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마음대로 할 거야! ㅣ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2
마띠유 드 로비에 지음, 까뜨린느 프로또 그림, 김태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집 아홉 살 딸아이가 한사코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있다.
2년째 한 갈래로 질끈 묶는 헤어 스타일 고수와, 치마 절대 안 입기,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오는 학습지 젊은 남자 선생님께 반말하는 것.
아이가 낯을 많이 가려서 어른이 묻는 말에 입을 떼 제대로 대답만 해도 다행이다 했더니,
학습지 선생님에게는 그것이 나름의 애정 표현인지 무조건 반말이다.
어른에게 왜 반말을 하느냐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만의 원칙이라는 것이 마음속에 저절로 생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왜 이렇게 하면 안 돼?"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른이야말로 원칙 같은 게 좀 확고하게 있어서 아이가 물어올 때마다 자신있게
대답해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나 역시 그렇지 못하다.
"넌 왜 항상 그 머리만 고집해? 어느 날은 짧게 단발도 하고 땋기도 하고 그러면 예쁘잖아?"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이의 입에서는,
"그러면서 엄마는 왜 항상 그 머리야?"
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치마 문제도 마찬가지. 엄마가 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해 보여주지 않는 한,
아이를 100프로 설득할 순 없을 것 같다.
-- 늘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 순 없어요.
그것이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학교" 두 번째 권인 이 책의 큰 주제이다.
지금이야 나도 아이가 친구와 놀다가 사소한 잘못을 달려와 고자질해 바치면
그러면 안된다고 점잖게 말한다.
하지만 간혹 텔레비전에서 왕따나 친구들의 폭력으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흐느끼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하면서......
"친구가 이유없이 때리거나 괴롭히면 숨기지 말고 엄마에게 이야기 해 줘야 해!"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 그런 당부를 해야 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내 마음대로 할 거야>는 가스똥이라는 꼬마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따라가며
코믹한 그림과 함께 어떤 주제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왜 어른들은 항상 이래라 저래라 해요?
어서 가서 자라는 엄마의 말에 아빠의 손에 끌려가며 가스똥이 묻는다.
아빠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아빠 엄마 같은 어른들은 너희보다 오래 살았고, 그만큼 세상에 대해 잘 아니까.
아빠랑 엄마가 너희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건
너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거야.
아이의 모든 질문에 나의 대답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부모로서 미처 모르고 있던 현명한 대답이나 대화의 기술을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솔직한 자세로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라는 것이다.
아이가 재미있게 읽는 것도 읽는 거지만, 다정하고 코믹한 일러스트에
한 장면 한 장면의 내용이 꽤나 구체적이어서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쩔쩔매는
예비, 혹은 초보 학부모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