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읽어본다
서효인.박혜진 지음 / 난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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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이 일상인 이들의 독서. 그래서 더욱 궁금했고 이번에는 마주했다. 박혜진이라는 필자 때문에 선택했지만, 아직 그 갈증은 여전하다. 뭔가 좀 아쉽고, 서운한 느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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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숲 2019-01-20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좀 아쉽고 서운한 느낌이라시니 혹 이런 게 아닐까 해서요. 앞서 이 시리즈중 장석주박연준편과 강윤정장으뜸편을 보았을 때는 읽으면서 읽고싶은 책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이 많았는데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서효인박혜진편에선 반쯤은 읽었는데 포스트잇을 하나도 붙이지 못했다는...아마도 같은 느낌이 아닐까 조심스레 동감해봅니다. 전 아직 더 읽어봐야겠지만요.

자목련 2019-01-21 20:41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여름숲 님.
어쩌면 말씀하신 그 부분이, 서운한 이유가 될 수도 있겠네요. 언급하신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요. 이 책에 대한 제 기대가 넘 커서 아쉬운 마음도 크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혜윰 2019-03-22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지루했어요....일지나 참고도서목록같은 느낌? 좋은 작가들일텐데 그냥 출판일하는 저자인 느낌? 속상하기도 합니다.

자목련 2019-04-01 15: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그렇게혜윰 님, 답글이 늦었습니다. 속상하다는 그 말씀, 저도 좀 알 것 같기도 해요. 이런 기획 시리즈가 아닌 저자의 산문을 기대합니다. 환한 4월 시작하세요^^*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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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지나간 일에는 미련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 지난 시간에 붙잡혀 시간을 보내고 반복된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서 만약에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타입슬립을 다루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 바로잡고 싶은 순간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엄마와의 시간을 선택하고 싶다.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엄마라면 어떤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사신’과 ‘사자’를 소재로 한 후지마루의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을 읽으면서 저승사자가 등장했던 드라마가 생각났지만 엄마가 멈추고 싶었던 시간은 언제였을까 하는 거였다.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면서도 추가의 시간을 얻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이를 만날 수 있다면 그나마 죽음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사신’이나 ‘사자’의 ?존재를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소설 속 고등학생 사쿠라는 동급생 하나모리가 제안하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수락한다. 시급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모든 아르바이트가 끝난 6개월 후 소원을 들어준다는 게 더욱 끌렸을 것이다. 사신으로 일했던 시간의 기억은 사라진다는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 이런 제안이 온다면 나는 수락할까. 어이없게도 그런 상상을 잠깐 했다.

 

 그런데 사신 아르바이트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죽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너무 두렵고 무서운 일은 아닐까. 아직 사자를 만나기도 전인데 걱정이 앞섰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사쿠라와 하나모리가 만난 이들은 그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이들,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픈 동생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기대에 그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사쓰키. 자신이 좋아했던 아사쓰키가 죽은 줄도 모르고 지내왔던 사쿠라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사쓰키에게 남은 미련이 진짜 풀린 것일까. 그 뒤에 만난 사자도 그러했다.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달라며 가정을 돌보지 않았던 시절을 후회하는 가장 구로사키, 진심을 속이고 자신의 삶에 거짓으로 대했던 히로오카, 엄마에게 학대를 받아 결국은 죽음에 이른 어린 소녀 사노미야 유. 모두 삶에 미련이 남아 죽음과 동시에 떠나지 못하고 ‘사자’가 되었고 그 삶과 화해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추가시간을 통해 완벽한 이해나 화해로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후련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추가시간을 통해 사자는 미련을 풀 방도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러고 나서야 사자는 비로소 청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후회로 점철된 인생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조그마한 행복을 찾아내는 청산을. (176쪽)

 

