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에게 정치의 가치는 집단의 욕구를 고심하거나 집단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있지 않다. 국가에는 그런 경제 사회 문제보다 훨씬 더 크고 가치 있는 잠재력과 목적이 있었다. 그에게는 근대적 국가 이성이 국민국가의 명망이자 영광이었다.

그는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의 논란과 마르크스주의 연구를 통해 19세기 사회주의자들의 성패가 달린 다른 가치와 정치적 주장이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생산을 사적 통제에서 국가 통제로 전환하는 것이 과학적 사회주의의 최종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베버는 고집스럽게 ‘사회주의 기획’을 이런 볼품없는 옷가지로 묘사했다.

매우 일반적인 의미에서 지배는 사회적 행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무정형의 사회적 행위에서 합리적 연합이 출현하는 것은 지배 때문이자 그 지배를 행사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지배의 구조와 전개는 사회적 행위의 방식과 목표를 향한 방향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베버에게 정치의 본질은 조직된 지배의 목적을 위해 쓰일 권력이다.

"‘민족’은 보통 그 집단의 특성을 배양해야만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 가치의 우월성 또는 적어도 대체 불가능성 때문에 중요하다." 따라서 베버는 정치권력이 있는 이들이 ‘민족 관념’을 고취하는 한편 문화 지도자(지식인)들은 반드시 ‘민족 관념’을 환기하고 고취해야 한다고 이어 말한다.

정치적 삶의 자율성에 대한 베버의 관심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예는 그가 이상적 정치가의 특징으로 꼽은 내용에 있다. 정치에 ‘의지해’ 살아가기보다 정치를 ‘위해’ 살아갈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베버의 청원은 이중적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진정 정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내적 의미에서 자신의 삶’인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정치를 만들어갈 것이다. 둘째, 재정적 수단이 충분해서 정치적 지위에서 얻는 보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다음으로 베버는 다음 내용을 인정한다. 정치가가 ‘정치로 벌 수 있는 수입에 경제적으로 독립적’이고 ‘경제적으로 일할 필요가 없는’ 존재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 즉 ‘완전한 불로소득자’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정치에서의 금권 선거와 금리 생활자 부유한 변호사로 이루어진 정부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사유재산 없는 대중은 비록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거친 투쟁을 벌이지만, 그런 걱정에서 자유로운 자산가의 ‘더 차가운 머리’에 비해 정치에서 일련의 감성적 동기, 감정적 특성에서 나오는 충동과 순간적인 인상에 휩쓸리기가 훨씬 쉽다. 베버에게 경제와 정치 조직은 별개고 그래야만 한다. 정치의 관심사는 삶과 생계의 관심사와 다르고, 이러한 사안들이 국가 권력과 관련되지 않은 국가적 관심을 얻게 되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다. 경제적 삶은 오직 국가에 권한을 주는 역할을 할 때만 정치적이다. 국가의 관점에서 경제는 목적이 아닌 도구인 것이다. 단순한 생존은 선한 삶, 힘의 정치를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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