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산문 속에서 입 다물기

<노생거 사원>에 대한 이야기

제인 오스틴 작품 중 최근에 읽은 것은 <이성과 감성>, <맨스필드 파크>, <노생거 사원>이었다. <오만과 편견>은 오래 전에 읽었고.
그녀의 작품들 중에는 스토리의 탄탄함으로서는 <맨스필드 파크>나 <오만과 편견>을 골라야 겠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작품은 <노생거 사원>이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오스틴의 자기 의식이 가장 돋보이는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그 부분은 내가 오스틴의 자기 의식을 뭐라 정의내리기 어려워서 넘어가야 할 것 같고 개인적으로 일단 다른 장편 소설들과 확연히 느낌이 달랐다.
노생거 사원의 방문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르지만 노생거 사원을 방문하기 전 이미 충분히 어떤 일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장치들이 숨어 있어 그런 것들을 찾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또 소설에 대한 토론이나 역사적 의식, 남성 권위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속이 시원했다.

『노생거 사원(1818)은 교양소설과 해학극이라는 두 장르의틀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면서 오스틴이 암호화, 숨기기, 의중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에 그토록 매혹당한 한 가지 이유를공한다. 『노생거 사원』은 겉으로 보면 재미있고 거슬리지 않지만 결국 오스틴의 시대에는 적절하지도 않고 허용되지도 않았던 가부장제에 대한 고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초기 작품이(생전에는 이 작품을 출판해줄 출판사를 찾을 수 없었기에) 오 - P266

스틴 사후에 출간되었을 때 비평가들은 가부장에 대한 가혹한묘사 때문에 아주 불편해했다. - P267

여자 주인공들은 인간처럼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괴물처럼 만들어지는듯 보인다. 또한 그들은 괴물처럼 자기 파괴의 길로 가는 운명을 짊어진 듯하다. 따라서 『노생거 사원』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찾는 한 소녀가 자신이 자신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괴물 같 - P268

은 허구의 덫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정확하게 묘사해나간다. - P269

오스틴은 소설이 신분을 박탈당한 장르임을 암시한다. 소설은 신분을 박탈당한 젠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소설을 열등한 문학으로 간주하는데, 소설이 이미 여성 작가와 빠르게 확산되는 여성 독자의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 - P272

다. 우리는 소설이 캐서린을 잘못 교육하는 양상을 반복해서 보게 된다. 즉 소설은 부풀려지고 과장된 상투어로 말하도록 캐서린을 가르치고,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동기가 훨씬 복잡한 사람들에게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만큼 악하거나 선한 행동을 기대하게 만들며, 캐서린으로 하여금 동시대인의 세속적인 이기심을 판단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오스틴은 소설가들이 ‘상처받은 집단‘이었음을 선언하고, ‘오만, 무지, 유행‘ [1부 5장] 같은말로 부당하게 비난받아온 작가라는 종을 명백하게 옹호해나간다. - P273

오스틴은 생애 후기에 존엄한 코부르 집안의 역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오스틴은 역사적 ‘실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거부하고, 자신은 서사시를 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역사적 로맨스도 쓸 수 없다고 선언했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이나 사람들을 편하게 조롱하지 못하는 소설을 계속해서 써야 한다면, 첫 장을 끝내기도 전에 틀림없이 나가떨어질 거예요. - P275

역사상 남자의 정치적 경제적 활동을 무시하면서 오스틴은역사란 남성의 가식으로 구성된 한결같은 드라마인 동시에 고딕적인 로맨스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허구(그것도 매우 해로울수 있는 허구)일 뿐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여성이 역사에참여할 수도 없고 역사의 장에 거의 완전히 부재해왔기 때문에, 이 역사라는 허구는 결국 여자에게 무관심한 문제일 뿐임을 오스틴은 암시하고 있다.

오스틴은 자신이 풍자하는 고딕적 관습을 거부하기보다 그것에 권위를 다시 부여하기 위해 여성적 고닥을 매우 분명하게 비판한다. - P277

오스틴은 여성의 상처받기 쉬운 속성을 묘사하는 로맨스 작가들이 틀렸다기보다는 단순했다고 넌지시 내비친다. 그녀 스스로 고백한 무지 또는 실제 무지에도 불구하고, 오스틴은 이국적이고 멀리 떨어진 고딕적 장소의 악한을 당대 영국에 훌륭하게 재배치해냈다. - P279

오스틴은 자신의 모든 소설에서 재정 압박 때문에 결혼할 수밖에없는 여성의 무력함, 불공평한 상속법, 공식적인 교육을 받지못한 여성들의 무지, 상속녀 과부의 심리적인 취약성, 이용당하는 독신녀의 의존 상태, 몰두할 일이 없는 여성의 권태를 탐색한다. - P280

여자 주인공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허구에 부자연스럽지만 복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여자 주인공이 되는 소녀는 미치지는 않더라도 병들 것이라고 오스틴은 암시한다. - P287