 ‘사신’이라는 우울하고 무거운 인물을 싱그러운 고등학생으로 설정한 부분이 무척 독특하다. 산뜻하고 따뜻한 판타지라고 하면 맞을까. 생각하지 못한 반전도 놀라웠다. 읽으면서 어떤 반전을 예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쉽게 받아들인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쿠라는 많은 것들을 느낀다. 소설을 읽는 독자도 마찬가지다. 내 곁을 떠난 소중한 이들에게 내가 잘못한 건 없을까, 나로 인해 미련이 남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이어진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먼 훗날 후회와 미련이 되지 않도록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성장 드라마 같기도 한 소설이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그 나날들이 바로 내 인생이니까. 재출발이 아니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해. 다들 그렇게 살아왔지. 그러니까 나도 과거를 품에 안고 앞으로 나아갈 거야. 모든 걸 잊어버린 세상에서도 힘차게 살아갈 자신이 있으니까.” (341쪽)

 

 지금의 나를 만드는 건 과거의 나라는 사실.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한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주어진 현실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 지나간 삶을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 내게 다가올 삶을 향해 정진해야 한다는 당연하고도 소중한 의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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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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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극적인 맛, 자극적인 뉴스, 자극에 자극을 더하는 세상이 되었다. 심심하거나 순수한 것은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 이상한 세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과연 그럴까. 우리 삶에 필요한 맛은 맵고 짠맛뿐일까. 이러다 재료 자체의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두렵다. 오가와 이토의 『마리카의 장갑』은 우리에게 그런 맛을 선물한다. 자연 그대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중한 것을 간직하고 그것들과 함께 어울려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작고 예쁜 마을의 사람들. 그곳에서 태어난 작은 여자아이 마리카의 인생을 들려준다.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엄지 장갑(벙어리장갑)을 선물 받는다.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떠준 장갑, 마리카도 그 엄지 장갑을 떠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모든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여자들이 그러하듯이.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 오빠들의 사랑을 받고 자유롭게 성장한 마리카에게도 그런 순간이 왔다. 배우고 통과해야 할 과제가 아닌 진짜 사랑하는 이를 위한 엄지 장갑, 마음을 전하는 고백의 장갑의 주인을 만난 것이다. 야니스, 그에게 마리카의 직접 뜬 엄지 장갑을 건넸고 그는 엄지 장갑을 손에 꼈다. 마리카의 청혼을 야니스가 수락한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일생을 살아가는 일만 남았다 믿은 마리카.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변수투성이다.

 

 얼음제국이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병합하고 그들의 삶을 제약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춤과 노래가 사라지고 민족의상도 입을 수 없다. 엄지 장갑 전통만 허락되었다. 힘들고 고된 생활이었지만 야니스와 마리카의 사랑은 점점 깊고 단단해졌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야니스에게 연행 명령이 떨어지고 둘을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혼자 남은 마리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마리카는 슬픔 대신 다짐을 선택하고 울고 있는 게 아니라 웃는 일상을 유지한다. 마리카에게 주어진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길고 추운 겨울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믿음을 간직한 채.

 

 비 갠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습니다. 지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그네도 반짝입니다. 아름다운 꽃밭이 보이고, 그 너머로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마리카는 자신이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변화했을 뿐입니다. 야니스도 그렇습니다.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바람과 빛과 비와 무지개와 흙과 나무로 모습을 바꾸었을 뿐입니다. (193쪽) 

 

 누군가는 마리카의 인생이 불행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야니스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마리카는 홀로 할머니가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마리카의 인생을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소설 속 루프마이제공화국은 유럽 북동부 발트해의 동해안에 있는 나라 라트비아의 다른 이름이다. 작가 오가와 이토가 반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 관습이 이 소설에 녹아 있다. 라트비아를 검색하면서 겨울 왕국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얼음처럼 차갑고 추운 나라에서 따뜻한 온기를 전해줄 엄지 장갑의 의미는 감사함과 사랑은 아닐까. 한 편의 동화 같은 소설이다. 아니, 아름답고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이다. 

