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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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아무런 수고 없이 마주하는 건 행운이다. ‘추사체’로 잘 알려진 김정희에 대해 대단한 수고를 대신한 유홍준의 『추사 김정희』를 통해 김정희의 생과 그가 살아온 시대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김정희에 대한 방대한 기록과 사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유홍준에 대한 수고에 놀라는 마음이 앞서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더불어 기록한다는 것에 대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출생부터 김정희의 일대기를 다루었고 그의 업적과 함께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대부분의 자료는 일본의 동양철학자 후지쓰카 지카시의 연구에 의한 것으로 청조 고증학과 경학의 업적을 후지쓰카 지카시가 논문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유홍준에게는 아마도 가장 고마운 사람이 아닐까.

 

 추사 김정희를 떠올리니 내게는 한승원의 소설에서 초의와의 우정이 생각났다. 서로를 존중하며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는 우정, 역시나 이 책에서도 김정희 곁에는 사람이 많았다. 스승, 선배, 제자, 그리고 소중한 인연들.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생을 마주하면 그를 둘러싼 이들, 그와 이어진 이들의 생까지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그것은 유홍준의 관점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김정희가 박제가의 제자였고 그의 영향을 받아 청나라 연경에 가서 그곳의 문인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다는 것과 흥선대원군인 이하응과도 교류했다는 점은 다소 놀라웠다. 내게는 서예와 그림의 예(藝) 인으로만 알려졌던 김정희는 역사리지, 금석학, 불교학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진정한 전문인이었다.


 

 

 

 

  “학문하는 방도는 굳이 한나라, 송나라로 나룰 필요 없이, 심기(心氣)를 고르게 하고 널리 배우고 독실하게 실천하면서 사실에 의거하여 진리를 찾는 자세로 나아감이 옳다.” (107쪽)

 

 뛰어난 인물의 생에는 언제나 고초가 있기 마련일까. 김정희의 삶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끝내고 좀 편안한 생활을 하는 가 싶었는데 66세 노년의 나이에 북청으로 유배를 명 받았으니 말이다. 김정희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으니 그의 형제들에게도 고통의 시절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에게「세한도」가 탄생한 것으로 잘 알려진 제주도 유배에서 그는 아내의 죽음을 접했다는 점이다. 모든 일상을 편지로 전하며 같이 생활하는 듯했던 김정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아버지와 남편으로의 김정희가 아닌 학자 김정희를 살펴보면 그는 지식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던 것 같다. 지인들과 교류한 편지에서 책을 구해달라는 내용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그만큼 그림과 학문에 오만할 정도로 당당했고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제자에게도 전했다. 당시의 진경산수와 문인화풍을 인정하면서도 소치에게는 청나라 화가가 원말 4대가의 그림을 방작한 그림을 모은 화첩을 주고 폭마다 열 번씩 그려보라고 했다니 한다. 어쩌면 그건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더 발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을까. 지독하고 완벽한 성격은 지필묵에 대한 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쓰고자 하는 글씨의 성격에 따라 붓을 골라 쓰는 섬세함 그 이상으로 예민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니 추사 곁에는 그 모든 것을 충족하는 이들이 함께였던 것이다.

 

 이 <세한도>에서 더욱 감동적인 면은 서화 자체의 순수한 조형미보다도 그 제작 과정에 서린 추사의 처연한 심경이 생생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림과 글씨 모두에게 문자향과 서권기를 강조했던 추사의 예술세계가 소략한 그림과 정제된 글씨 속에 흥건히 배어 있다는 것이 이 그림의 본질이다. <세한도>의 진가는 그 제작 경위와 내용, 그림에 붙은 글씨의 아름다움, 그리고 갈필과 건묵이라는 매체 자체의 특성에 있다. 즉 그림과 글씨와 문장이 고매한 문인의 높은 격조를 드러내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88~289쪽)

 

 서법에 충실하면서도 그것을 뛰어넘은 글씨,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괴이하나 본질을 보면 내면의 울림이 있는 글씨, 그것이 추사체이다. (412쪽) 

 

