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추세가 지역에따라 표출되는 강도가 달라지고 정치형태에 투영되는 방식도 또한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서유럽 국가가 역사적 표준이 아니라고 한다면 문제는 명쾌해진다. - P1586

물리력의 독점은 ‘현대’ 국가를 정의하는 자연스러운 속성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시도하여 획득한 역사발전의 예외적 상황일 뿐이다. 혁명의 시대에 폭력의 독점은 빠르게 와해되었다. - P1587

독재자에게 자신의 통치하에서 우대받는 군대와 경찰을 장악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일생의 분투를 통해 올라온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독재자는 자신이 통치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특수한 상황을 어떤 방법을 쓰든—쿠데타이건 박수와 환호 속의 표결이건— 확고한 제도로 변환시켜야만 한다.

-> 한국사에도 독재자의 모습은 여럿 있었다. 특히 현대사에서 이승만은 경찰을 수시로 동원했던 모습이 있다. 박정희는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 P1590

정치가가 권력을 위임받기 위해 유권자나 추종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듣는 일은 19세기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었다. 이런 정치형식은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임기 중에 처음 생겨났다. 그 후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이름을 딴 잭슨 혁명과 함께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건국의 아버지들의 엘리트주의를 배격하는 대중주의적 또는 ‘풀뿌리’ 정치 관념이 생겨나 ‘분파주의’라 비난받던 정당 간의 경쟁을 지지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었다. 선출직 공직이 급격히 늘어났고 어떤 지역에서는 법관까지도 선거로 뽑았다. 유럽에서 민주주의의 실천은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과두정치적 색채가 짙었다. 영국에서도 이런 상황이 1867년까지 지속되었다. 영국의 선거법은 미국에 비해 여러 가지 제한이 많았다. - P1595

겨우 수천 명을 다스리는 통치자가 있었는가 하면 수억의 신민을다스리는 통치자도 있었다. 어떤 전제군주는 직접 통치했고 의례적인 통치자의 지위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군주도 있었다. 히말라야 산속과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의 왕이건, 아니면 런던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면류관을 쓴 국가원수이건 그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있었다. 하나는 국왕 또는 황제의 계승권을 보장해주는 왕조의 합법성이고 다른 하나는 군주의 개인적인 품성과는 관계없이 기본적인 존경과 숭배를 요구할 수 있는 왕관의 권위였다. - P1597

군주제 자체는 어떤 비판도 초월한 것이었지만 왕위에 있는 자는 반드시 통치능력을 증명해야 했다. 군주제는 백성의 다양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양각색의 책임과 사명을 완수해야 했다. 그러므로 식민혁명에 의해 군주제가 폐지되었을 때 아시아사회를 긴밀하게 교직(交織)해온 사상의그물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과거와의 연결을 상징하는 군주제가완전히 사라진 곳에서, 식민통치가 끝난 뒤 그나마 남아 있는 국가통합의 도구가 군대와 공산당뿐인 곳에서 과도기는 특히 험난했다. - P1603

19세기에 –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 의회가 의원들 가운데서 정부의 수뇌를 선발했고 정부 수뇌는 의회 다수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군주를 대면할 수있었다. 동시에 내각 구성원 전체는 의회에 대해 책임을 졌다. 군주는 의회를 제치고 수상이나 내각 구성원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해임할 수 없었다. 내각은 의회에 대해 집단 책임을 져야 하고 의회의 다수결은 모두에게 구속력이 있었다. 각료는 동료의 의견에 동의하지않을 때 내각 회의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지만 공적인상황에서는 내각 기율의 제약을 받았다. 이렇게 내각은 가장 중요한권력과 직능을 장악한 국가기구가 되었다. 유럽대륙 국가들의 헌법발전과정에서 등장한 전형적인 의회-군주 ‘이원제‘ 문제는 내각제라고 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방안을 통해 해결되었다. 내각제 정부는19세기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혁신 가운데 하나였다. 20세기에 들어와 이 혁신은 영국 문화권 밖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 P1607