 

 오기와 이토의 『마리카의 장갑』는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책을 덮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손뜨개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 손재주라고는 1도 없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처음 만난 오기와 이토의 소설은 엄마의 집밥 같은 맛이었다.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맛, 자꾸만 생각나는 은근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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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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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특정 공간에서는 경계심이 사라지고 만다. 기차나 버스 같은 공간에서는 이상한 친밀감이 발생한다. 목적지가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이곳을 떠난다는 행위만으로 말이다. 기차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옛날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를 것이다.’란 문장은 우리를 기차에 태운다.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떠날 마음이 충분하다. 비어 있는 옆자리에 앉을 이가 누구일까, 무슨 이유로 이 기차를 탔을까. 박솔뫼의 짧은 소설 『인터내셔널의 밤』은 그런 이들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서 처음 만난 한솔과 나미의 이야기. 서로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툴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순간들.

 

 한솔은 여자로 살았던 삶이 아닌 남자의 삶을 선택했다. 어쩌면 그건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는 2로 시작하고 사람들은 종종 왜 군 복무를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일본에 사는 친구가 보낸 청첩장을 받고도 그가 결혼식 참석을 두고 고민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신을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나미는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도망쳤다. 이모가 소개한 이모의 친구가 있는 부산에서 잠시 지내려 한다. 기차 안에서 나미는 그곳에 남은 아이들을 생각한다. 혼자만 도망쳤기에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처음 만난 한솔에게 그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줄 정도였다. 나를 모르는 이에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처럼. 한솔과 나미는 부산에 도착해 각자 헤어졌다. 한솔은 호텔로 향했고 나미는 이모의 친구 집으로 갔다. 부산 이곳저곳을 산책하고 호텔로 돌아온 한솔은 자신에게 도착한 쪽지를 받는다. 누가 보냈는지 이름이 없었지만 한솔은 그가 나미라고 생각한다. 나미의 이름을 알기 전인데 말이다.

 

 박솔뫼는 부산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솔과 나미의 고민에 대해 들려준다. 기차를 탔을 때 부산은 도착지였지만 이제 그들에게는 떠나기 위한 공간이다. 머물 곳이 아니기에 부산은 자유롭고 편안하다. 맛있는 빵을 먹고 헌 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벤치에 앉아 크루즈를 구경할 수 있다. 아무도 한솔과 나미를 주목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시간을 지나왔고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다.

 

 한솔의 마음을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문장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기를 바랐던 어떤 날들을 떠올렸다. 한솔과 나미의 사정과는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그런 시간을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는 건 아닐까. 다른 나로 사는 일, 다른 나를 꿈꾸는 일 말이다.

 

 어떻게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 모르는 사람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매일 밤 잠자리에서, 물론 매일 밤은 아니지만 자주 반복되는 생각이었다. 사라질 생각은 없었지만, 큰 잘못을 아직 저지르지 않았지만 어떻게 한국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어떻게 숨을 수 있을까 혹은 한국을 빠져나가 외국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37쪽)

 

 박솔뫼의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묘한 기분을 느낀다.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에 대한 묘사가 그러하다. 그는 하나의 공간을 특정하고 그곳으로 인물을 모은다고 할까. 공간으로 이동하는 동안 마주하는 풍경이나, 그것들을 바라보며서 과거를 회상하는 것들이 다른 작가의 소설과 비슷하면서도 그만의 개성이 있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어 안타깝다. 그가 소설에서 보여주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언뜻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저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에. 이 소설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읽는다면 어떨까. 출장지나 여행지에서 말이다. 떠나지 않더라도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읽어도 좋겠다.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런 글은 무척 인상적이다. 한솔과 나미도 그렇게 서로를 지나가고 결국엔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박솔뫼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지나온 누군가를 나를 지나간 누군가를 가만히 생각한다.

 

 책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사라지고 지나간다. 어떤 함께하던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헤어지게 되는데 그걸 슬퍼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은 이미 몸으로 변해버려 흔적이 없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헤어짐은 있다. 한솔은 열여섯 열일곱에 읽던 책들을 지나가며 아 이미 헤어졌군 우리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만나지 않게 된 사람들도 가끔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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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1-0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반경이 비슷하면 모를까, 어차피 기차에서 내리면 다시 마주칠 확률이 거의 없으니까요...
저도 여행 가서 우연하게 만난 사람들이랑... 밤새 술 마시며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요...
친한 친구들한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다들 스스럼없이 쏟아냈는데...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번도 연락해 본 적이 없어요.