 추사 김정희를 안다는 건 비단 그 한 사람만을 아는 게 아니라 그 시대를 알고 그 시대의 문화, 역사, 외교, 풍습을 아는 것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 수록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일도 즐겁다. 옛것의 아름다움과 그 존재의 위대함을 알아가는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 후대까지 이어져야 할 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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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5-0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사 김정희도 엄청난 독서가였다죠! 서점에 디스플레이된 책 사고싶었는데 은근히 설레고 기대되는 책입니다

자목련 2018-05-09 17:31   좋아요 1 | URL
아마도 김정희는 세상의 모든 책과 지식을 습득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프레이야 2018-05-0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 대정읍의 추사 유배지와 추사기념관의 기억이 납니다. 비오는 날이었어요.
다시 가고프네요. 이 책도 담아갑니다. 장바구니가 터질 듯하네요.
좋은 봄날 보내세요^^

자목련 2018-05-09 17:32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유배지와 기념관에 대해서도 책에서 만났어요.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수선화에 반했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프레이야 님도 환하고 반짝이는 봄날 보내세요^^

카알벨루치 2018-05-09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의 아버지들”이란 책에 보면 김정희가 글씨에 대한 이야길 하면서 글씨에도 독서사가 필수적이란 이야길 합니다
 
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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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시대에도 성직자들은 걸핏하면 연극을 공격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많은 연극인들이 기독교적인 시간관에 입각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연극들의 대단원도 최후의 심판과 흡사하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단절시키며 과거로부터 흘러온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돌이켜보게 한다. (262쪽)

 

 우리가 위대한 작가에게 반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아름다운 문장과 놀라운 상상력, 그리고 시대를 반영하는 통찰력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순환하고 역사는 반복된다. 시대가 변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싸우고 사랑하며 자신의 것을 지키려 한다.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을 것들. 그런 면에서 과거에서 현재를 발견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문학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읽는 일이 그러하니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첫 번째인 셰익스피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셰익스피어에 대해 잘 모른다. 욕심을 내 구매한 그의 작품이 몇 권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도 않았거니와 그의 희곡을 무대에 올린 연극도 관람한 적이 없다. 그저 잘 알려진 명성 그대로 작품 가운데 희극 정도만 기억할 정도다. 어쩌면 이렇게 모르는 독자이기에 이 책을 통해 셰익스피어를 여행하는 길에 동행하는 게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무대가 된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서이기도 하다.

 

 책은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와 그가 활발하게 활동한 런던의 여정, 『햄릿』과 『끝이 다 좋으면 다 좋다』의 무대인 파리에서 중서부 유럽인 빈으로의 여정에 이어 『한여름 밤의 꿈』의 무대인 아테네로 이어진다. 저자의 말대로 끌리는 작품과 지역을 먼저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물론 나는 저자의 일정을 고스란히 따라 읽었다. 내게는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랫퍼드로 가는 길, 그리고 그의 생가, 그의 아내 앤 해서웨이의 생가에 대한 소개가 흥미로웠다. 셰익스피어가 떠난 지 400년이 되었지만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그를 발견할 수 있다니 근사하지 않은가. 고향으로 돌아와 작성한 유서가 134통이나 되었다는 것도 정말 놀라웠다. 죽음 후까지 계획한 철두철미한 셰익스피어라고 해야 할까.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과 도착하는 지역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저자가 얼마나 셰익스피어를 사랑했고 사랑하는지 충분히 전해진다. 셰익스피어의 은유적 표현에 감춰진 다른 은밀한 부분을 통해 작품 속 인물의 갈등과 욕망을 곁들여 설명한다고나 할까. 작품마다 짤막하게 소개하는 대사를 통해 나는 연극의 한 장면을 상상하고 관객이 될 수 있다.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건 괴테가 자신의 소설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변신을 비교한 부분이다.

 

 카프카의 ‘변신’이 인간관계의 심리적 그늘을 곤충의 이미지에 응축한 것이라면, 셰익스피어의 ‘변신’은 억압된 욕망을 동물적 이미지로 표출한 것이다. (173쪽)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위대한 거장을 한 권의 책으로 다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착각이다. 겨우 이 책을 읽고 셰익스피어에 대해 뭐라 말을 꺼내기도 매우 부족하고 부끄럽다. 때문에 셰익스피어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버거울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 그러니까 이미 훌륭한 독자로 셰익스피어를 잘 아는 이라면 아주 황홀한 여행서가 된다. 책에는 셰익스피어 사극의 특징과 그의 시 세계, 셰익스피어 문학의 특징과 현재적 의미에 대한 글도 수록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셰익스피어를 여행하는 이 행복한 여정이 끝나는 게 몹시 아쉬울 것이다.