영국제국의 속국에서 군주제의 응집력은 본국만큼 강하지는 않았으나 영연방의 지속적인 존재는 지금까지도 영국 왕실에대한 호감을 바탕으로 하여 유지되고 있다 — 군주정체의 사상이 국경을 초월하는 안정성(과 적응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식민제국 프랑스의 제3공화국은 영연방처럼이전의 식민지가 자발적으로 ‘모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도록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중략)
각자의 방식은 달랐지만 나폴레옹 3세는 메이지 천황처럼 혁명의 수51혜자였다. 메이지 천황이 유신의 엘리트들과 동맹을 맺었다고 한다면 나폴레옹 3세는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 정권을 탈취했다. 나폴레옹 3세는 먼저 1848년 12월에 선거를 통해 공화국의 대통령이 되고 3년 뒤에 쿠데타를 일으켰으며 다시 1년 뒤에 세습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므로 나폴레옹 3세는 맨손으로 일어난 자수성가형 황제였던 반면에 16년 후의 무쓰히토 천황제라는 제도의 연속성에 의존하여 자신의 지위를 확보했다. - P1616

유럽의 궁정에서는 (동방의 궁정생활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지만) 황실 또는 왕실의 공식적인행사에 군주 부부가 같이 출현했다. 일본이 이러한 서방을 상징하는의식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현대 세계로 진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61) 중국의 최고 통치계층은 이처럼 시범적인 부르주아 생활방식을 수용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이것은 중국 군주제의 부패와 무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중국의 궁정에서는환관과 후궁제도가 왕조가 끝나는 날까지 유지되었다. - P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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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도 세상은 어지럽게 돌아간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다행인 건 개인적으로는 별 일 없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에서 2명의 실종자 흔적을 찾았다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구조는 더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얼른 차갑고 무거운 그 통곡의 바닥에서 가족들 품으로 귀환해야 할텐데...


우크라이나 사태도 일촉즉발이다.

나와 먼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로 알게 되었지 않나. 세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진자가 연이어 치솟고 있어서 연휴 때 이동을 자제하려고 한다.

이 암담한 시기가 무사히 지나가길 빌 뿐이다.



더불어 이주에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골랐다.



1. 배틀그라운드


미국은 여전히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두고 물러나려 하지 않지만
여러 국가의 도전들 속에 위기감과 경계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NATO 연합국간의 기싸움에 발을 담그고 있고
언제라도 전쟁이 촉발될 수 있는 이 때에 위기감은 더욱 크다.
저자는 맥매스터로 트럼프 행정부 때 13개월간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아버지가 6.25 전쟁에도 참전한 군인이었으며
본인은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간전까지 참전한 군인으로 현장감을 키워낸 군사 전문 역사학자다.
책의 목차를 보아하니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북한을 따로 챕터로 두고 있어서 이목을 끈다.
러시아, 중국, 남아시아, 중동, 이란, 북한까지 미국과 힘 겨루기를 하는 모든 나라들이 담겨있다고 보면 되겠다.

2.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


이 책은 제주4.3평화문학상 8회 논픽션 수상작으로
보광동의 한국전쟁 이후 기억을 담은 르포르타주를 담고 있다.
보광동의 많은 이들이 떠나갔지만 그곳에 남은 토박이 어르신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르신들의 증언과 용산 미군 기지를 등진 곳에서 살아야 했던 많은 이들을 보듬은 기록들이 담겼다.
보광동은 용산 일대에 일제가 일본군 기지를 짓고 마을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비극의 역사의 공간이 되버린다.
차별의 공간이 된 이곳과 그곳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을지 궁금해져서 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만 짐작할 뿐이다.

3.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평소 과학은 관심이 없고 과학 관련 서적은 어려워서 잘 안 읽는다.
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은 워낙 유명하기에 눈길이 갔고 아인슈타인과 냉장고가 무슨 관련이 있지 호기심이 일어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아인슈타인이 냉장고 사업을 했단다. 지금의 프레온 냉매가 아닌 메탄올로 냉매를 만들었다는데. 이게 상용화가 됐다면 지구 파괴 속도가 좀 더뎌졌을까.
저자는 열역학 과학자들의 삶을 돌아보며 열역학이 세상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들을 소개하였다.
아인슈타인의 냉장고의 이야기처럼 나처럼 과학에 관심이 없고 어려운 사람들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열 운동, 엔트로피 등 물리학의 핵심개념들이 담겨져 있어 책을 읽으면 물리학의 다른 책들도 읽을 용기가 나지 않을까.