제가 살짝 엉뚱한 이야기로 빠지긴 했지만...
아무튼 언니! 우리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보아요^^

자목련 2019-01-07 15:51   좋아요 0 | URL
어떤 이야기들은 친한 친구가 아닌 낯선 이들에게만 허락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해, 신기하게도.
올해 좀 더 다정한 우리가 되어보자, 고마워^^*
 
용의자의 야간열차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8
다와다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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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한 것 투성이다. 구체적인 묘사나 설명으로 소설을 전부다 이해할 수 없다. 주인공은 계속 야간열차를 타고 낯선 도시로 떠난다. 무작정 야간열차를 타는 건 아니다. 무용수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일을 위해 때로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거다. 주인공은 야간열차를 타고 파리, 그라츠, 자브레오, 베오르라드, 베이징, 빈, 바젤, 암스테르담 등 유럽와 아시아를 여행한다. 굳이 이동 수단을 야간열차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밤에 펼쳐지는 아름답고 기이한 풍경, 기차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어떤 수상한 사건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와다 요코의『용의자의 야간열차』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역은 정착보다는 부유의 장소다.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목적지를 향해 기다리는 공간,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일회성일 뿐이다. 어쩌면 그런 매력 때문에 주인공은 야간열차를 타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낯선 행동을 마주하고 예기치 않게 어떤 일에 휘말리는 것이다.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오직 기차표와 여권뿐이다.

 

 “그래도 초초함은 없었다. 어디에 도달하고 싶은지, 목적지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조차 상상할 수 없었고, 한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특히 여름방학에는 끝이 없이 차고 넘치는 액체 상태의 시간 속을 떠다니며 이유도 없이 다른 나라를 방황하면서도,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32~33쪽)

 

 나를 아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채 시간을 보낸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지만 알 수 없는 불안을 몰고 온다. 소설 속 주인공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즐기는 여유가 있었다고 할까. 새로운 공간과 시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은 무척 다채롭다. 주인공은 가만히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누군가는 사랑을 나누고 누군가는 밀수품을 챙기고 누군가는 낯선 이에게 말을 건다. 그 모든 것은 그곳이 야간열차라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가는 다음 역에서 내려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났다 해도 서로를 기억할 확률은 낮다.

 

 당신은 벽이 끊긴 부분을 지나친 후에야 걸음을 멈추고, 돌아가서 그 여자에게 길을 물어볼까 했지만, 망설임이 앞섰다. 말이 통하지 않는 건 딱히 걱정되지 않지만, 우리가 같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이 느껴졌다. 그 망막 속에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43쪽)

 

 다와다 요코의 소설은 처음이다. 악스트에서 만난 그녀의 인터뷰가 소설로 나를 이끌었다. 모호함이 주는 특별함이라고 해야 할까. 끝을 알 수 없는 여행에 대한 동경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은 설명할 수 없다.

 

 “자는 동안에는 우린 모두 혼자잖아요. 꿈속에는 창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출발지에 남겨진 사람도,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버린 사람도 있어요. 우리는 애당초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요. 보세요, 땅의 이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침대 밑을 스쳐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 다 달라요. 발밑에서 땅을 뺏아가는 속도가. 아무도 내릴 필요 없어요. 모두 여기 있으면서 여기 없는 채로 각자 뿔뿔이 흩어져 달려가는 거예요.”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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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1-0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첨들어 보는 작가인데, 제목 때문에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조만간... 저 야간열차들이... 파리, 빈, 베이징을 거쳐 서울에도 도착할 수 있겠죠?

자목련 2019-01-07 15:48   좋아요 0 | URL
읽었을 때는 정말 수상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묘하게 자꾸 생각나는 소설이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