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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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를 읽는 황홀한 시간. 그러나 그 시간을 나의 글로 채울 수 없어 슬프다. 김연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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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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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감히 말할 수 없는 먹먹함... 한강이 써줘서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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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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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사람의 생은 죽음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육체적 소멸 뒤에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엄마가 죽었다고 해서 엄마와 나의 관계까지 사라질 수 없다. 내게 엄마는 영원한 엄마인 것이다. 그래서 소중한 이의 죽음을 인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제까지 존재했던 엄마가 오늘 사라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므로. 죽음을 예측하는 투병생활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가 엄마를, 아내를, 친구를 쉽게 떠나보낼 수 있단 말인가.

 

 언제부터인가 늦은 밤이나 새벽에 걸려오는 친족의 전화엔 죽음의 소식이 있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은 침울하고 비통하다. 부모, 자식, 형제의 죽음은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믿으려 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러했다. 엄마의 죽음을 전해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었다. 어린 나이 때문은 아니었다. 우리 엄마는 죽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그런 존재였다. 장례가 끝나고 엄마의 무덤이 생겼을 때에도 죽음은 손님처럼 여겨졌다. 직장으로 돌아와서야 죽음이 주인이라는 걸 알았다.  

 

‘정말 산 사람이 살아야  한다면, 죽음을 부정하고 삶을 욕망하기만 하는 걸론 부족하다. 죽음을 수용하고, 애도하고, 상실과 변화를 받아들여야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은 자연의 섭리 속에 태어나고, 사회의 질서 속에서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한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몸이 마치면, 사회의 질서에 따라 그 정신을 쉬게 해야 한다. 나는 미래로 가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죽음 엄마를 죽여야 했다.’ (72쪽)

 

 엄마의 사십구재로 시작하는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 속 주인공 석희는 그 사실을 아주 빨리 알아차렸다. 죽음은 죽은 자의 몫이 아니라 남겨진 생의 일부라는 걸 말이다. 심장마비로 죽은 엄마를 발견한 아버지의 신고로 응급실에 누워 있는 엄마를 보고 석희는 오열하지 않았다. 죽음을 애도할 틈조차 없었다. 넋이 나간 아버지와 동생을 대신해 사망신고서부터 장례에 필요한 준비물은 끝이 없었다. 외국에 사는 언니는 도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소설은 엄마의 죽음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지난 생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일과 동시에 한 사람의 소명 과정을 천천히 들려준다. 석희는 엄마의 죽음 이후 100일까지 신장질환과 당뇨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함께 생활한다. 석희는 죽음 이후에야 직업군인의 아내이자 세 딸의 엄마로 살아온 한 여자의 생과 마주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를 최고로 여기고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엄마의 자리는 너무도 컸다. 때문에 마냥 슬픔에 빠져 있을 수 없었다. 아버지 스스로 병원 진료와 식사를 챙길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100일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거기다 여전히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으며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해야만 했다. 엄마의 죽음을 통해 죽음의 실재를 확인한 것이다.

 

 ‘어떤 사람도 자신의 죽음을 겪을 순 없다. 살아 있는 상태로 동시에 죽을 수는 없으니, 살아 있는 순간엔 살아 있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엄마의 죽음이 우리에게 왔듯이 아버지의 죽음을 겪는 것도 우리고, 아버지 유골을 가지고 국립묘지에 가야 하는 사람도 우리다.’ (209~210쪽)

 

 작가 최지월은 한 사람의 죽음이 어떻게 삶에 스며드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죽은 엄마를 애도하는 방법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하는 자매의 모습은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남겨진 생을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경비를 제시하는 자녀에게 화를 내는 아버지도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다. 누구나 죽음을 통해 강력한 삶 의지를 확인한다. 결국 죽음은 삶의 다른 이름이며 확장일 뿐이다. 진정한 애도란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을 지속한다는 건 끊임없이 낯설어지고, 새로워지고, 고독해지는 일이다. 형제도 자라서 타인이 되고, 타인이 만나서 가족이 되고, 그 가족은 다시 서로를 헤아리지 못하는 타인으로 변해 헤어진다. 만난 사람은 헤어진다. 40년이나 알아온 엄마와 나도 이제 헤어졌다. 이별만이 인생이다.’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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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2-2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만이..인생이죠...
잘 보내는 일.
평생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는게 인생.
앉았다 섰다 반복하는게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게
인생..
그 모든 구비 구비에 다정한 인사로 기억 되는 이별이기를...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이별이기를
이젠 그걸 바라고 있어요.
욕심이 엄청나요.그쵸...ㅎㅎㅎㅎ

자목련 2015-02-28 13:37   좋아요 1 | URL
이별이 없는 삶은 어디에도 없겠죠...
그래도 이별을 견디는 건 가장 힘겨운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봄 기운이 완연한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그장소] 2015-02-2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도 포근한 주말 보내시길..바랍니다.밀린 책 서둘러야겠네요.2월이 어찌나 정신없이 가는지...ㅎㅎㅎ
 

 

 이곳에서 그곳으로 가기 위해 짐을 챙긴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날 예정이지만 마음이 분주하다. 청소기도 돌리고 덜 채워진 세탁기도 비워야 한다.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뜨겁고 구수한 보리차를 아주 천천히 마신다. 설을 보내기 위한 이동이지만 다른 목적을 지녔다. 가방 속에 넣을 것들은 간단하다. 칫솔, 속옷, 여벌 옷, 양말, 책, 충전기가 전부다. 매번 그곳으로 갈 때마다 몇 권의 책을 챙겼다. 하지만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된 책은 단 두 권. 읽고 있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지평』과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다. 그러니까 보스망스와 스토너, 두 남자와 동행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두 남자를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을까.

