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졸속 진행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는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는커녕 불법시위는 엄단할 것이라며
강경대처방안만 앵무새처럼 외고 있다. 그리고 오늘 실행에 옮겼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는 접은 지 이미 오래지만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황우석 박사에 대해 보여준 끈질긴 기대와 미련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교육과 문화를 몽땅 미국에 내맡기는 꼴이나 다름없는 것을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이라느니 뭐라느니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도 그렇고
그가 평소 '지식' 혹은 '학벌' 쪽에 엄청난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갑자기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이다.
오래 전 그에게 매료되었던 것이 가난한 농가 출신의 상고 졸업자로 독학으로
자신의 꿈(변호사)을 이루고, 거기다 뒤늦게 사회 현실에도 눈을 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균형감각과 용기와 실력을 갖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우리나라의 장래가 밝다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기뻐하며 축배를 들었다.
황우석 박사에 대해 그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지지와 신뢰를, 그를 사랑하여 어려운 형편에도
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그에게 전달했던 국민들에게 돌릴 수는 없을까?
나만 해도 그럴 형편이 도무지 아니었던 때 은행으로 달려가 매달 얼마를 후원금으로
자동이체시켰다. 아까워라, 그 돈!
MBC PD수첩에 의해 모든 것이 황우석의 거짓말로 드러났을 때도 노 대통령은
방송이 해도 너무한다며 이쯤해서 그만 덮어두자고 말했다.
자신이 점찍은 한 과학자를 무조건적으로 칭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몇 년 동안 황우석의 손바닥에서 놀아났다.
그리고 모든 우려가 사실로 밝혀졌을 때 우리 국민은 한동안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졌다.
최고의 원인 제공자인 대통령은 그래놓고도 그 부분에 대해 아직
한 마디의 공식적인 사과도 없다.
사람에 대한 신뢰나 우직함인 줄 알았던 그의 덕목이 알고봤더니
겉으로 드러난 학벌이나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 그리고 똥고집으로 드러났다.
상고 졸업생으로 학벌이 판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 것이 그의 자부심이며
학생들을 골고루 보호하는 올바른 교육정책으로 자동 연결될 줄 알았더니
입만 열면 인재가 필요하다며 부자들이 바라마지 않는 교육정책을 획책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번 한미 FTA의 지식서비스 산업 육성이란 부분도 그런 것과 맞닿아 있지 않나?
얼마 전 읽은, 다소 호감을 품고 있던 한 퇴직 노정치인의 책을 읽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어느 정치인을 일러 서울대 출신이 아니어서 안된다는 말이 버젓이 나오질 않나,
우리 사회가 그 정도였구나.
꽤나 양식 있는 서민풍의 정치인인 줄 알았더니 그가 이럴진대, 하는 비탄이 절로!
내가 생각할 땐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것 같은 실수나 오판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고,
잃어버린 신뢰나 인기 그런 걸 좀 만회해 보려는 몸부림인지는 몰라도
엉뚱한 데 욕심을 부리며 그것이 확고한 소신임을 계속 내세운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고, 대통령으로 뽑아준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그는 아무래도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다.
이 태풍 속에 우비를 입고 모여 한미 FTA 중단을 외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의문을 몇 자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