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불편했다. 수 클리볼드가 자기 변명을 한다고 느꼈다. 내 아이를 얼마나 사랑했고 내 아이가 얼마나 괜찮은 아이였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게 너무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친구를 잘못 사귄 탓처럼 에릭이 부추기지만 않았다면 하고, 에릭과 거리두기를 강제했어야 했다고 하며 자신의 잘못인 듯 아닌 듯 서술하는 것이 내내 불편했다.
책을 읽는내내 또다른 불편감이 올라왔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정해놓은 틀에 맞춰 놓고 판단하고 평가하고, 대화조차도 가르침의 연속이고 일방통행이다. 정말 아이를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게 사랑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졌을까 싶은 대목들도 간혹 있었다. 아이를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아이는 그렇게 자라지 못했다. 항우울증 약을 복용한 것조차 뒤늦게 알았고, 자율이나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성향으로 가볍게 넘긴 일들, 어떻게 모를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해야만 하는 게 아니었을까.
또다른 불편함은 평범한 모든 아이들이 이제는 전혀 평범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의바른 아이를 좋아하는 나는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다.
정말 아이를 키우는 일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일대일 맞춤형으로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부를 읽어가며 불편했던 마음이 해소가 되었다. 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을까,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 톰처럼 그 아이가 우리도 죽였다면 좋았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죽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별별 생각을 다 하며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어떻게 했든 그 일은 벌어질 일이었던 것이고, 그건 전적으로 부모의 탓이 아니고, 그 아이만의 문제도 아니다.
불편한 진실과 거친 사건을 헤집어내는 일은 용기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살인을 하고 자살을 선택한 딜런, 그 아이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그녀는 또다른 딜런이 세상을 헤집어 놓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살예방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하라고 일깨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시기 아이들이 건강한 신체 못지 않게 건강한 정신을 갖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책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아이들을 만나면서 놓칠 수 있는 문제를 되짚게 한다. 소통의 원활함, 귀기울여주기, 부정적 감정의 억압보다 자연스러운 표출방법, 분노를 지혜롭게 다스리는 방법,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등등 별별 생각을 한다.