 

 

 

 

 

 

 

 책을 곁에 두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건 왜 일까. 그만큼 책이 좋다는 것일까. 아니다 그저 습관에 불과하다. 물론 최근에 읽은 메리 앤 섀퍼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이런 구절처럼 순수한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 누군가와 편지로 교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도 편지와 다르지 않다. 책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으로 시작된 우정의 공간이니까.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은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22쪽) 

 

 어제 내린 비는 겨울을 달래려 했던 걸까. 비가 그친 하늘은 어제보다 투명하고 젊다. 이곳이 아닌 그곳에선 봄이 오는 소리가 크고 선명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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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1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명절_ 무사히 견디고 만나요.

자목련 2015-02-17 23:28   좋아요 0 | URL
야나 님도 무탈한 날들 보내세요. 맛난 떡국과 덕담도 많이 드시구요^^

해피북 2015-02-1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짐싸며 어떤 책을 가지고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책 없이 간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죠 ㅋ 터미널에 내리면 책 한 권 사들고올 서점들일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래이기도 한답니다 ㅋ

자목련 2015-02-17 23:30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을 선택하셨을까 궁금하네요. 지금쯤은 길이 아닌 곳에 도착하셨을까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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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이별은 아프다. 예정된 이별이라고 해도 그렇다. 연인에게는 찰나의 이별도 영원처럼 느껴진다. 헤어짐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굳이 사람이 아닌 사물과 공간에 대한 이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버려야 살 수 있고 비워야 채울 수 있듯 이별에 있어야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서유미의 장편소설 『끝의 시작』의 제목에서 그런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끝보다는 시작에 시작에 중점을 둔 것이다.

 

 소설은 병실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영무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암 말기 환자지만 빨간 립스틱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무는 그런 어머니 곁에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을 인식하기가 두렵다. 아내 여진과의 거리도 좁혀지지 않고 결국 이혼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머니 때문에 미뤄졌을 뿐 이혼은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영무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온 아내였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영무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말을 잃는 사막의 낙타 같았다. 아이가 유산되자 여진은 잡지사를 그만두고 미용실을 인수한다. 계획이 아닌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미용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지면서 둘 사이의 간극은 커졌고 여진에게는 동현이라는 젊은 애인이 생겼다. 여진은 잘못된 관계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문밖의 노크 소리에 응답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생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충만하게 즐기는 것,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사랑 없이 건조하고 퍽퍽하게 사는 것보다 뜨겁고 충만하게 사는 것, 그게 지금 여진이 바라는 삶의 방식이었다.’ (89쪽)

 

 영무에겐 어린 시절 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로 인한 죽음의 그림자가 있었다. 야반도주를 하듯 이사를 한 어머니는 언제나 환한 햇볕 같았다. 하지만 영무는 언제나 우울했고 친구나 연인과의 관계도 쉽게 끝났다. 영무에게 드리워진 어둠을 보았기 때문이다. 영무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영무에게 삶은 죽음의 다른 얼굴이었는지도 모른다.

 

 ‘영무는 자신의 삶이나 하루가 묘지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일 자체의 유사성과 상관없이 태도나 심정이 그랬다. 이른 아침 황량한 공동묘지에 가서 밤새 쌓인 쓰레기와 낙엽을 치우고 상석 위도 쓸어 낸다. 하루 종일 기다란 빗자루를 든 채 묘지 안을 유령처럼 맴돈다. 묘지 안에서도 가난한 자와 부자는 자리와 묘비, 상석의 크기와 재질로 구별된다. 그러나 부질없고 쓸쓸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107쪽)

 

 그런 영무를 통해 소정은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린다. 벗어날 수 없는 가난, 집을 나간 동생과 바닥단 잔고가 모두 아버지로 비롯된 것만 같았다. 그나마 소정이 삶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우유니 사막과 남자 친구 진수와 꿈꾸는 막연한 미래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 소정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진수는 걱정과 근심을 모르고 살아왔다. 사랑했지만 이별을 택해야 하는 연인이었다.

 

 소설은 평범한 삶의 이야기다. 암의 걸린 어머니를 둔 영무와 그의 아내 여진, 그리고 영무가 국장으로 있는 우편취급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정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친근한 일상처럼 가까이 파고든 암 환자, 권태로운 부부 관계,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바쁜 취업 준비생의 모습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네 모습인 것이다. 위태로운 일탈을 꿈꾸는 대신 주어진 현실을 살아내고 그 안에서 웃음의 조각을 발견하려 노력한다. 그들의 애쓰는 모양이 모양이 안타까우면서도 고마운 건 왜 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이별은 삶의 과정일 뿐 끝이 아니었다. 달이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며 꽃이 진 자리에서 다시 꽃이 피듯 완전한 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우리 생에 얼마나 많은 형태의 이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역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소정에게 남은 우유니 사막처럼 누군가에게 이 소설이 하나의 의미가 되어줄 것이다.

 

 ‘모니터 앞엔 여전히 우유니 사막의 사진이 붙어 있다. 좀 더 낡고 색이 바랬지만 가 보고 싶은 곳 1순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언제쯤 가게 될지 누구와 동행할지 알 수 없지만 꿈꾸게 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남아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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