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그곳으로 가기 위해 짐을 챙긴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날 예정이지만 마음이 분주하다. 청소기도 돌리고 덜 채워진 세탁기도 비워야 한다.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뜨겁고 구수한 보리차를 아주 천천히 마신다. 설을 보내기 위한 이동이지만 다른 목적을 지녔다. 가방 속에 넣을 것들은 간단하다. 칫솔, 속옷, 여벌 옷, 양말, 책, 충전기가 전부다. 매번 그곳으로 갈 때마다 몇 권의 책을 챙겼다. 하지만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된 책은 단 두 권. 읽고 있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지평』과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다. 그러니까 보스망스와 스토너, 두 남자와 동행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두 남자를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을까.

 

 

 

 

 

 

 

 책을 곁에 두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건 왜 일까. 그만큼 책이 좋다는 것일까. 아니다 그저 습관에 불과하다. 물론 최근에 읽은 메리 앤 섀퍼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이런 구절처럼 순수한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 누군가와 편지로 교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도 편지와 다르지 않다. 책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으로 시작된 우정의 공간이니까.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은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22쪽) 

 

 어제 내린 비는 겨울을 달래려 했던 걸까. 비가 그친 하늘은 어제보다 투명하고 젊다. 이곳이 아닌 그곳에선 봄이 오는 소리가 크고 선명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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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1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명절_ 무사히 견디고 만나요.

자목련 2015-02-17 23:28   좋아요 0 | URL
야나 님도 무탈한 날들 보내세요. 맛난 떡국과 덕담도 많이 드시구요^^

해피북 2015-02-1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짐싸며 어떤 책을 가지고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책 없이 간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죠 ㅋ 터미널에 내리면 책 한 권 사들고올 서점들일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래이기도 한답니다 ㅋ

자목련 2015-02-17 23:30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을 선택하셨을까 궁금하네요. 지금쯤은 길이 아닌 곳에 도착하셨을까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