메리 셸리의 괴물처럼 캐서린은 마침내 누군가가 만들어낸 창조물로, 즉 마음에 들지 않은 플롯 안에 갇혀 있는 인물로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메리 셸리의 괴물처럼 캐서린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기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캐서린의 좌절은 부분적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굶주리고 고통받는 틸니 부인에게반영되어 있다. 자신이 이 여성 수인을 해방시켜준다는 것도 망상의 일부분일 뿐이다. - P288

오스틴의 초기 패러디물은 모두 독자들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에게 과중하게 의존함으로써 그녀의 후기 소설에 나타나는 여성의 상상력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시사한다. 해럴드블룸은 (자신을 여성으로, 그리하여 이류로 정의한 것과 불가분하게 관련되어 있는 말)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말했지만 오스틴이 자신의 의식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준 작품은 『노생거사원』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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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9 2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생거사원 좀 어슬퍼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별로였는데, 제인 오스틴의 자기의식이 돋보인다는 평가는 잘 모르겟네요. 제가 똑바로 안 읽어서 그럴까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11-10 09:26   좋아요 2 | URL
저는 어설퍼서 더 신선했던 것 같아요^^; 기존의 오스틴 소설들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들이었거든요. 그리고 자기의식 평가는 저도 오스틴의 자기의식이라는 것 자체가 난해해서요ㅎㅎㅎ 그리고 저도 작가가 저렇게까지 분석을 하는데 저는 그렇게까지는 해야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 부분도 있어요^^;

다락방 2022-11-10 0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생거 사원을 읽은지 오래되어 내용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제인 오스틴의 자기 의식‘이라 하니 퍼뜩 책에 대해 등장인물이 주장을 펼치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아니, 다른 분들 다 읽고 계시는데.. 저는 어쩌죠?

저는 오늘 실낙원 읽으려고 꺼내왔다가 야.. 이거 못읽겠다 싶어서 한 열 장 읽고 덮었습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10 09:28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이 책에서 노생거 사원에 대한 이야기의 분량이 제법 길더군요^^ 읽어두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오스틴의 자기의식은 아직 와닿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저 몇개의 소설을 읽은 것만으로 오스틴 소설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일뿐이라서요.

실낙원 저도 구매는 해두었는데 읽을 시간이 없네요ㅎㅎㅎ 다락방님이 덮으셨다는 건 왜일까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scott 2022-11-10 16: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생거 사원이 오스틴 작품 중 의외로 재밌고
나머지 주요 작품들 중심이 결혼과 사랑 그리고 돈, 재산 문제여서 ㅎㅎ

학계에서는 <이성과 감성>을 최고작으로
문학인들은 <엠마>,
나보코프는 <맨스필드 파크>

그리고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 마지막 작품인 <설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10 17:38   좋아요 3 | URL
저도 노생거 사원이 그래서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엠마랑 설득은 아직 읽지를 못해서 평가가 어렵습니다만 설득이 마지막 작품이니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예상은 해봅니다^^

레삭매냐 2022-11-10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의 소설 6편 중
에 만난 건 <설득> 꼴랑 하나
네요.

예전에 일본 여행 가서 그 책
을 들고 다니면서 읽을 것으로.

<오만과 편견>이랑 다른 책도
수배해 두긴 했는데...

거리의화가 2022-11-10 17:43   좋아요 2 | URL
매냐님 저는 설득하고 엠마만 못 읽었어요. 사실 문학소설은 잠시 그만 읽고 다른 책들을 읽고 싶어서 쉬는 중입니다ㅎㅎ 저는 결혼과 남편감 찾는 이야기가 지루해서 이입하기가 어렵더라구요ㅠ

mini74 2022-11-14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적엔 그냥저냥 재미나고 말 많고 귀에서 피나게 만드는 연애소설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다미여 읽으면서 오스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거 같아요.. 노생거 사원 저도 읽어야 하는데...

거리의화가 2022-11-14 17: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저는 연애소설을 진짜 간지럽기도 하고 그래서 외면했거든요. 그래서 제인 오스틴에 대한 편견이 좀 심했는데 이번에 여러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편견에서 좀 벗어날 수 있게된 것 같습니다. 노생거 사원 저는 재밌었어요ㅎㅎ

독서괭 2022-11-18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저 4장 읽다보니 <노생거 사원> 미리 안 읽은 게 몹시 후회가 됩니다ㅠㅠ 12월에라도 구매해서 읽어야봐야겠어요. <빌레뜨> 사놔서 읽어야하는데 말이예요..!!

거리의화가 2022-11-20 19:18   좋아요 1 | URL
저는 오스틴은 일단 올해까지 <설득>만 읽어볼까 싶은데 소설은 잠시 쉬고 싶어서... 손놓고 있습니다. 3부 앞에서 멈춰서있는데 하필 밀턴이라 <실낙원> 잠시 읽어보니 역시 제 스타일이 아니네요ㅋㅋㅋ 아무래도 이건 도전못할 것 같아요. <노생거 사원>은 다미여에서 분량도 제법 되고 막상 읽어보니 재밌게 읽었었거든요. 아마 괭님도 나중에라도 읽으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