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의 야간열차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8
다와다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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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한 것 투성이다. 구체적인 묘사나 설명으로 소설을 전부다 이해할 수 없다. 주인공은 계속 야간열차를 타고 낯선 도시로 떠난다. 무작정 야간열차를 타는 건 아니다. 무용수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일을 위해 때로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거다. 주인공은 야간열차를 타고 파리, 그라츠, 자브레오, 베오르라드, 베이징, 빈, 바젤, 암스테르담 등 유럽와 아시아를 여행한다. 굳이 이동 수단을 야간열차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밤에 펼쳐지는 아름답고 기이한 풍경, 기차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어떤 수상한 사건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와다 요코의『용의자의 야간열차』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역은 정착보다는 부유의 장소다.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목적지를 향해 기다리는 공간,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일회성일 뿐이다. 어쩌면 그런 매력 때문에 주인공은 야간열차를 타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낯선 행동을 마주하고 예기치 않게 어떤 일에 휘말리는 것이다.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오직 기차표와 여권뿐이다.

 

 “그래도 초초함은 없었다. 어디에 도달하고 싶은지, 목적지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조차 상상할 수 없었고, 한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특히 여름방학에는 끝이 없이 차고 넘치는 액체 상태의 시간 속을 떠다니며 이유도 없이 다른 나라를 방황하면서도,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32~33쪽)

 

 나를 아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채 시간을 보낸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지만 알 수 없는 불안을 몰고 온다. 소설 속 주인공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즐기는 여유가 있었다고 할까. 새로운 공간과 시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은 무척 다채롭다. 주인공은 가만히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누군가는 사랑을 나누고 누군가는 밀수품을 챙기고 누군가는 낯선 이에게 말을 건다. 그 모든 것은 그곳이 야간열차라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가는 다음 역에서 내려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났다 해도 서로를 기억할 확률은 낮다.

 

 당신은 벽이 끊긴 부분을 지나친 후에야 걸음을 멈추고, 돌아가서 그 여자에게 길을 물어볼까 했지만, 망설임이 앞섰다. 말이 통하지 않는 건 딱히 걱정되지 않지만, 우리가 같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이 느껴졌다. 그 망막 속에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43쪽)

 

 다와다 요코의 소설은 처음이다. 악스트에서 만난 그녀의 인터뷰가 소설로 나를 이끌었다. 모호함이 주는 특별함이라고 해야 할까. 끝을 알 수 없는 여행에 대한 동경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은 설명할 수 없다.

 

 “자는 동안에는 우린 모두 혼자잖아요. 꿈속에는 창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출발지에 남겨진 사람도,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버린 사람도 있어요. 우리는 애당초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요. 보세요, 땅의 이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침대 밑을 스쳐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 다 달라요. 발밑에서 땅을 뺏아가는 속도가. 아무도 내릴 필요 없어요. 모두 여기 있으면서 여기 없는 채로 각자 뿔뿔이 흩어져 달려가는 거예요.”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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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1-0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첨들어 보는 작가인데, 제목 때문에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조만간... 저 야간열차들이... 파리, 빈, 베이징을 거쳐 서울에도 도착할 수 있겠죠?

자목련 2019-01-07 15:48   좋아요 0 | URL
읽었을 때는 정말 수상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묘하게 자꾸 생각나는 소설이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