해졌다.


단일한 시각은 이중적인 시각이나 머리가 여럿 달린 괴물의 시각보다 나쁜 환상을 만들어낸다. - 24P 





문화 개념은 조너선 프리드먼이 설명한 보편적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이들과 상대주의적 문화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기적 논쟁을 통해 오랫동안 결정되어 왔다. 전자의 관점에 따르면, 다양한 사람과 집단들이 자신의 '발달단계'에 따라 특별한 서열을 지니게 되는 인간 문화 전반이 있다. 이를 거부하고 있는 이들이 주장하는 상대주의적 문화 패러다임에 따르면, 문명마다 상이한 문화를 갖고 있어 이들이 지닌 고유한 측면에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 P79~80



문화 개념에도 '보편주의'와 '상대주의'가 있다. 클리퍼드 기어츠는 문화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학자 쪽에 속한다. 불과 몇 달 전 읽은 <문화의 해석>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솔직히 그 때는 꾸역꾸역 읽었는데 몇 달이 지나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읽고 안 읽고는 역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것이 발생학적으로 과연 무엇인가에 관하여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유익한 사실을 몇 가지 발견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민족의 문화적 특수성, 즉 그들의 특이한 점들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개념의 구성-또는 재구성-에 인류학이라는 과학이 기여한 주요한 공헌은 그것들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준 데에 있을 것이다. - P63

클리퍼드 기어츠는 문화의 개념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고 실례로 자바, 발리, 모로코 등의 원주민 문화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 문화적 관계를 드러내 보인다. 직접적인 현지 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체계와 이론을 정립해나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도 에드워드 사이드처럼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책의 부제가 '정체성의 정치에서 횡단의 정치로'다. 정희진 선생님이 생각이 안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에서 나는 '트랜스', '횡단'이라는 개념을 뚜렷이 자각할 수 있었다. 


융합은 '범학문'이라는 표현처럼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다. 융합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는 지식이 만나서 새로운 앎을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횡단적 사고' '사선으로 보기' '가로지름(crossing)' '조우(遭遇)'가 융합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P46~47


'위치성'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나의 위치에서 생각한다는 건 성별, 계급, 인종, 지역 등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사회적 모순 속에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 만물은 결국 '나'라는 렌즈를 통해 인식되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앎은 무의미하거나 대개는 사회악이다. - P59


요즘 특히 나는 맥락과 위치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곤 한다. 내가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사안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한 맥락 안에서 ‘민족‘과 ‘국가‘의 관계는 다른 형식의 민족 집단과 국가의관계와 함께 분석되어야 한다. 이것이 여성들이 이러한 과정에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이해하는 전제조건이다. - P39
중요한 것은 혈통 개념에 기초한 민족 구성물과 문화에 기초한 민족구성물에서 비롯된 관심들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둘 모두 국가 시민권에 기초한 민족 구성물과 분석적으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젠더관계의 다양한 양상은 이러한 민족주의 기획의 모든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들에 대해 적절한 어떤 이론화에는 중요하다. - P50

‘재생산권’은 보다 일반적인 여성 해방 운동의 중요한 일부로 봐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 보다 일반적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민주화 투쟁의 중요한 일부로 봐야 하며, 이때 사회에서 사람들이 처한 위치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 P76

여성들은 종종 집단체의, 집단체 경계의 문화적 상징으로, 집단체의 ‘명예’의 잉태/전달자이자 세대를 잇는 집단체 문화 재생산자로 구성된다. 특정 법령과 규제들은 ‘올바른’ 남자와 ‘올바른’ 여자란 누구/무엇이며 집단체 구성원들의 정체성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정의하면서 대체로 발전한다. 식민과 종속 과정에서 비롯되는 권한 박탈의 감정들은 식민화된 남성들을 통해 종종 남성성 박탈과/이나 여성화의 과정으로 해석된다. 저항과 해방의 과정에서 남성의-그리고 더러는 보다 중요하게 여성의-역할 (재구성)은 대부분의 이러한 투쟁에서 중심이었다. 그러나 문화들이 동질적이지 않은 만큼 그리고 특정 헤게모니 문화구성물들이 집단체 안에서 지배적인 지도력의 관심과 밀젒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러한 헤게모니 구성물들은 종종 이러한 헤게모니 기획을 지향하는 입장을 거스르기도 한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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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6-16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이번달 여성주의 책이랑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나란히 놓고 읽으면 좋을 거 같아요.
저도 6월책 막 시작했는데 진도가 영 지지부진하네요. 기름칠을 위해서 자주 자주 올려주시어요^^

거리의화가 2024-06-20 08:02   좋아요 1 | URL
이번 책 어려운 듯하죠? 이런 책은 읽다 말다 하면 더 진도가 안 나가는 것 같아서 이번 주말에 아예 완독해버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조 교재로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힘을 짜내어 더 자주 써보도록 해보겠습니다. 무더위가 찾아왔는데 건강 잘 챙기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