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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를 위하여
루이 알튀세르 지음, 서관모 옮김 / 후마니타스 / 2017년 1월
평점 :
이 텍스트들은 어떤 저작에 대한 고찰, 비판이나 반박들에 대한대답, 공연에 대한 분석 등으로서 거의 모두가 어떤 정세 속에서 탄생했다. 각기 어떤 특정한 계기에 탄생한 이 텍스트들은 그렇지만 하나의 동일한 시대와 동일한 역사의 산물이다. 그것들은 각기 나름의방식으로, 마르크스 속에서 사고하고자 한 내 나이 또래의 모든 철학자들이 겪어야 했던 하나의 특이한 경험, 즉 역사가 우리를 몰아넣은 이론적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수 불가결했던, 마르크스의 철학적 사고에 대한 탐구에 관한 증언들이다. - P43~44
해제 읽었다가 너무 어려워서 화들짝 놀랐는데 그나마 본문은 이해가 조금은 갔다고 해야 할까(그래도 머리에 쥐나는 줄). 물론 이 책을 단번에 이해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라 생각했다. 이 책은 알튀세르가 여러 잡지에 낸 글들을 한데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다. 마르크스가 펴낸 텍스트를 통해 그 시대를 이해하고 마르크스주의에 집착했던 당시의 젊은이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알튀세르가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게 된 이유도 짐작할 수 있다.
마르크스의 저작들은 총 4개의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1840~1844은 청년기 저작들, 1845은 분기점이 되는 저작들, 1845~1857은 성숙 단계로 나아가는 저작들, 1857~1883은 성숙기 저작들이다. 이 중 눈에 띄는 시기는 단연코 1845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기를 분기점으로 보는 이유는 마르크스와 포이어바흐의 관계, 마르크스와 헤겔의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이 행해지기 때문이다. 1845년은 마르크스가 <포이어바흐의 테제>를 써낸 해이다(물론 이는 마르크스 생전에 알려지지 않았고 1888년에서야 엥겔스에 의해 출간되었다). 포이어바흐는 청년헤겔학파 철학자로 마르크스가 선구적 유물론자라고 생각했던 인물이다. 마르크스는 당시 독일이 관념론의 철학으로 이론에 집착한 채 현실의 개혁과는 유리되어 있다고 여겼다.
포이어바흐는 청년 헤겔주의 운동의 이론적 발전에서 등장한 위기의 증인이자 동인지이다. 1841년과 1845년 사이 청년 헤겔파의 텍스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이어바흐를 읽어야만 한다. 특히우리는 청년 마르크스의 저작들에 포이어바흐의 사상이 어느 정도까지 스며들었는지 볼 수 있다. - P89
<청년 마르크스에 대하여>는 ‘마르크스주의 철학과 특수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를 담고 있다. 알튀세르는 이를 위해 앞선 헤겔과 포이어바흐의 철학을 읽으면서 그들 간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연구했다.
청년 마르크스의 저작들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 철학자들에게도 청년기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마르크스도 청년기가 있다는 사실, 여물지 않은 시기에 마르크스도 불완전한 부분과 문제적 부분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음이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이론)는 이데올로기가 펼쳐지는 장에서 구성되거나 그와 반대되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을 전제로 한다.
마르크스 자신의 시작이 부과한 이 이론적 "장정"에서 마르크스는 무엇을 얻었는가? 그가 결말로부터 그토록 먼 곳에서 시작함으로써, 철학적 추상 속에 그토록 오래 체류함으로써, 현실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 그런 공간들을 편력함으로써 얻은 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그가 개인으로서 비판적 정신을 날카롭게 가다듬게 되었다는 것과 계급투쟁과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역사적으로 비견할 수 없도록 주의 깊은 "임상적 감각을 취득했다는 것일 터이요, 그뿐 아니라, 특히 헤겔과 접촉함으로써, 모든 과학적 이론의 구성에 불가결한 추상화의 감각과 실제, 즉 헤겔 변증법이 그에게 그 추상적이고 "순수한" "모델"을 제공한 이론적 종합 및 과정의 논리의 감각과 실제를 익힌 것일 터이리라. - P156
‘지금 문제되는 것은 변증법, 오직 변증법이다. 헤겔은 “변증법의 일반적 운동 형태들을 최초로 포괄적이고 의식적인 방식으로 서술한” 인물이었다. 마르크스는 헤겔에게서 변증법을 되찾아서 이념이 아닌 삶에 적용하고자 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사실은 마르크스가 헤겔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인식이었다.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이론을 파지 않으면 안 된다. 헤겔의 변증법을 이용하여 마르크스는 나아가 유물론적 변증법을 펼쳤다.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을 헤겔 변증법과 구별하는 고유한 차이란 무엇인가? 제기된 이 문제는, 마르크스의 이론적 실천에 의해서든 계급투쟁의 정치적 실천에 의해서든 간에, 마르크스주의적 실천에 의해 이미 해결되었다. 따라서 그 해법은 마르크스주의의 저작들 속에 실존하는데, 그러나 그것은 실천적 상태로 실존한다. 이제 그 해법을 이론적 형태로 진술해야 한다. - P312
마르크스가 생각한 자본-노동의 모순은 국가, 지배 이데올로기, 종교, 조직된 정치운동에 의해 특수화되고 내적, 외적인 역사적 상황에 의해 특수화된다. 어느 조건 안에서도 모순은 결코 순수한 상태로 나타나지 않고 역사적 실천과 역사적 경험 속에서 작동한다.
마르크스주의적 모순의 특유한 차이는 모순의 "불균등성" 또는 "과잉결정"이며, 이 "불균등성" 또는 "과잉결정"은 모순 속에 모순의 존재 조건을, 즉 모순의 실존인 항상-이미 주어진 복잡한 전체의 특수한 (지배 관계를 갖는) 불균등성의 구조를 반영한다. 이처럼 이해된 모순은 모든 발전의 동력이다. 모순의 과잉결정에 기반한 전위와 압축은 그것들의 우세 dominance 여하에 따라, 복잡한 과정의 실존, 즉 "사물들의 생성"의 실존을 구성하는 (비적대적·적대적·폭발적)국면들을 설명한다. - P375
변증법에 대한 정의가 자신이 그것에 대해 진술한 그 영역을 넘어서는지, 따라서 이론적으로 단련된 보편성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정의를 다른 구체적 내용들, 다른 실천들의 시험에 부쳐 봐야 한다. 예컨대, 자연과학의 이론적 실천의 시험에, 과학들 속에서 아직도 문제가 야기되는 이론적 실천들(인식론, 과학사, 이데올로기들의 역사, 철학사 등)의 시험에 부쳐 봐야 한다. 이 정의를 이런 시험에 부치는 것은 이 정의의 유효범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요, 경우에 따라, 의당 그래야 하듯이, 이 정의를정정하기 위한 것이며, 요컨대 우리가 검토한 "개별특수적인 것"particulier 내에서 이 "개별특수적인 것"을 개별특수적인 것으로 만든보편적인 것 자체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 P377
책을 좀 더 꼭꼭 씹어 소화시켜서 정리하면 좋을텐데 역시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용어 자체가 난해한데다가 문장이 단 번에 이해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읽으면서 놀라움을 주는 구절들도 있었다. 참고로 주석이 어마어마하다. 물론 주석을 읽는다고 해서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참고할 수 있겠다. 뒤이어 <자본을 읽자>를 읽게 될 텐데 조금은 도움이 될 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