 

 대중성이 풍부하다’는 말은 일차적으로 당대의 대중적 현실과 일상적 생활 감각이 풍부하게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예술성을 담보하지 못한 대중성은 문학작품을 통속적 수준에 머물게 한다. 대중성과 예술성은 하나가 결핍되면 다른 쪽도 상처를 입게 되는 그런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 셰익스피어가 빚어낸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의 상호작용을 세계문학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진폭이 크다. 그래서 그의 작품세계는 당시 대중의 환호와 지금 비평가의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시공간이 된다! (프롤로그 중에서,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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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5-0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불지만 햇볕이 좋은 오후입니다.
바람은 여전히 세게 불고 있어요.
자목련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자목련 2018-05-04 17:33   좋아요 1 | URL
어른이지만 어린이날을 즐겁게 보내요 ㅎ
 
서로의 나라에서 - 젊은작가 앤솔러지 소설집
김유담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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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했지만 이별하지 않았고 이별하지 않았지만 이별의 순간을 향해 다가가는 게 삶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4월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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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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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닌데도 매일매일 실천이 어렵다. 어떤 날은 성경만 읽는 것으로 끝난다. 처음부터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서 해야 한다는 다짐이 없었기 때문일까. 배철현 교수의 『수련』을 읽으면서 나는 그 순간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나를 수련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일이며 오로지 나 스스로 나를 단련해야 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수련’이란 제목과 수련을 위한 방법으로 지금, 도장, 분노, 시기, 귀향, 시련,일치 등 28개의 단어와 아포리즘으로 정리한 내용을 보면 이 책은 일종의 자기 계발서 인듯 하면서도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글이고 심연을 울리는 짧은 에세이 같기도 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이는 스트레칭을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바로 화장실로 갈 것이고, 어떤 이는 잠을 붙잡는다. 눈을 뜨면 맞이하는 아침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꼈던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건 언제인가. 그것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배철현 교수의 글은 어떤 식으로는 따끔한 조언이다. 잘못한 학생을 꾸짖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말씀 같다. 게으른 일상, 다음으로 미루었던 일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듯하다.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주저하는 나 자신을 그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을 책망하는 듯하다.

 

 최선을 지향하는 지금 이 순간이 내가 희구하는 천국이다. 이 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나는 그 시간의 흐름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부초와 다를 바 없다. (「지금」, 18쪽)

 

 수련은 일상적으로 흘러가버리는 양적인 시간으로부터 나를 탈출시키는 연습이다. 빅뱅이 일어났다는 137억 년 전이나 이 글을 읽기 시작한 5분 전이나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과거의 모든 길이는 순간일 뿐이다. (「도장」, 31쪽)

 

 책을 읽는 내내 벌을 받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런 건 아니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는 말이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기도 했고 자책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어떤 계기가 된다. 어떤 책이든 상황과 맞아떨어질 때가 있기 마련인데 요즘의 나의 상태와 이 책의 글귀가 그런 경우이다. 고전문헌학자답게 책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 단테의 『신곡』, 스토아 철학자,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 예수, 다양한 고전을 해석하여 현재의 우리의 삶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목숨을 건 전투를 마치고 하루하루 기록한 일기인 『명상록』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으로 시련을 설명한다.

