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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fast On Pluto (플루토에서 아침을)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워너뮤직(WEA)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극장 문을 나서서 서점에 들러 신간들을 구경하고 버스를 기다리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빼드는 순간에도 내 귀에는 음악이 흘렀다.
제목을 모르는 노래도 있었지만 대부분 귀에 익숙한 노래였다.
오랜만에 들은 모리스 앨버트의 'Feelings'는 마을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귓속을 맴돌았다.
몇 주 동안 계속.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성당의 첨탑 위에서, 지붕 위에서, 창틀에서, 울새인지 박새인지 참새들이 아침을 연다.
자기들끼리 조잘조잘 간밤에 일어난 소식을 전한다.
어느 집 지붕 아래에서 일어났대도 별로 놀라울 것 없는 그렇고 그런 하찮은 이야기들이다.
사람들은 그 지붕 아래에서 때 낀 창문의 커튼을 열고 닫으며
별볼일 없는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서른몇 개의 제목 아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영화.
까맣게 잊고 있던 70년대의 올드팝들이 화면 속에 잘 버무려져 있다.
'Feelings'가 나오던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인 여장남자 키튼(킬리언 머피).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유령숙녀'라고 부르며 그녀를 찾아 런던에 오는데
만나는 인간마다, 내딛는 곳마다 지뢰밭이다.
그녀가 지닌 무기라야 겨우 하이힐의 뾰족한 뒷굽이나 향수 스프레이.
어느 날 밤 거리에서 쫓기다 간신히 지나가는 차를 세워 몸을 피하는데,
흑인 운전사가 웃으며 틀어주는 음악이 'Feelings'.
관객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손에 들고 있던 커피나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된다.
그때 흐르는 음악이 너무 감미로워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시도 마음을 놓으면 안 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뜻일까?
<푸줏간 소년> 이후 두 번째로 극장에서 만나는 닐 조던 감독의 이 영화.
'Feelings' 외에도 The Rubets의 'Sugar Baby Love' Boby Goldsboro의 'Honey'
'The Windmills of Your Mind' 등 총 13곡의 사운드 트랙에
주연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부른 노래도 한 곡 포함되어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음반이 나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일상은, 아이와 남편이 아침에 남긴, 식은밥을 합치는 작업과도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먹지 않고 버렸다.)
오늘 아침은 양은냄비에 그것들을 부어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고,
몇 숟가락의 밥과 고추장과 나물을 보태어 먹음직한 비빔밥을 만들었다.
맛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키튼 양과 함께 마시는 커피 한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