4. 미국인 이야기


이 책은 옥스퍼드 미국사 시리즈로 나왔다.
옥스퍼드 미국사 시리즈는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 역사를 알기 쉽게 이야기체로 소개하고있다.
미국 독립 전쟁부터 현대 미국 역사 전반을 다루는데
1권부터 3권까지는 미국 독립 혁명기의 역사로 미국이라는 국가가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이야기체로 그려내 흥미를 자아낸다.
여러 매체에서 이미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 등의 책과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이 시리즈는 총 12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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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1-28 12: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들리는 소식들은 죄다 암울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북플에 들어오면 제가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어 좋아요^^
미국인 이야기, 찜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1-28 13:06   좋아요 3 | URL
네. 북플 들어오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긴 합니다...^^; 덕분에 사고 싶은 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ㅋㅋ 미국인 이야기 저도 조만간 구매하려고요. 설 연휴 무탈하게 즐겁게 보내세요!

stella.K 2022-01-28 13: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저 미국민인 이야기 벽돌책인데요?
12권까지 모으시려면 돈 많이 버셔야겠어요.ㅋㅋ

거리의화가 2022-01-28 14:14   좋아요 3 | URL
ㅎㅎ 벽돌책은 익숙한 편입니다^^; 책값은 늘 언제나 많이 들어가고요. 옆지기가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네요...ㅋㅋ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출하는 것들 중 책값이 가장 덜 아까운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1-28 1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국인 이야기 관심갖고 보다가 12권이라는 말에 살포시 접습니다. ㅎㅎ 이거 다 보려면 얼마나 많은 읽고싶은 다른 책을 포기해야할까싶어서요. 그러니까 제 미국에 대한 관심이 12권만큼은 안된다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1-28 15:46   좋아요 3 | URL
이제 3권 나왔으니 야금야금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읽는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니 충분히 드실 수 있는 생각이죠^^ㅋ

mini74 2022-01-28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미국인 이야기애 관심이 ㅠㅠ 12권이라니 ㅎㅎ 그저 윳지요. 정말 이 암담한 시기가 지나가고 그 끝에 빛이 좀 있길 바라봅니다. ㅠ

거리의화가 2022-01-28 19:09   좋아요 1 | URL
미국이 우리나라와 관련이 깊으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공부하면 할수록 공부거리가 늘어요ㅎㅎ 이래저래 우울한 시기이지만 빛을 기다려봐야죠 미니님 명절 즐겁게 잘보내세요!
 

베버에게 정치의 가치는 집단의 욕구를 고심하거나 집단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있지 않다. 국가에는 그런 경제 사회 문제보다 훨씬 더 크고 가치 있는 잠재력과 목적이 있었다. 그에게는 근대적 국가 이성이 국민국가의 명망이자 영광이었다.

그는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의 논란과 마르크스주의 연구를 통해 19세기 사회주의자들의 성패가 달린 다른 가치와 정치적 주장이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생산을 사적 통제에서 국가 통제로 전환하는 것이 과학적 사회주의의 최종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베버는 고집스럽게 ‘사회주의 기획’을 이런 볼품없는 옷가지로 묘사했다.

매우 일반적인 의미에서 지배는 사회적 행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무정형의 사회적 행위에서 합리적 연합이 출현하는 것은 지배 때문이자 그 지배를 행사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지배의 구조와 전개는 사회적 행위의 방식과 목표를 향한 방향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베버에게 정치의 본질은 조직된 지배의 목적을 위해 쓰일 권력이다.

"‘민족’은 보통 그 집단의 특성을 배양해야만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 가치의 우월성 또는 적어도 대체 불가능성 때문에 중요하다." 따라서 베버는 정치권력이 있는 이들이 ‘민족 관념’을 고취하는 한편 문화 지도자(지식인)들은 반드시 ‘민족 관념’을 환기하고 고취해야 한다고 이어 말한다.