 

 시련은 인간을 완성시키는 훈련이다. 시련을 통해 자신을 수련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이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당신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시련을 피하게 위해 애쓰는 사람인가, 아니면 미래의 자신을 위해 시련을 기꺼이 훈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인가? 시련은 수련자의 유일한 지름길이다. (「시련」, 229~230쪽)

 

 누구도 시련을 기다리지 않겠지만 시련을 통해 우리가 성숙해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시련이 없는 삶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성공된 삶이 아니라 잘 살았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위한다면 수련의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스스로 지키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기쁨을 전한다. 시골로 이사 온 후 마당에 심은 능수벚나무가 꽃을 피우고 다시 죽음을 통해 새로운 봄의 부활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연결해 회귀, 귀향을 언급한다. 계절에 따라 삶과 죽음을 순환하듯 살아가는 능수벚나무, 10년의 시간에 거쳐 고향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 인간의 생도 죽음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대단한 업적을 쌓거나 부를 위한 수련이 아닌 자신의 삶을 다스리고 지키기 위한 수련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를 위한 간절하고 감동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은, 무아의 상태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검지의 힘에서 나온다. 당신의 고귀한 생생각을 실천할 지금이 바로 당신의 결정적 순간이다. (「일치」, 287쪽)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 고요한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하루를 여는 시간에 자신을 위한 다짐의 도구, 혹은 하루를 마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에 읽어도 좋을 책이다. 나를 수련하는 방법, 망설이는 이들에게 그 시작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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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 남들보다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심리수업
피터 홀린스 지음, 공민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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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에서나 학교에서 아주 활발한 이가 집에서는 아주 조용한 경우가 있다. 쩔 수 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사회활동을 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느 상황이든 항상 활발한 경우도 있고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대체로 이를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나름 그에 맞게 상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드러나는 성향이 진짜일까. 속마음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남들의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규정한 이의 속마음은 그 반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남들보다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심리수업’이라는 부제를 지닌『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이 그 안내서가 될 것이다. 미국 최고의 심리학자 피터 홀린스는 적절한 예시와 다양한 실험(뇌의 화학작용) 결과를 통해 성격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연애, 조직생활, 행복에 대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준다.

 

 이 책은 내향적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책처럼 보이지만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그러니까 성격 유형에 관하여 알아보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즐겁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의 기본적인 특징을 소개하고 그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사항을 알려준다. 아마 이 몇 가지 사항만 읽고도 주변의 친구나 동료에 대한 오해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존중하자. 만나자고 했을 때 거절을 당하더라도 섭섭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 내향적인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불편함을 느끼기 쉬우므로 적응할 시간을 주자.

 · 내향적이라 그런 것일 뿐 무관심하다거나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33~34쪽)

 

 · 외향적인 사람이 남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소통을 많이 할수록 기운을 더 많이 충전할 수 있다.

 · 외향적인 사람은 실전 경험을 많이 쌓은 덕에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것이 사회활동에서 빛을 발한다. 이것이 외향적인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내향적인 행동 경향을 보일 수 있다. (48~49쪽)

 

 상대의 성향을 알고 만나는 것과 모르고 만났을 때 관계는 달라진다. 성향을 안다는 건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거다. 당연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 점을 쉽게 간과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알면 대화의 폭이 넓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싫어가는 것을 알면 말과 행동을 조심할 수 있다. 관계란 이처럼 어렵고 힘든 것이지만 노력해야만 한다. 삶이란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것이니까. 그래서 때때로 우리는 양향성(외향성과 내향성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되어야 한다.

 

 외향성과 내향성 사이를 영원히 왕복하면서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균형을 얻을 수 있다. 넘치는 활력과 자아 탐험 두 가지는 모두 중요하며, 반드시 행동을 보여야 할 때도 반드시 침묵할 때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양향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세상을 진정 아름답게 만드는 주체다. (65~66쪽)

 

 우리는 때로 자신의 마음을 읽기도 힘들 때가 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며 주변 상황과 타인의 시선에 의해 흘러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어떤 성격인지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던 마음 조각을 발견할 수도 있다. 책에서 소개한 한 장면처럼 즐거운 파티에 가고 싶지만 두려운 마음, 친구들과 모임을 이어가면서도 어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 말이다. 어쩌면 두 마음을 다 가지고 있는 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타고난 성향 때문에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성향으로 바꾸어 보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성향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니 자신의 장점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을 성격 유형이라는 틀에 놓고 살필 때는 여러 가지 소소한 차이가 있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반직관적인 측면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각자의 고유한 성격을 좀 더 깊이 살피는 것이다. 적어도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복잡하고, 잠재의식의 영향을 얼마나 강하게 받는지, 성격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아야 한다.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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