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하룻밤의 만찬 ㅣ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데이비드 그레고리 지음, 서소울 옮김 / 김영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집 모녀 3인에게는 아무리 화가 나도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었다.
중학교 교사인 여동생에게는, "도덕 선생이 돼갖고 자알한다!"
교회 권사인 엄마에게는, '교회 권사님이면서......"
책벌레였던(그 당시만 해도) 나에게는, "책을 아무리 많이 읽으면 뭐 하나!(인간이 그 모양인데)!"
그런데 어느 날인가 우리 집 여자들은 무슨 언쟁 끝에 너무나 흥분하여 앞뒤 분간 못하고
그 말을 입에 올리고 말았다.
그 후 며칠간인가 말도 안하고 지냈으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으리라.
카피라이터 이만재의 <막 쪄낸 찐빵>인가 하는 제목의 신앙 수필집을 재밌게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도 그때처럼 제목의 참신함에 끌려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다.
그런데 이 책은 훨씬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내와의 관계도 별로이고, 회사에서도 모종의 위기에 처한 중년의 샐러리맨 닉은 어느 날
나사렛 예수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는다.
장소는 시내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닉은 그날 밤 나갈 형편이 도저히 안되는데, 익살꾼 친구가 또 무슨 장난을 준비하였나 하여,
그곳으로 가본다.
(사실은 집에 일찍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중년남자들처럼.)
닉은 교회에서 하는 모든 전도행사에 눈살을 찌푸리는 유형의 인간이다.
그러니 예수라고 '사칭'하는 남자가 눈앞에 앉았는데, 방긋방긋 웃으며 대화에 응할 리가 없다.
애피타이저부터 시작해 샐러드, 메인코스, 디저트, 커피라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순서대로
그들은 신앙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참신한 형식이다. 아주 자연스럽다.
닉은 대화중 이렇게 이기죽거린다.
"솔직히 말해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자기를 그냥 덮어놓고 믿어달라는 거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90쪽)
닉의 심술과 짜증에도 흥분하는 기색 없이 예수는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그런데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쏙쏙 들어온다.
내가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로 그의 앞에 앉아 있는 것만 같다.
"닉. 사는 게 지겹고 재미없죠? 겨우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니었어요"(131쪽)
사실 닉의 불만과 의문은 바로 내 마음속의 불만과 의문에 다름 아니다.
'왜 예수는 이 엉망진창인 세상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느냐? 그게 진정 당신 뜻이냐?'
이 상처투성이 세상에서 하나님이 기꺼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예수는 말해 주지만
그건 이해할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납득이 쉽지 않다.
인간의 선행으로는 구원받지 못한다는 말도 그렇다.
선행이 전부는 아니지만 나는 그것이 아무 소용없다는 말에는 발끈한다.
나야 어차피 선행과는 아무 관계 없는 인간이지만, 좀더 착하고 올바른 사람들,
좀더 선한 일을 많이 한 사람들이 이 지상에서 외롭지 않고 대우를 좀 받았으면 좋겠다.
천국은 나중 문제고......
어쩌면 예수는 어느 날, 나에게도 저녁 초대장을 보내주실지 모르겠다.
닉처럼 나도 요즘 아주 힘들고 외롭거든요.
마음속에 의문이 많아요, 예수님, 듣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