정치적 삶의 자율성에 대한 베버의 관심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예는 그가 이상적 정치가의 특징으로 꼽은 내용에 있다. 정치에 ‘의지해’ 살아가기보다 정치를 ‘위해’ 살아갈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베버의 청원은 이중적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진정 정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내적 의미에서 자신의 삶’인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정치를 만들어갈 것이다. 둘째, 재정적 수단이 충분해서 정치적 지위에서 얻는 보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다음으로 베버는 다음 내용을 인정한다. 정치가가 ‘정치로 벌 수 있는 수입에 경제적으로 독립적’이고 ‘경제적으로 일할 필요가 없는’ 존재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 즉 ‘완전한 불로소득자’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정치에서의 금권 선거와 금리 생활자 부유한 변호사로 이루어진 정부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사유재산 없는 대중은 비록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거친 투쟁을 벌이지만, 그런 걱정에서 자유로운 자산가의 ‘더 차가운 머리’에 비해 정치에서 일련의 감성적 동기, 감정적 특성에서 나오는 충동과 순간적인 인상에 휩쓸리기가 훨씬 쉽다. 베버에게 경제와 정치 조직은 별개고 그래야만 한다. 정치의 관심사는 삶과 생계의 관심사와 다르고, 이러한 사안들이 국가 권력과 관련되지 않은 국가적 관심을 얻게 되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다. 경제적 삶은 오직 국가에 권한을 주는 역할을 할 때만 정치적이다. 국가의 관점에서 경제는 목적이 아닌 도구인 것이다. 단순한 생존은 선한 삶, 힘의 정치를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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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마키아벨리의 사상에서 도출된 주제들을 근대에 맞게 구현해 표현했다.

정치 권위의 토대와 정치권력의 행사는 모두 폭력과 연관되지만 뿌리와 특성이 서로 다르다. 정치 지배(폭력의 독점에 뿌리를 둔 권력)는 약탈적 습격에서 기원한다면, 정치 권위는 가정 관계에서 기원한다.

프로이트주의와 신프로이트주의의 목소리가 강하게 스며들던 시대와 환경에서 살아간 베버는, 프로이트의 ‘과학’에 비판적이었으며 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그는 종종 프로이트의 개념들을 써 가며 개인, 관계, 사회현상을 숙고했다.

베버는 영구적인 심리적 위기에 빠져, 순전히 의지로 어둠에 맞서 싸운 남성이다. 그의 시대와 문화 역시 내부의 위기는 물론이고 전통의 무게 때문에 산산이 부서져 떨어지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겹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여기에서 나는, 베버의 경우를 포함해 이런 위기가 근대성의 시기에 나타나는 남성됨 자체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베버는 이 위기를 포착해 자신의 주제로 다루는 한편 그 자신이 이 위기를 보여준다.

정치는 전쟁에서 탄생하지만, 정치와 인간이 전쟁마능로는 살아갈 수 없다. 정치 연합이 지속적인 토대 위에 존재하려면 일상적 삶에 뿌리내려야 하는 것이다.

"엄숙하게 약속받은 충성으로 맺어진 자유로운 동지애"야말로 남성의 집을 조직하는 원칙이다. 반면에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권위주의적 관계"는 가정관계에서 파생된다. 일상을 외부 공격에서 지켜 내야 할 때, 그 일상의 조직과 수행에 더 도움이 되는 후자가 좀 더 포괄적인 원칙이다. 그러나 합법성의 토대는 다른 남성에게 대항하는 남성의 방어 능력 또는 보호 능력에만 있다.

정치 권위의 토대와 정치권력의 행사는 모두 폭력과 연관되지만, 그 뿌리와 특성이 뚜렷하게 다르다. 정치 지배, 즉 폭력의 독점에 뿌리를 둔 권력은 남성의 집이 행하는 약탈적 습격에 기원한다면, 정치 권위는 가정 관계에서 기원한다.

