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난 놈(?)이라도 결국은 남자(!)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대수가 쓴 <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즈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을 읽으면서도 여지없이 든 생각이다.
연예인들이 낸 책 중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 두 권을 꼽으라면 한대수의 <물 좀 주소. 목마르요>와 이장호 감독의 친필글씨 일기장 <나는 고백한다> 이다. 난 이렇게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재능있는 인간들을 보지 못했다. 일단 책으로 자신을 표현한 사람들 중에서는......
옛날 옛날 부산 남포동을 얼큰하게 술이 취해 지나다가 내 발길을 묶었던 노래가 있다. 큰길 가 레코드가게에서 흘러나온 존 바에즈의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피닉스 호텔 옆, 나는 그 레코드 가게 진열장 모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또 한 곡은 어느 가을날 식빵을 사러 동네 빵집에 가다 듣고 붙박혔던 노래 심수봉의 '날이 갈수록'.
그런데 존 바에즈와 밥 딜런이 한때 연인 관계였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이 정도면 세기의 만남이 아닌가! 그런데 밥 딜런은 존 바에즈를 외면하고 플레이보이 클럽에서 버니로 일하고 있던 여인 세라 로운즈에게 반해 그녀와 전격적으로 결혼한다.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아무튼 나는 존 바에즈의 심정으로 밥 딜런의 새로운 연애를 보았다. 세라는 그의 첫 아내. 아이를 다섯이나 낳고 잘 살던 이 부부, 밥 딜런은 결국 자신의 바람기로 인해 기나긴 법정 싸움 끝에 아내와 아이들, 재산을 거의 잃는데......
영원한 관계, 절대적인 관계는 없는 것일까? 존 바에즈와 밥 딜런의 깨어진 관계가 이상하게 오늘 내 마음을 묵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