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가장 화려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연예인들이다.
예룬 크라베 씨는 네덜란드의 연예인 중에서 외국에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다.
<도망자><노 머시> 등의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면서 악역 배우로
명성을 쌓았기 때문이다.
영화 출연료로만 일 년에 수백만 달러씩 버는 예룬 크라베 씨의 집은
암스테르담의 평범한 주택가에 있다.
집안 내부도 특별할 것은 없다.
닳아버린 마루바닥에 오래돼서 낡은 가구들, 그는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주변의 이웃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외국에서 거둔 성공을 여기서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정도로 이야기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과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부나 재능을 과시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저는 그런 점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생을 제대로 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영화 속의 스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집에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진짜 인생이죠.
예룬 크라베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연예인들은 다 비슷하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접을 기대하거나 유별난 행동을 하면,
곧 대중의 사랑으로부터 멀어진다.
거리에 나가도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표시 정도는 해도 사인을 해 달라든가,
사진 찍자고 달려드는 사람들은 없다.
--처음 LA에 갔을 때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에 너무 놀랐습니다.
저를 마치 왕족처럼 대접하더군요. 무엇이든 해주려고 하고, 리무진을 태우고,
레스토랑에 가면 가장 좋은 자리를 주는 그런 식입니다.
네덜란드에서 그렇게 행동하면 저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며 이 나라에서 쫓아낼 것입니다.
거리 연예인들조차 특별히 대접해 주기를 거부하는 것.
그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평등의식 때문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보다 잘났다고 해서 우러러 보지도 않고,
자기보다 못났다고 해서 업신여기지도 않는다.
(2003년 KBS TV 일요스페셜 '네덜란드의 기적' 1부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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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들어오니 왠일인지 낸시랭과 유밀레에 대한 페이퍼가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인다.
가진 실력과 재능을 뻥튀기하여 명성과 부를 거머쥐고 잘사는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면
못 가진 자의 비틀린 열등감으로 보일 터이니 그것도 재미없는 일이고,
3년 전 텔레비전에서 아주 인상깊게 보고 수첩에 메모해둔 네덜란드의 배우
예벤 크라베 씨의 인터뷰가 생각나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국민소득 2만 5천 불의 나라 네덜란드, 높은 경제성장과 빈부의 격차를 최대한 줄여
사회적 평등을 달성, 세계 각국에서 '제3의 길' 을 제시한 모델 국가로 칭송받고 있다.
마약, 매춘, 안락사도 합법적이고 동성간의 결혼과 그들에게 아이 입양권도 허용되어 있는 나라.
지난 16년간의 정치권 최대추문이, 페퍼 전 내무장관의 4백만 원 판공비 남용 사건.
그는 그 일로 장관직을 사임해야 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조그만 사무실에서 보좌관 한 명과
방을 딱 이등분하여 사이좋게 근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사 달린 승용차를 모는 의원이 한 명도 없는 나라.
그때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얼마나 속시원하고 부러웠는지
우리나라 기업주나 국회의원, 몸값 부풀리기에 여념없는 연예인들이
단체로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덜란드의 왕궁조차 보통사람들이 사는 집보다 조금 컸다.
빈부격차 해소나 인간의 평등 실현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로 보이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경우를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