전적으로 남자다움으로 정의되고 남자다움과 동일시되는 단체의 조직된 폭력은 정치 행위와 지배의 첫 번째 형태였다. 그러나 이 단체는 착취의 대상이 되는 공동체에 기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정치적 적법성이나 신념 체제와 함께하는 진정한 정치적 권위를 확립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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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불가리아 정부는 상업적 벌목을 합법화하고 공원 경계 안쪽에 스키 리조트 개발을 허가했다. 2018년, 생태계를 위협하는 이 조치에 반대하며 수천 명의 국내외 환경 운동가가 항의 운동을 벌였지만 이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결의안은 지금까지도 합의되지 않았다.

여름에 북대서양 제트기류는 평균 북위 약 52도, 스코틀랜드의 북쪽에서 동쪽을 향해 흐른다. 제트기류는 북쪽의 차가운 북극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아열대 공기를 가르는 경계를 형성하면서 유럽의 여름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러나 2012년 여름처럼 북대서양 제트기류가 평소보다 남하하면 차가운 북극 공기가 유럽 북부까지 내려온다. 동시에 아열대 공기는 발칸반도 상공에 집중되어 폭염을 일으킨다.

지난 40년 동안 열대의 공기가 점점 높은 위도에서 가라앉으면서 이 열대 벨트가 넓어졌다. 이러한 열대 허리선의 팽창은 그 바로 너머에 있는 아열대 지방의 수문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열대 벨트의 건조한 가장자리가 극 쪽으로 올라가면서, 과거에는 영향권에 바로 인접해 있던 아열대 지역과 반건조 지역이 이제는 영향권 한가운데에서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그 결과는 가뭄이다.

북위 35~45도 지역의 기후는 열대 벨트 가장자리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왔다. 열대 가장자리가 평소보다 높은 위도로 올라가면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이 들고, 다른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증가한다. 열대 가장자리가 평소보다 남쪽에 위치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엘니뇨 해 다음에는 보통 라니냐 해가 뒤따르는데 이때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서쪽으로 부는 바람이 평년보다 강해지면서 따뜻한 바닷물은 물론이고 거기에 동반한 구름과 비가 태평양 서쪽까지 이동해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근처까지 도달한다. 그 결과 라니냐 해에는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 홍수가 일어나지만 남아메리카에는 가뭄이 발생한다.

미국 서부의 건조한 저지대 및 중지대 산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은 강도가 낮은 지표화로 구성된다. 이것은 불이 나무줄기에 남긴 흉터를 보고 알 수 있다. 지표화는 전형적으로 바닥을 타고 번지며 숲의 상층부인 수관까지는 도달하지 않는다. 하층부에서 풀, 관목, 묘목, 새싹 등을 태우지만 크고 성숙한 나무들에는 흉터 외에는 대체로 큰 해를 주지 않는다. 사실 나이 든 나무들은 지표화 발생 이후 더 잘 자라는데 물과 영양분을 두고 벌여야 하는 경쟁이 제거되고 산불 연료 사다리, 즉 불이 숲 바닥에서 상층부까지 타고 올라가게 만드는 하층부 식생의 발달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불이 상층부까지 번지면 큰 나무들에게도 파괴적이다.

점점 산불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따뜻해진 기온, 그리고 가뭄 증가와 맞물려 있다. 온난화로 인해 눈이 일찍 녹으면 산불은 늘어난다. 또한 온난화는 더 뜨거운 가뭄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러 인해 산불 연료가 더 쉽게 탄다.

우리가 무한정 생산하고 소비하는 플라스틱 생수병과 ‘플라스틱으로 된 가짜나무’들은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구역에 모인다. 게다가 플라스틱괴라는 형태를 띠기도 하는데 이것은 녹은 플라스틱, 모래, 현무암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형태의 암석이다. 만약 인간이 오늘 당장 지구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가 지구의 대기권, 생물권, 수권, 지권에 만든 변화는 수천 년이 지나도 감지될 것이다.

인류세의 시작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때부터 핵폭탄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나이테나 호수 퇴적물과 같은 생물학적이고 지질학적인 기록 보관소에 영구적이며 추적 가능한 방사성 표시를 남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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